전국 중계 편성 순위, 리그가 원하는 ‘스토리 라인’을 말하다
[루키= 이미르 명예기자] 2025-26시즌 NBA 정규리그 일정이 발표되면서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였던 전국 중계 경기 편성 순위가 공개됐다.
매 시즌 리그는 크리스마스 매치업이나 개막전 빅매치 외에도 어떤 팀이 가장 많은 전국 중계 무대에 오를지를 통해 리그가 어떤 팀을 주인공으로 삼고 있는지를 드러낸다.
이번 시즌은 특정 팀이 독보적으로 앞서는 구조는 아니었지만, 리그가 주목하는 네 팀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로스앤젤레스 레이커스,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오클라호마시티 선더, 그리고 뉴욕 닉스가 나란히 34경기로 최다 전국 중계 편성 팀에 올랐다.
지난 15일(이하 한국 시간) CBS 스포츠의 자스민 윔비시 기자는 이번 시즌 전국 중계 경기 수를 기준으로 30개 팀 순위를 매기며 그 배경을 분석했다.
우선 레이커스는 언제나 리그의 ‘예외’로 불린다. 성적이 나쁘더라도 브랜드 가치만으로 중계 편성에서 늘 이득을 보는데 이번 시즌은 그 위상이 더욱 강화됐다. 루카 돈치치가 합류하면서 팀은 다시 리그 최고의 시청률 카드가 됐고, 이는 곧 34경기라는 최대치 중계 경기 수로 이어졌다.
워리어스 또한 스테픈 커리가 건재하는 한 여전히 리그에서 가장 매력적인 구단이다. 여기에 지미 버틀러, 드레이먼드 그린까지 가세하면서 레이커스와 함께 최다 전국 중계 경기가 편성됐다.
디펜딩 챔피언 오클라호마시티는 이번 배정으로 스몰마켓 팀이더라도 스타성과 팀 경쟁력을 갖춘다면 리그가 아낌없이 조명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샤이 길져스-알렉산더라는 MVP, 쳇 홈그렌, 제일런 윌리엄스 등 젊은 핵심들이 함께하는 썬더는 리그가 그려 나가는 새로운 서사의 중심에 있다.
뉴욕 닉스는 25년 만의 컨퍼런스 파이널 진출로 급격히 주가를 끌어올린 팀이다. 뉴욕이라는 시장성과 더불어 성적까지 뒷받침되자 리그는 곧바로 최다 전국 중계 편성을 부여했다.
그 뒤를 이어 미네소타(28경기), 휴스턴(28경기), 덴버(26경기), 보스턴(25경기), 클리블랜드(24경기), 댈러스(23경기) 등이 상위권에 포진했다. 특히 휴스턴은 케빈 듀란트 효과가 절대적이었다. 선즈에서와 마찬가지로 듀란트가 합류한 팀은 리그 차원에서 곧바로 흥행 카드로 격상된다.
미네소타는 앤서니 에드워즈라는 차세대 간판을 앞세워 2년 연속 서부 결승 진출 성과를 바탕으로 편성을 늘렸다.
덴버는 여전히 유력한 우승 후보지만, 오클라호마시티와 레이커스에 밀려 중계 경기 수에서 살짝 뒤처졌다.
보스턴은 제이슨 테이텀의 아킬레스 부상에도 불구하고 거대한 팬덤을 고려해 높은 순위를 유지했다.
댈러스는 쿠퍼 플래그라는 신인 1순위 지명을 통해 시청률 포인트를 확보했고, 클리블랜드는 동부 1위 성적에도 불구하고 슈퍼스타 파워 부족으로 다소 낮은 평가를 받았다.
반대로 하위권은 리빌딩 혹은 탱킹 팀들이 차지했다. 워싱턴, 유타, 토론토, 브루클린, 뉴올리언스가 나란히 2경기 편성으로 공동 최하위에 머물렀고, 샬럿과 시카고가 각각 3경기 편성으로 뒤를 이었다.
특히 마이애미는 플레이오프 경험에도 불구하고 단 5경기에 그쳤는데, 이는 정규시즌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리그의 평가가 반영된 결과였다. 피닉스는 케빈 듀란트가 떠나자마자 전국 중계 경기 수가 곤두박질쳤고 인디애나는 파이널스 돌풍에도 불구하고 타이리스 할리버튼의 아킬레스 부상으로 크게 저평가됐다.
이번 순위는 단순한 ‘편성표’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리그가 어떤 팀을 주도적인 흥행 축으로 두고 있는지, 그리고 어떤 스타를 미래의 얼굴로 삼으려 하는지가 고스란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윔비시 기자는 “전국 중계 경기 수는 오프시즌 이적, 스타의 부상, 팀의 성장세가 모두 집약된 결과물”이라고 평가했다.
결국 2025-26시즌은 레이커스와 워리어스라는 전통의 브랜드, 오클라호마시티와 뉴욕 닉스라는 신흥 주역이 함께 무대를 이끌어가는 구도가 될 전망이다.
리그가 어떤 팀에 시선을 고정했는지 이미 드러난 만큼, 이제 팬들의 관심은 실제 경기력으로 그 기대가 충족될 수 있을지에 쏠린다.
사진 = 로이터/뉴스1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