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환의 앤드원] 느바레터(7/24) : 릴라드의 포틀랜드 컴백은 정말 낭만일까?

2025-07-24     이동환 기자

 

데미안 릴라드가 포틀랜드로 돌아왔다. 크리스 폴은 8년 만에 다시 클리퍼스 유니폼을 입었다. 바이아웃 시장도 이제 막바지로 향하고 있다. '느바레터'를 통해 NBA 주요 이슈를 체크해보자.

MAIN TOPIC : 릴라드의 '낭만 컴백' 그 뒤에 숨겨진 이면

데미안 릴라드가 포틀랜드로 돌아왔다. 3년 4,160만 달러.

2027년 여름 FA 자격을 얻을 수 있는 2+1 계약이며, 트레이드 거부권까지 주어졌다.

릴라드는 2023년 가을 포틀랜드에서 밀워키로 트레이드됐다. 데뷔 11년 만의 첫 이적이었다.

하지만 지난 2년은 릴라드에게 만족스럽지 못했다. 야니스 아데토쿤보와의 결합은 기대만큼 이상적인 결과로 이어지지 않았다. 밀워키는 릴라드의 수비 약점을 커버할 수 있는 외곽 수비 라인을 구축하지 못했고, 크리스 미들턴의 잦은 부상까지 겹치면서 원했던 대권 도전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

릴라드 영입 후 밀워키의 수비 기록&성적
23-24시즌: DRtg 19위, 49승 33패(1R 탈락)
24-25시즌: DRtg 12위, 48승 34패(1R 탈락)

*DRtg: 디펜시브 레이팅. 100포제션당 실점을 나타나는 수비효율지수

올봄 플레이오프 도중 릴라드가 아킬레스건 파열로 시즌아웃되자, 밀워키는 릴라드의 잔여계약을 스트레치 조항으로 방출하는 충격적인 선택을 내렸다. 이로써 릴라드는 총 1억 1,125만 달러를 향후 5년 동안 밀워키로부터 분할 지급 받게 됐다. 더불어 새로운 팀으로 자유롭게 이적할 수 있는 FA 자격까지 얻게 됐다.(**스트레치 조항 규정상 방출된 선수는 잔여 연봉을 2X(잔여계약기간)+1년 동안 분할 지급받는다. 이때 잔여계약 기간에 플레이어 옵션이 걸려 있는 계약 기간과 연봉은 계산에 포함되지 않는다. 릴라드는 플레이어 옵션이 걸린 27-28시즌을 제외하면 2년 1억 1,125만 달러의 계약이 남아 있었으므로, 5년(2X2+1)동안 잔여 연봉을 나눠받는다.)

릴라드는 깜짝 방출 이후 보스턴, 골든스테이트 등 여러 팀의 관심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승권 팀으로 이적할 것이라는 소문도 있었다. 그러나 릴라드의 선택은 친정 팀 포틀랜드행이었다.

밀워키의 릴라드 잔여 연봉 지급 구조
25-26시즌: 약 2,251만 달러
26-27시즌: 약 2,251만 달러
27-28시즌: 약 2,251만 달러
28-29시즌: 약 2,251만 달러
29-30시즌: 약 2,251만 달러

릴라드와 포틀랜드의 새로운 계약
25-26시즌: 1,410만 달러
26-27시즌: 1,339만 달러
27-28시즌: 1,410만 달러(플레이어 옵션)

 

 

릴라드의 포틀랜드 컴백은 그 자체로 드라마틱하고 낭만적인 면이 분명 있다.

릴라드는 2012년 데뷔 이후 11년 동안 오직 포틀랜드에서만 뛰어온 헌신적인 프랜차이즈 스타였다.

통산 출전 경기 수(3위), 출전 시간(2위), 득점(1위), 어시스트(2위), 야투 성공(2위), 3점슛 성공(1위), 자유투 성공(1위) 등 대부분의 카테고리에서 포틀랜드 통산 기록 최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포틀랜드의 첫 우승을 이끈 전설 빌 월튼, 90년대 포틀랜드의 상징 클라이드 드렉슬러 정도를 제외하면 포틀랜드 역사에서 릴라드와 견줄만 한 선수조차 없는 것이 사실이다. 설사 이번 복귀가 아니었다고 하더라도 릴라드는 포틀랜드에서 영구결번될 것이 확실시되는 선수였다.

