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환의 앤드원] 느바레터(7/29) : '할렐루카'의 독한 여름, 레이커스의 미래

2025-07-29     이동환 기자

 

서머리그가 끝나고, 조용한 오프시즌이 계속되고 있다. 이적시장에는 여전히 여러 선수들이 남아 있지만, 협상의 진행 속도는 더디다.

이런 가운데 LA 레이커스의 새로운 에이스 루카 돈치치가 독한 여름을 보내고 있다. 데뷔 후 처음으로 얻은 온전한 오프시즌을 몸을 완전히 뒤바꾸는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과학적인 트레이닝을 통해 몸을 가볍게 만들고 강점은 더 무섭게 다듬고 있다.

시카고는 빌리 도노반 감독과 논란의 연장계약에 합의했다. 논란이 많은 계약이다.

 

MAIN TOPIC : 루카 돈치치의 독한 여름

2024-2025시즌은 루카 돈치치에게 나쁜 의미로 잊지 못할 한 해가 될 것이다.

전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트레이드의 주인공이 됐고, LA 레이커스라는 NBA 최고 인기 명문 팀의 유니폼을 입었다. 그리고 트레이드의 원인이 안이한 자기 관리라는 보도가 연거푸 나오면서 '게으른 선수'라는 이미지까지 가지게 됐다.

돈치치 본인에겐 억울한 이야기도 적잖게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육안으로도 불어난 몸을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살이 찐 상태였으니 어쩌겠는가. 돈치치는 결국 그 프레임 안에서 남은 시즌을 보내고 여름을 맞이했다.

그리고 올여름, 돈치치는 독한 여름을 보내며 완전히 다른 몸을 만들어가고 있는 듯 하다.

29일(이하 한국시간) 피트니스 전문지인 '멘즈 헬스'는 돈치치의 여름 훈련 내용을 심층 취재해 총 3건의 기사를 게재했다. 이 기사에는 돈치치가 여름 동안 진행한 식단 관리와 훈련 내용에 대한 이야기가 구체적으로 담겨 있다. 체중을 눈에 띄게 줄인 돈치치의 사진도 여러장 업로드돼 있다.

현재 돈치치는 10대 시절부터 휴가를 보내왔던 크로아티아의 한 마을에서 훈련 중이다. 직접 바벨, 덤벨을 비롯한 전문 운동기구를 전부 가져와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2023년 댈러스의 첫 플레이오프 탈락 이후 고용한 '팀 루카'(물리치료사, 트레이너, 영양사 각 1명)와 함께 여름을 보내고 있는데 그 내용이 심상치 않다. 독하면서도 과학적이다.

 

 

보도에 따르면 돈치치는 지난 5월 1일 플레이오프 1라운드 탈락이 결정된 후 매니저에게 곧바로 오프시즌 훈련을 시작하고 싶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한다.

첫 한 달은 테스트와 컨디션 정상화의 기간이었다.

농구를 하는 동안 수없이 반복된 수직 점프의 충격으로부터 몸을 회복시키기 위해 수년 만에 처음으로 농구공을 아예 내려놓았다. 대신 전신 근력을 키우는 웨이트 트레이닝과 새로운 근력을 단련하는 피클볼, 파델 같은 운동을 하며 몸을 새롭게 만들었다.

"처음엔 (농구를 못하는 것이) 진짜 힘들었습니다. 저는 농구없이 못 사는 사람이거든요." 돈치치의 회상이다.

더불어 혈액, 소변, 대변을 채취하고 MRI 검사와 초음파 검사까지 여러차례 진행하며 몸 상태를 계속 점검했다고 한다. 결과는 '이상없음'이었다.

6월부터는 본격적인 식단 관리와 농구 훈련이 이어지고 있다.

일주일에 6일을 고단백 식사 2번과 단백질 셰이크 1번으로 구성된 간헐적 식단으로 보내고, 오전 훈련을 마치기 전까지는 공복 상태를 유지한다.

체육관에서는 저항 밴드를 활용한 드릴 통해 발목, 종아리, 대퇴근에 지속적으로 자극을 주고 관절을 보호하는 능력을 키우고 있다.

돈치치의 가장 큰 무기인 감속 능력을 강화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라는 후문이다.

보도에 따르면 돈치치가 가진 감속 능력의 핵심은 근육의 빠른 수축(이센트릭 포스)인데, 올여름 돈치치는 이 부분을 강화하는 훈련을 체육관에서 집중적으로 소화하고 있다고 한다.

