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 제한적 자유계약(RFA), 과연 누굴 위한 제도인가
대부분의 구단은 전력 구성을 마쳤고 여러 굵직한 트레이드, 자유계약도 일단락됐다. 그러나 몇몇 선수들은 여전히 애매한 경계선에 놓여 있다.
조나단 쿠밍가(골든스테이트), 캠 토마스(브루클린), 퀸튼 그라임스(필라델피아), 조시 기디(시카고) 등 ‘제한적 자유계약(RFA)’ 신분인 이들은 계약서에 서명하지 못한 채 팀과의 소모적인 눈치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RFA는 말 그대로 자유계약이 제한된 상태다. 외부 구단과 계약서를 작성하더라도 원 소속팀이 이를 ‘매치’하면 자동으로 잔류하게 된다. 문제는 올여름, 그런 제안을 해줄 팀조차 없다는 것이다.
디 애슬레틱의 에릭 코린 기자와 토니 존스 기자는 지난달 31일(이하 한국 시간) 공동 기사를 통해 “지금의 RFA 시장은 얼어붙었다”며 “이 제도가 여전히 유효한지 다시 논의할 시점”이라고 꼬집었다.
기디는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 2024-25시즌 전 오클라호마시티와의 1 대 1 트레이드(카루소-기디)로 시카고에 합류한 조시 기디는 시즌 막판 19경기에서 평균 21.2득점 10.7리바운드 9.3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자신의 잠재력을 입증했다. 약점이라고 여겨졌던 3점슛 성공률도 45.7%로 개선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그 어떤 팀도 그에게 손을 내밀지 않았다. 외부 오퍼가 없으니 팀도 굳이 높은 계약을 제안하지 않는다. 결국 그는 1년짜리 퀄리파잉 오퍼(약 1,110만 달러)를 받을지, 아니면 장기 계약 없이 또 한 해를 보내야 할지를 고민하고 있다.
RFA 제도는 1999년 직장폐쇄 이후 도입된 제도다. 당시 구단들은 젊은 유망주들이 너무 쉽게 완전 자유계약이 되는 현실에 불만을 느꼈고, 이를 막기 위한 보호장치로 RFA를 만들어냈다. 본 제도 도입으로 인해 드래프트한 선수를 최대 8~9년까지 팀에 묶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CBA(노사협약)가 여러 차례 개정되면서, 이 제도는 점차 ‘구시대의 유물’로 전락하고 있다.
우선 존스 기자는 “과거라면 기디나 그라임스는 시장에서 고액 오퍼를 받았을 것”이라며 “그러나 이제 팀들은 바뀐 CBA 규정으로 인해 연봉 출혈을 극도로 절제하고 있고, 사치세를 피하기 위해 젊은 선수조차 신중하게 평가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RFA 시장은 선수의 경기력보다는 연봉 구조와 리스크 계산에 의해 좌우되는 구조로 바뀌었다”고 덧붙였다.
코린 기자 역시 “선수에게 퀄리파잉 오퍼 외엔 선택지가 없는 구조는 불공평하다”라고 말했다. “선수가 자신에게 맞지 않는 팀에 계속 묶이는 상황은 부당하다. 구단들이 단지 ‘선수 보호’라는 명분 아래 권리를 독점하는 건 이제 다시 생각해볼 문제”라는 것이다.
실제로 쿠밍가는 골든스테이트에 남길 원치 않지만, 팀은 그를 FA 시장에 놓아줄 생각이 없다. 팀도 선수도 서로를 원치 않는데 제도가 이들을 묶어놓고 있는 셈이다.
기사에서 제안된 대안 중 하나는 퀄리파잉 오퍼의 금액을 인상하는 방식이다. 현재는 이전 연봉의 135% 수준이지만, 이를 NFL의 *프랜차이즈 태그처럼 200% 이상으로 상향하면 선수 입장에서 ‘1년 단기 계약’도 충분히 매력적인 옵션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는 일정 시점(예 : 8월 15일)까지 계약이 이뤄지지 않으면 자동으로 무제한 자유계약(UFA)으로 전환되도록 하는 방식도 논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존스 기자는 “지금처럼 팀들이 아무런 계획 없이 선수만 붙잡아두는 상황은 분명 문제가 있다”며 “제도의 기본 틀은 유지하되, 일정 시점 이후에는 선수에게도 주도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린 기자도 “물론 RFA가 완전히 사라질 필요는 없다. 다만 선수의 커리어와 권리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재설계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여름 RFA에 갇힌 네 명의 선수들은 어쩌면 큰돈을 받을 기회를 놓쳤을지 모른다. 제도의 보호 속에 빛나지 못한 유망주들이 점점 늘어나는 지금, 우리는 RFA가 누구를 위한 장치였는지를 다시 물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프랜차이즈 태그 : NFL만의 독특한 제도. FA 자격을 취득한 프랜차이즈 선수에게 전년도 연봉의 두 배 이상을 지불하고, FA 취득을 강제로 1년 유예시키는 팀 친화적인 제도다. 한 팀이 한 시즌에 단 한명에게만 가능하며, 한 선수에게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대신 프랜차이즈 태그를 동일 선수에게 2년 이상 사용할 경우 연봉 상승분이 굉장히 높다. 따라서 2년 이상 동일 선수에게 프랜차이즈 태그를 사용하는 사례는 거의 없다.
사진 = 로이터/뉴스1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