아이콘 릴라드가 돌아왔으니 이건 포틀랜드 팬들에겐 더할 나위 없이 기쁜 소식이 될 것이다. 릴라드는 포틀랜드행이 확정된 후 현지 취재진과 가진 공식 기자회견에서 "전혀 어려운 결정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디 애슬레틱'과 ESPN의 보도에 따르면 릴라드의 이번 포틀랜드 컴백에는 크게 두 가지 요인이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첫 번째는 여전히 포틀랜드에 거주하고 있는 가족과 최대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었던 아버지로서의 마음이었고, 두 번째는 포틀랜드의 영건들을 멘토링하고 싶었던 베테랑으로서의 의지였다.

2023년 트레이드 당시 조 크로닌 단장과 감정적인 대립을 겪었던 부분도 잘 풀어낸 듯 하다.

릴라드는 이번 계약 과정에서 조 크로닌 단장을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눴으며, 해묵은 감정을 자연스럽게 풀었다고 한다. 이미 지난해 포틀랜드 방문 경기 당시 크로닌 단장과 조디 알렌 구단주와 인사를 나누면서 양측의 냉전은 해소되고 있었다.

릴라드는 "(트레이드 당시를 돌아보면) 오해와 미스커뮤니케이션이 많았다. 트레이드가 벌어지면 누군가는 상처받기 마련이다. 당시에 크로닌과 터놓고 얘기를 나누지 않았다. 그게 제 실수였다. 크로닌이 단장이 되기 전이든 된 후든 저와 크로닌의 관계는 좋다"고 설명했다.

한 포틀랜드 출신 선수는 릴라드의 포틀랜드행 소식이 전해지자 조 크로닌 단장에게 곧바로 전화를 걸어 "드디어 NBA가 다시 제대로 굴러가고 있구만"이라며 기뻐했다는 후문이다.

천시 빌럽스 감독은 리더와 멘토 역할을 맡을 릴라드의 존재에 대해 기대감을 드러냈다. 다음 시즌 릴라드는 아킬레스건 회복에 집중하며 코트 밖에서 많은 역할을 수행할 전망이다. 빌럽스 감독은 "다음 시즌 릴라드는 NBA 역사상 최고 연봉 코치가 될 것"이라는 농담을 취재진에 던졌다.

 

 

다만 일각에서는 릴라드의 이번 포틀랜드행이 낭만이라는 '행복회로'만으로 해석되기엔 어렵다는 시선도 있다.

첫째는 릴라드 영입 이후 포틀랜드가 구축한 다소 기형적인 로스터 구조다.

포틀랜드는 2년 전 릴라드 트레이드 이후 3순위 루키 스쿳 핸더슨을 중심으로 리빌딩에 돌입했으나 아직 성공 단계에 도달하지 못했다.

디안드레 에이튼은 방출됐고, 스쿳 핸더슨은 약점이 부각되며 2년 동안 13.3점 야투율 40.1%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어시스트-턴오버 비율이 1.72에 불과할 정도로 퍼포먼스가 불안했다.

트레이드로 영입한 데니 아브디야, 이미 리그 최고급 수비수로 꼽히는 투마니 카마라의 존재는 어둠 속의 빛과도 같았다. 루키 빅맨 도노반 클링언 역시 성장이 기대되는 선수다. 하지만 포틀랜드엔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

이런 상태에서 올여름 포틀랜드는 즈루 할러데이, 데미안 릴라드를 잇달아 영입하며 30대 중반의 베테랑들을 로스터에 추가했다.

물론 베테랑이 팀에 있는 것은 절대 나쁜 일이 아니다. 특히 할러데이와 릴라드는 코트 안팎에서 경기를 대하는 태도가 워낙 좋은 선수이기에 젊은 선수들에게 매우 훌륭한 멘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향후 3년 동안 베테랑 3인방(릴라드-할러데이-그랜트)의 연봉이 팀 연봉의 절반에 달하는 점은 꽤나 기형적인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다음 시즌 포틀랜드는 약 1억 6,000만 달러의 페이롤을 기록할 예정인데 베테랑 3인방의 연봉 합계는 그 절반에 가까운 7,850만 달러에 달한다.

이후 동시에 계약이 만료되는 2027-2028시즌까지 3인방의 연봉 합계는 지속적으로 상승한다.

