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환의 앤드원] 작전판: NBA 최강 공격 팀은 어떻게 공격할까? CLE의 트렌디한 코너 활용법

2025-08-03     이동환 기자

 

농구에는 무수히 많은 전술과 패턴이 있다. 이를 이해하기 시작하면 경기를 훨씬 재밌게 즐길 수 있음은 물론이다.

'작전판'에서 농구의 전략, 전술을 함께 알아보자. 

 

지난 시즌 NBA 최고의 공격 팀은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였다.

클리블랜드는 무려 121.0의 공격효율지수(100포제션당 득점 생산 수치)를 기록, 이 부문 리그 전체 1위에 올랐다.

이는 2023-2024시즌 보스턴 셀틱스(123.2)에 이은 NBA 역대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기도 했다.

브루클린 감독, 골든스테이트 코치를 역임한 리그 최고 수준의 공격 전술 전문가 캐니 앳킨슨 감독이 부임하면서 생겨난 변화다.

공간 활용을 중요시하는 앳킨슨 감독의 공격 전술이 클리블랜드의 공격을 역대급 수준으로 탈바꿈시켰다. 덕분에 클리블랜드는 지난 시즌 압도적인 동부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고, 앳킨슨 감독은 NBA 올해의 감독과 전미농구코치협회 올해의 감독에 동시에 선정됐다.

클리블랜드의 오펜스 전술 중에서도 오늘은 코너를 비운 채 활용하는 클리블랜드의 '엠티 코너(empty corner, 코너를 비운다는 뜻)' 시리즈를 살펴보려고 한다.

 

 

오펜스 ① 엠티 고스트(empty ghost): 코너를 비우고+고스트 액션

 

클리브랜드가 실점 후 빠르게 인바운드 패스를 시도하며 공격을 시도한다. 도노반 미첼이 왼쪽 사이드라인을 따라 볼을 운반하는 것이 보인다.

미첼이 하프라인을 넘어오자마자, 클리블랜드의 다른 공격수가 미첼을 위해 빠르게 스크린을 세팅하러 달려간다.

이때 하프라인을 넘어온 클리블랜드 공격수는 단 3명. 반면 상대 수비는 5명이 빠르게 백코트해 서로 매치업을 지정해주고 있는 상황이다. 공격 시작 후 단 3초만이 흐른 상태다.

엄청나게 빠른 공격 세팅이다.

미첼이 크로스오버 드리블과 함께 가속을 붙이며 3점 라인 안쪽으로 치고 들어오고, 스크리너는 미첼을 막는 수비수에 근접했다.

위 화면에도 나오다시피 아직 클리블랜드 선수들은 모두 프런트코트로 넘어오지도 않았다.

실질적으로 3대5 상황에서 이뤄지는 엄청나게 빠른 얼리 오펜스다.

 

여기서부터 이 공격의 핵심이 나온다.

스크리너(딘 웨이드)는 스크린을 정확하게 걸지 않고, 스크린을 거는 척하다가 빠르게 왼쪽 코너로 빠져나간다.

코너를 비운 채 시도하는 빠른 2대2 공격에, 고스트 스크린(ghost screen, 가짜 스크린)에 이은 코너 팝 아웃 동작을 가미한 것이다.

 

상대가 스위치 수비로 대응하지만, 너무 빠른 엠티 코너 2대2+고스크 스크린 공격에 순간적으로 수비에 혼선이 일어난다.

고스트 스크린을 걸고 코너로 빠져나가는 스크리너가 순간적으로 코너에서 오픈 상태가 되는 것이 보인다.

결국 코너에서 클리블랜드가 3점을 터트리며 공격을 마무리한다. 공격 시작 후 단 8초만에 3점을 터트리는 클리블랜드다.

이처럼 코너를 비운 채 전개하는 고스트 스트린 2대2의 핵심은, 스크리너가 코너로 빠져나가기 때문에 상대의 제3의 수비수가 헬프 로테이션을 올 수 있는 여지가 없다는 점이다.

즉, 핸들러 수비수와 스크리너 수비수가 스스로 빠르게 대응하지 못하면 위와 같이 순식간에 오픈 상태를 줄 수밖에 없다. 위 오펜스는 그 부분을 공략하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오펜스 ② 엠티 더블 고스트(empty double ghost): 코너를 비우고+더블 드래그 스크린+고스트 액션

 

또 다른 장면을 살펴보자.