수비수를 스피드로 제치기보다는 빠른 감속과 동작 변환으로 무너뜨리는 돈치치에게 딱 맞는 훈련이다.

"이렇게 몸이 가벼운 느낌은 오랜만입니다. 수면, 몸 상태, 모든 게 더 회복된 느낌이에요." 돈치치의 말이다.

 

 

돈치치가 우리가 알던 날렵한 '할렐루카'로 돌아온다면 어떻게 될까. 새 시즌 NBA의 판도 자체가 달라질지도 모른다.

이미 돈치치는 원맨 팀에 가까운 로스터 구성 안에서도 댈러스를 서부 플레이오프권 팀으로 끌어올렸던 선수다. 현재 리그에서 손꼽히는 압도적인 재능을 가진 선수이고, 특히 공격적인 면에서의 플레이메이킹은 천부적인 수준이다.

당연히 새 시즌도 레이커스의 오펜스는 돈치치의 손에서 시작될 것이고, 돈치치의 퍼포먼스에 따라 레이커스의 성적도 함께 달라질 것이다. 독한 여름을 보낸 돈치치에 대한 궁금증이 커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최근 2년 간 루카 돈치치 부상 이력
2023년 12월: 허벅지
2024년 1월: 발목
2024년 3월~4월: 햄스트링, 무릎, 발목
2024년 11월: 무릎, 손목
2024년 12월: 뒷꿈치, 종아리
2025년 3~4월: 종아리, 발목, 허벅지

루카 돈치치의 잔여 계약 상태
25-26시즌: 4,599만 달러
26-27시즌: 4,896만 달러(플레이어 옵션)

한편 레이커스와 현재 1+1 계약이 남아 있는 돈치치는 플레이어 옵션 행사를 1년 앞둔 올여름부터 연장계약 협상이 가능하다. 이변이 없다면 계약서 사인이 가능한 8월 초에 레이커스와 연장계약에 합의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8월 말 돈치치는 슬로베니아 대표팀에 합류해 유로바스켓에 출전, 달라진 몸의 효과를 체크할 전망이다.

보도에 따르면 돈치치는 여름 내내 5대5 농구를 하지 않은 상태라고 한다. 때문에 어떤 경기력이 나올지는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결과가 어떻든 돈치치의 유로바스켓 경기력은 레이커스 팬들을 비롯한 전세계 NBA 팬들이 주목하는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AND ONE : 빌리 도노반 연장계약

시카고는 빌리 도노반 감독과 연장계약에 합의했다. 이미 2020년부터 5년째 도노반과 함께하고 있는 시카고는 이로써 '도노반 시대'를 더 오래 가져가게 됐다.

사실 논란이 많은 연장계약이다.

도노반은 NCAA 무대에서 우승을 두 차례나 경험했고 NBA에서도 오클라호마시티의 우승 경쟁을 이끈 검증된 감독이다.

오죽하면 2020년에 도노반이 오클라호마시티와 갑자기 결별을 하게 됐을 당시에도, 시카고가 적극적으로 접촉해 모셔왔을 정도였다.

하지만 시카고에서 지휘봉을 잡은 뒤에는 지도력이 썩 눈에 띄지 않았다. 5년 동안 시카고를 꾸준히 플레이-인 토너먼트권으로 이끌었지만 플레이오프 진출 횟수는 단 1번이었다. 현지 시카고 팬들조차 이번 연장계약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이유다.

다만 시카고의 실망스러운 근래 성적이 정말 감독의 능력 부족 때문인지는 잘 생각해봐야 한다.

잭 라빈에게 터무니없는 대형 연장계약을 안겼다가 겨우 트레이드하고, 팻 윌리엄스 같은 악성계약까지 만들어내는 구단의 '복장 터지는' 로스터 운영 안에서 과연 성적을 낼 수 있는 지도자가 얼마나 될까. 심지어 시카고는 올여름에는 코비 화이트를 트레이드 블록에 올려놓고 조쉬 기디와의 재계약 협상은 질질 끄는 모습까지 보여주고 있다. 베테랑 빅맨 니콜라 부세비치는 방출 루머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방향성은 상실됐고 그저 혼란스럽고 난잡한 여름이다.

마냥 도노반 감독에게 책임을 전가할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시카고 팬들에게 도노반 감독과 답답한 프런트는 '한 몸'으로 여겨지겠지만 말이다. 

사진 = 로이터/뉴스1 제공, Men's Health 홈페이지 캡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