향후 3년 간 할러데이-릴라드-그랜트 연봉 합계
25-26시즌: 약 7,850만 달러
26-27시즌: 약 8,240만 달러
27-28시즌: 약 8,770만 달러

포틀랜드는 향후 투마니 카마라(잔여계약 2년), 셰이든 샤프(잔여계약 1년), 스쿳 핸더슨(잔여계약 1년) 등과의 연장계약 협상을 진행한다. 때문에 베테랑 3인방의 높은 연봉 비중은 샐러리캡 관리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포틀랜드의 올여름 잇따른 베테랑 영입이 비판받을 수 있는 이유다.

 

 

두번째는 릴라드를 영입한 포틀랜드의 진짜 의중이다.

포틀랜드는 올해 봄부터 팀 매각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 故폴 앨런 구단주의 재단이 지난 5월 매각 진행 사실을 공식 발표한 상태이고, 현재 팀을 인수할 새 구단주를 찾는 중이다. 일단 2025-2026시즌에도 매각 절차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NBA 관계자들은 포틀랜드의 올여름 행보가 구단 매각을 위한 비즈니스적 무브가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NBA 구단 관계자, 에이전트들이 대부분 모인 라스베이거스 서머리그 현장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왔다는 후문이다.

다음은 '디 에슬레틱'의 존 홀린저 기자가 최근 작성한 기사의 일부분이다.

"(포틀랜드의) 구단 임박이 임박한 상황, 데미안 릴라드 영입, 그리고 6월 드래프트에서 중국인 센터 양한센을 깜찍 지명한 것까지... 이번 라스베이거스 서머리그 현장에 모인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지금 포틀랜드가 오로지 농구만을 고려한 판단을 하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많이 제기됐다. 미래의 구단주에게 보일 포틀랜드의 구단 이미지가 포틀랜드의 결정에 어떤 방식으로든 영향을 미치고 있는 걸까?"

물론 어떤 구단이든 오로지 농구적인 결정만을 내릴 수 없는 노릇이다. 어떤 선수를 영입하든 그것은 티켓 판매, 구단 이미지 제고와 당연히 연관돼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릴라드의 이번 컴백은 그걸 넘어 효율적인 팀 매각을 위한 포틀랜드의 전략적인 선택이라고 해석할 여지가 충분한 상황이다. 릴라드와 포틀랜드의 재결합을 오로지 '낭만 때문'이라고 바라보는 것은 무리일 수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릴라드도 이런 부분들을 충분히 알고 포틀랜드로 돌아온 것일지도 모른다. 어쨌든 NBA는 비즈니스의 세계이니 말이다.

 

+AND ONE : 크리스 폴의 클리퍼스 컴백, 아름다운 이별 덕분?

크리스 폴은 2017년 이후 8년 만에 클리퍼스로 돌아왔다. 1년 360만 달러의 계약. 이로써 클리퍼스는 다음 시즌에 명예의 전당 입성 예정자만 3명(카와이 레너드, 제임스 하든, 크리스 폴)이나 보유한 로스터를 꾸리게 됐다.

올여름 영입한 존 콜린스, 브룩 로페즈, 브래들리 빌의 이름값과 이들에 대한 기대치를 고려하면 새 시즌 클리퍼스는 서부지구 타이틀을 위협할 컨텐더가 될 것임이 분명하다.

다만 불안요소도 존재한다. 역시 많은 나이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30대다. 그간 많은 '반지원정대'의 실패 사례를 돌이켜보면, 클리퍼스 역시 노쇠화와 에너지 레벨 하락으로 인한 부진을 경계해야 하는 상황이다. 결국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시즌을 보낼 것으로 보이는데, 결과가 모든 것을 말해줄 것이다.

한편 로렌스 프랭크 사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크리스 폴의 8년 전 이적 방식이 이번 컴백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당시 폴의 선택 덕분에 클리퍼스가 더 나은 미래를 설계할 수 있었고, 양측이 긍정적인 관계를 유지해올 수 있었다는 것이다.

프랭크 사장은 "8년 전에 폴이 휴스턴으로 떠날 때 사인 앤드 트레이드 방식으로 이적했었다. 폴이 우리를 도와주기 위해 이적 방식을 그렇게 바꿨었다. 그리고 그때 얻은 트레이드 반대급부가 우리가 다음 스텝으로 옮겨가는 데 정말 큰 도움이 됐었다"며 폴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

떠날 땐 떠나더라도 아름다운 방식으로 떠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주는 사례가 아닐까 싶다.

사진 = 로이터/뉴스1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