이번엔 첫 번째 소개한 장면에서 스크리너를 한 명 더 추가했다.

엠티 코너(코너 비우기) 공격에 더블 드래그 스크린(2명의 선수가 빠르게 볼 스크린을 서는 것)을 세팅하고, 스크리너 중 한 명이 고스트 스크린(가짜 스크린)을 세팅하는 공격이다.

위 장면을 보면 도노반 미첼이 볼을 몰고 막 하프라인을 넘어왔다.

이때 2명의 선수가 더블 드래그 스크린을 세팅한다.

핵심은 왼쪽 코너 쪽이다. 왼쪽 코너에 있던 공격수가 더블 드래그 스크린 타이밍에 맞춰 베이스라인을 따라 반대 코너로 이동하는 것이 보인다.

이로써 왼쪽 코너는 완전한 비움(empty) 상태가 된다.

이때 첫번째 스크리너의 동작을 주목하자.

스크린을 거는 척하다가, 비어 있는 왼쪽 코너로 빠져나가 버린다. 고스트 스크린이다.

미첼을 막던 수비수(아누노비)는 미첼을 슬금슬금 따라가고 있고, 스크리너 수비수는 헷지 앤드 리커버리(핸들러에게 강하게 붙었다가 돌아가는 수비)를 하느라 아예 핸들러 쪽에 붙어 있다.

상대 수비가 고스트 동작을 전혀 신경쓰지 못하고 있다.

더불어 앞서 언급한 대로 이 3대3 액션에 가담하지 않는 나머지 2명의 공격수(초록색 원)은 오른쪽 코너에 가 있기 때문에, 왼쪽 코너가 완전히 비워져 있는 상태다.

 

고스트 스크린 동작으로 빠져나간 첫번째 스크리너가 왼쪽 윙에서 와이드 오픈 상태가 됐다.

첫번째 스크리너를 마크하던 수비수가 헷지 앤드 리커버리로 빠르게 달려가려 하지만, 이미 너무 거리가 벌어진 상태다.

핸들러가 빠르게 첫번째 스크리너에게 패스한다.

햇지 앤드 리커버리 수비를 더블 드래그 스크린+고스트 액션으로 완벽하게 공략하는 모습이다.

결국 첫번째 스크리너가 3점을 터트린다. 위 장면에서도 슛 시도까지 소요된 시간은 단 8초였다.

 

오펜스 ③ 엠티 코너 씰(empty corner seal): 코너를 비우고+얼리 픽앤롤+씰 스크린

마지막으로 살펴볼 오펜스는 코너를 비운 채 시도되는 2대2 공격의 파생 공격이다. 클리블랜드의 절묘한 공간 활용이 돋보이는 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왼쪽 윙에서 다리우스 갈랜드와 재럿 알렌의 2대2 공격이 시작된다. 나머지 선수 3명은 오른쪽 코너, 오른쪽 윙, 탑에 위치하며 공간을 벌리고 있다.

왼쪽 코너가 비워진 채 시도되는 픽앤롤 공격이다.

스크리너(재럿 알렌)가 스크린 후 빠르게 림으로 달려간다. 이때 림으로 돌린하는 스크리너를 체크해야 하는 선수는 오른쪽 코너맨(에반 모블리)를 마크하는 제임스 하든이다.

클리블랜드가 왼쪽 코너를 비운 채 2대2를 시도했기 때문에 만들어진 수비 대형이다.

하든이 오른쪽 코너의 모블리와 거리를 두고 페인트존 한가운데까지 들어와서 태깅 수비(제3의 수비수가 림으로 달려드는 스크리너를 체크하는 수비)를 준비하고 있는 것이 보인다.

이때 핸들러였던 갈랜드는 빠르게 탑의 미첼에게 볼을 넘겨주며 사이드 전환을 시도하는 모습이다.

탑에서 미첼이 볼을 잡았을 때의 양 팀 공수 대형을 주목하자.

제임스 하든(파란색 원)은 원래 막던 오른쪽 코너의 모블리와 거리를 두고, 림으로 달려가는 스크리너를 막기 위해 페인트존 한가운데에 멀리 들어와 있는 것이 보인다.

