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아시아컵] “저도 더 굶주리게 되네요”→ 도쿄에서 ‘친형 활약’ 지켜본 문유현... 그가 느낀 점은?

2025-08-11     도쿄, 이종엽 기자

“형(문정현)이 간절하게 열심히 뛰는 모습을 보니 저도 더 굶주리고 더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대한민국 농구 대표팀은 11일(이하 한국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 위치한 킹 압둘라 스포츠 시티에서 열린 2025 FIBA 아시아컵 A조 조별예선 레바논과의 경기에서 97-86으로 승리했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한국에게 많은 악재가 있었다. 앞선 카타르 전에서 여준석이 무릎 부위 부상을 당하며 레바논 전에 나설 수 없었고 이정현 역시 갑작스럽게 결장 소식이 전해졌다. 

상대 역시 와엘 아라지가 이날 경기 출전 불가인 상황이었기에 귀화 외국 선수 디드릭 로슨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상황이었다. 그렇기에 대표팀 안준호 감독은 로슨의 매치업으로 문정현을 낙점했고 그를 선발 투입했다. 

특히 이날 ‘로슨 봉쇄’라는 특명을 가지고 경기에 투입된 문정현은 파워를 바탕으로 로슨의 공격을 잘 버텨냈고 그에게 묶인 로슨은 1쿼터 9분 동안 4득점에 그쳤다. 이 과정에서 한국은 이현중과 유기상이 공격을 이끌며 1쿼터에만 7개의 3점슛을 몰아쳤고 그들의 마지막 3점슛은 문정현의 천금 같은 공격 리바운드에 이은 박지훈의 3점슛이었다. 

 

전반 수비에 열중했던 문정현은 3쿼터 시작 1분 20초 만에 정확한 위치 선정에 이은 멋진 돌파로 득점을 신고했고 이후 수비 포제션에서는 또 한 번 상대 볼 움직임을 읽어내며 스틸을 기록했다. 상대 알리 만수르는 공격 코트로 뛰어나가는 문정현을 막기 위해 파울을 범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 선택은 그에게 독이 되었다. 이 파울로 만수르는 3번째 파울을 기록했고 움직임이 소극적으로 변한 그는 이후 4득점만을 추가하며 주춤했다. 

KBL 리그에서 뛴 경험이 있는 로슨은 문정현이 공을 잡으면 ‘경기 운영 능력이 있는 선수’라는 것을 알기에 그를 밀착 마크했다. 이 선택 또한 레바논에게는 좋지 못한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외곽에 위치한 문정현을 마크하기 위해 로슨이 골밑을 비웠고 그 사이 낮아진 레바논의 골밑으로 양준석은 계속해서 엔트리 패스를 투입했다. 이를 막기 위해 레바논 선수들은 로테이션을 가동했지만 이는 유기상과 이현중의 외곽 찬스로 연결되었다. 

 

반대로 문정현은 영리했다. 로슨을 경험했던 문정현은 그가 조금이라도 더 골대에서 먼 곳에서 공을 잡게끔 계속해서 밀어냈고 로슨이 공을 잡으면 계속해서 볼을 긁어내는 디깅 동작을 통해 그를 귀찮게 했다. 

이날 문정현의 최종 기록은 20분 출장 2득점 4리바운드 3어시스트. 문정현은 그간 출장 시간이 적었기에 욕심을 낼 법도 했지만 화려한 플레이보다는 팀원들을 살리는데 주력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한편 이날 경기를 지켜보던 문정현의 친동생 문유현은 “형이 그간 출장 시간이 적었는데 간절하게 열심히 뛰는 모습을 보니 저도 더 굶주리고 더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어지는 경기에서도 형이 잘 했으면 좋겠다”라고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고려대에 재학 중인 문유현은 현재 WUBS 참가로 인해 일본 도쿄에서 대회를 치르고 있다. 2연승을 기록한 문유현과 고려대는 11일 오후 필리핀의 De La Salle와의 결승전을 앞두고 있다. 형제가 모두 해외에서 각자 맡은 바 역할을 다 하고 있는 상황. 

문유현은 “저도 열심히 해서 좋은 결과를 가져갈 테니 형도 항상 코트에서 최선을 다 하고 다치지 말고 잘 돌아오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사진 = FIBA, WUBS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