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환의 앤드원] 작전판 : GSW가 커리-버틀러의 IQ를 이용하는 법

2025-07-30     이동환 기자

 

농구에는 무수히 많은 전술과 패턴이 있다. 이를 이해하기 시작하면 경기를 훨씬 재밌게 즐길 수 있음은 물론이다.

'작전판'에서 농구의 전략, 전술을 함께 확인해보자. 

오늘 살펴볼 전술은 스테픈 커리와 지미 버틀러의 농구 IQ를 이용하는 골든스테이트의 트월 백도어(twirl backdoor)다.

 

골든스테이트의 트월 액션+백도어 컷

농구에서 트월 액션(twirl action)은 스태거 스크린을 활용한 변형 액션을 일컫는다.

위 그림처럼 2명의 선수가 스태거 스크린을 설 때, 스크린을 받은 선수(2번)가 첫 번째 스크린을 받은 후 림으로 컷하고, 첫 번째 스크린을 섰던 선수(4번)가 두 번째 스크린(5번)을 받아 뛰어나오는 것을 트월 액션이라고 부른다.(2번이 컷하는 척하다가 멈춰서 5번과 함께 다시 스태거 스크린을 세팅하는 경우도 매우 많다.)

리그에서 가장 많은 오프 스크린 공격을 시도하는 골든스테이트도 당연히 트월 액션을 사용한다.

스테픈 커리가 스크린을 받는 선수(2번)가 되기도 하지만, 첫 번째 스크리너(4번)이 되어 탑으로 뛰어나갈 때도 있을 정도로 상황이 다양하다.

지금부터 소개할 장면은 커리가 트월 액션 패턴을 역이용해 상대 수비를 무너뜨리는 장면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이적생 지미 버틀러의 영리한 도움까지 더해진다.

드레이먼드 그린이 탑에서 드리블하며 볼을 가지고 있다.

코너에 있던 모제스 무디를 위해 스테픈 커리(첫번째 스크린)와 지미 버틀러(두번째 스크리너)가 나란히 스크린을 세팅한다. 여기까지는 전형적인 스태거 스크린을 활용한 공격 패턴이다.

 

흥미로운 것은 다음 움직임이다. 스크린을 받았던 모제스 무디(4번)가 탑으로 뛰어올라가지 않고, 커리와 버틀러 사이를 비집고 들어간다.

이때 커리와 버틀러 사이로 들어간 무디는 그냥 페인트존으로 컷할 수도 있고, 첫번째 스크리너(커리)를 위해 스크린을 설 수도 있다. 무디의 선택은 후자다. 트월 액션이 실행되는 것이다.

이 경우 첫번째 스크리너였던 커리가 무디와 버틀러의 새로운 스태거 스크린을 받아 탑으로 뛰어올라가는 식으로 움직임이 전개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여기서 지미 버틀러의 미친 센스가 나온다. 커리가 상대 수비의 견제를 맞이해 몸싸움을 벌이는 동안, 버틀러가 절묘하게 몸을 돌려 스크린의 각도를 바꿔버린다.

워낙 순식간에 버틀러의 스크린 각도 변화가 이뤄지기 때문에, 실제로는 수비수가 이를 짧은 순간에 인지하고 대응하기 쉽지 않다.

버틀러의 영리한 스크린 각도 변화 덕분에 커리에게는 순간적으로 두 가지 옵션이 생긴다.

첫 스크린을 받은 후 안으로 말아들어가며 스크린을 다시 세팅한 모제스 무디의 스크린을 받아 탑으로 뛰어나가거나(전형적인 트월 액션 움직임), 버틀러의 각도를 바꾼 스크린을 활용해 뒷공간으로 백도어 컷을 하는 것이다.

이번엔 커리의 영리함이 발휘된다. 커리가 무디의 스크린을 받는 척하다가, 버틀러의 스크린을 받아 컷하면서 커리를 막던 수비수(44번)가 역동작에 걸려 커리를 놓치고 만다.

이때 버틀러는 스크린 각도를 더 비틀어서 아예 탑 쪽을 바라보면서 커리를 위한 길을 열어준다. 처음 버틀러가 스크린을 세팅하던 각도와 비교하면, 바라보는 방향만 바뀐 채 사실상 360도 턴을 한 셈이다.

드레이먼드 그린이 이를 놓치지 않고 절묘한 패스를 찔러준다. 커리를 막던 수비수가 무디와 버틀러의 스크린 사이에 완전히 갇혀버린 것이 보인다.

커리가 손쉽게 골밑 득점을 올린다.

이 장면에서 커리-버틀러의 첫 스태거 스크린 세팅부터 마지막 커리의 컷인 레이업까지 걸린 시간은? 단 4초였다.

 

사진 = 로이터/뉴스1 제공, NBA 중계화면 캡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