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 슈퍼컵] "농구할 줄 모르고 작명..." 유소년 농구에 등장한 등번호 23번의 '조단'
"아들이 농구를 할 줄 알았다면 이런 부담스러운 이름을 짓진 않았을 거다(웃음)."
지난 18일, 강원특별자치도 정선군에서 개막해 대회 3일 차를 맞은 'NH농협은행 2025 정선 글로벌 유소년 농구 슈퍼컵(이하 슈퍼컵)'은 8개 종별 우승 팀들이 속속 가려지며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다.
U9, U10, U11, U12, U13, U15, U18, 여자초등부 등 총 8개 종별에 걸쳐 진행되고 있는 이번 대회에서 가장 먼저 우승 팀이 가려진 U10부에선 분당 삼성이 강남 SK를 24-15로 물리치고 정상에 섰다.
치열한 접전 끝에 우승을 차지한 분당 삼성은 팀 내 최장신 박조단이 맹활약하며 팀의 우승을 견인했다. 한눈에 봐도 또래보다 한 뼘은 큰 박조단은 내외곽을 가리지 않고 득점에 성공하며 강남 SK의 수비를 무력화 시켰다.
1쿼터를 4-4로 마치며 주도권을 잡지 못했던 분당 삼성은 2쿼터 들어 골밑에서 연거푸 득점을 올린 박조단의 활약으로 13-8로 리드했고, 이후 강남 SK와의 간격을 벌리며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대회 MVP에 선정된 박조단은 현재 신천초등학교 4학년에 재학 중으로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분당 삼성에서 농구를 배웠다고 한다.
박조단은 "우승과 함께 MVP까지 수상하게 돼 무척 기분이 좋다. 친구들과 함께 열심히 연습했는데 결실을 맺게 돼 기쁘다. 그리고 코치님들께서 마지막까지 자신감을 주셔서 큰 힘을 얻었다"라고 말하며 "예선에서 위기도 있었는데 잘 극복한 것 같다. 이번 결과에 만족하지 않고 더 나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게 노력하겠다"라고 우승 소감을 전했다.
등번호 23번, 이름은 '조단'. 당연히 그 선수가 생각날 수밖에 없는 박조단의 특이한 이름은 농구팬인 아버지 박성진 씨가 직접 작명했다고 한다.
박성진 씨는 "농구를 무척 좋아하는 팬이다. 조단이가 농구를 할 줄 모르고 저렇게 부담스러운 이름으로 작명을 했다(웃음). 원래는 농구 시킬 생각이 없었는데 금정환 원장님께서 강력하게 추천을 해주셔서 농구를 시키게 됐다. 조단이가 농구를 할 줄 알았다면 아마도 다른 이름으로 작명하지 않았을까 싶다"라며 웃어 보였다.
그러면서 "조단이는 믿을 조에 만들 단의 한문 이름을 쓰고 있다. 아이가 등번호도 23번을 사용하고 있어 앞으로 더 부담이 될 수도 있을 텐데 주변 시선을 신경 쓰기보단 분당 삼성 코치님들과 친구들을 믿고 더 열심히 하는 선수가 됐으면 한다. 이번에도 친구들과 함께 협동해서 우승하는 모습이 무척 의미 있던 것 같다"며 아들에게 당부의 말을 남겼다.
이번 슈퍼컵에서 전도유망한 모습을 보여준 박조단의 다음 목표는 'KBL 유소년 농구대회 우승'이다. 오는 31일부터 내달 3일까지 양구에서 개최되는 KBL 유소년 농구대회에 박조단 역시 참가한다.
박조단은 "올해 남은 모든 대회에서 우승하고 싶다. 자신도 있다"라며 당당한 포부를 밝히며 "이제 곧 KBL 유소년 농구대회에 참가하는데 이번 슈퍼컵 우승의 기운으로 양구에서도 우승을 하고 싶다. 슈퍼컵을 통해 좋은 경험을 했기 때문에 2주 뒤에도 다시 한번 우승컵을 들어 올려보겠다"라며 자신의 이름처럼 농구계를 호령하는 '에어 박조단'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사진 = 김지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