즉 현재 하든은 림으로 달려가는 스크리너와 오른쪽 코너의 슈터를 동시에 체크해야 하는 1대2 수비 상황이다.

이때 핵심은 오른쪽 윙에 있는 슈터 맥스 스트루스(빨간색 원)의 동작이다.

스트루스는 미첼이 볼을 잡는 타미잉에 맞춰 자신의 수비수와 밀착해 안으로 밀어내는 씰 스크린(seal screen, 자신을 막는 수비수를 몸으로 밀어내는 스크린) 동작을 가져간다.

맥스 스트루스가 씰 스크린을 시도하는 이유는 명백하다.

코너의 모블리에게 볼이 갔을 경우 가장 빠른 로테이션 수비를 펼칠 수 있는 수비수가 자신을 막고 있던 오른쪽 윙 수비수이기 때문.

때문에 스트루스는 씰 스크린으로 자신의 수비수를 강하게 밀어내며 로테이션 수비를 막아버리는 것이다.

위 장면을 보면 스트루스가 3점 라인 안쪽까지 자신의 수비수를 밀어넣으며 완벽하게 벽을 쌓는 것이 드러난다.

이 같은 스트루스의 씰 스크린은 상대 로테이션 수비수를 핀으로 꽂듯이 밀어넣는다고 해서 핀-인 스크린(pin-in screen)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미첼이 스트루스의 핀-인 스크린을 예상하고(아마 미리 약속된 동작일 것이다) 빠르게 모블리에게 볼을 패스한다.

에너지 레벨이 떨어지는 하든은 페인트존 가운데 그대로 머물고 있다. 모블리가 여전히 오픈 상태다.

모블리가 코너 3점을 터트린다. 핀-인 스크린에 걸렸던 수비수가 뒤늦게 뛰어나왔지만, 213cm의 모블리의 3점을 방해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코너를 비운 채 시도하는 엠티 코너 픽앤롤로 반대 사이드의 깊은 태깅 수비를 유도하고, 이를 빠른 볼 전환과 핀-인 스크린으로 공략해 반대 코너 3점 찬스를 만들어낸 절묘한 오펜스였다.

 

 

위 3가지 장면을 보면 클리블랜드의 적극적인 코너 비우기 활용+드래그 스크린이 가미된 빠른 공격 세팅과 과감한 큇 샷 시도가 돋보인다.

빠른 공격 템포와 영리한 공간 활용이 드러난 장면들이다.

이 밖에도 지난 시즌 클리블랜드는 첫번째 스크리너가 코너로 빠져나가며 상대 태깅 수비를 유혹하는 공격, 엑시트 스크린(exit screen)을 활용해 로우 맨(로우 포스트에 위치한 헬프 수비수)의 코너 로테이션을 막아버리는 공격 등을 활용해 큰 재미를 봤다.

때문에 지난 시즌 클리블랜드는 플레이오프에서의 아쉬운 실패에도 불구하고 리그에서 가장 트렌디하고 영리한 오펜스를 펼친 팀으로 평가받고 있다.

현대농구에서 각 팀은 핸들러 견제를 강하게 하는 수비를 펼치고 있고(갭 디펜스) 영리한 태깅과 엄청나게 활발한 로테이션 수비로 5대5 수비 조직력을 극도로 끌어올리고 있다.

클리블랜드는 그에 대한 답은 결국 영리한 공간 활용과 정신없이 몰아치는 빠른 템포의 얼리 오펜스 세팅이라는 것을 지난 시즌에 보여줬다.

'차분히 24초를 다 쓰며', '모든 선수가 볼을 만지는' 공격은 더 이상 현명한 오펜스가 아니다.

현대농구의 5대5 수비가 너무 조직적으로 발전한 탓에, 공격 템포가 느려질수록 오히려 선수들의 체력 소모는 심해지고 시도하는 슛의 질은 떨어지기 때문이다.

핵심은 속도와 공간, 즉 페이스 앤드 스페이스다. 케니 앳킨슨의 클리블랜드는 그 핵심을 잘 아는 팀이다.

사진 = 로이터/뉴스1 제공, NBA 중계화면 캡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