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의 은혜는 하늘 같아서’ 멘토로 거듭난 코비②

2017-07-22     이민재 기자

[루키=이민재 기자] 좋은 선배에게는 많은 후배들이 따르는 법이다. 지난 시즌을 끝으로 코트를 떠난 ‘NBA 레전드’ 코비 브라이언트는 여러 후배들과 멘토-멘티 관계를 유지 중이다.
 
카이리 어빙
2016 NBA 파이널 7차전에서 극적인 우승을 따낸 카이리 어빙이 급하게 라커룸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영상통화를 걸었다. 코비였다. 가족보다 코비가 먼저였다. 어빙은 『ThePostGame』을 통해 “코비가 어떻게 5번의 우승을 따냈는지 알고 싶었다. 우승 한번이 이렇게 힘든 것인지 알게 된 후 코비에 대한 존경심이 한 단계 올라갔다. 앞으로 두 번째 우승을 위해 노력하고 싶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어빙은 “코비는 나에게 축하한다고 말을 건넸다. 나는 정규리그뿐만 아니라 플레이오프 내내 그와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파이널 당시에는 그러지 못했다. 그러나 내가 어려운 일이 있을 때 그에게 도움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어빙과 코비가 친해진 시기는 지난 2012년 미국 농구대표팀 트레이닝 캠프 때다. 당시 어빙은 루키 시즌을 막 끝낸 시점에서 미국대표팀 상비군인 USA 셀렉트팀에 뽑혔다. 나라를 대표할 국가대표팀의 스파링 파트너 개념으로 선배들의 훈련을 도왔다.

두 사람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됐다. 서로 함께 훈련하며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그 후 어빙은 코비를 따르는 후배가 되었다. 언제든지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연락했다. 코비는 이에 정성스레 대답했다.

지난 2015 플레이오프 2라운드, 어빙은 시카고 불스와의 시리즈에서 왼쪽 무릎과 발 통증을 호소했다. 이때 어빙은 코비에게 의지를 많이 했다. 어빙은 『Cleveland.com』과의 인터뷰에서 “무릎 부상을 안은 뒤 처음으로 연락한 사람이 코비였다. 몇 가지를 물어봤다. 그는 탐 티보도(당시 시카고 감독) 감독 수비법에 대해 알고 있었다. 시카고가 나를 어떻게 압박할 것인지에 관해 물었다. 또한 공수 양면에서 더욱 효율적으로 움직이는 방법에 대해서도 궁금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30분간 대화했다. 내가 원하는 것 모두 코비가 알려줬다. 당시 나는 정신적인 부분이 힘들었다. 코비 덕분에 도움이 되었다”고 밝혔다.

어빙하면 가장 먼저 현란한 드리블이 떠오른다. 춤을 추듯 드리블을 한 뒤 상대를 제치는 장면은 그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다.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와 함께 LA 레이커스 경기를 자주 챙겨봤다. 그러면서 코비의 풋워크에 집중했다. 그의 플레이를 계속해서 연구했다.” 어빙의 말이다. 어빙은 풋워크와 미드레인지 게임 등을 연습하면서 드리블 실력을 키웠다고 한다. 또한 경기를 읽는 능력, 농구의 기본기 등을 보고 따라 하며 실력을 쌓았다.

코비는 지난 3월 ‘ESPN FIRST TAKE’ 프로그램에 출연해 2016-17시즌 가장 관심 있게 보고 있는 선수들을 꼽았다. 그는 “러셀 웨스트브룩, 제임스 하든, 카와이 레너드다. 카이리 어빙 플레이 역시 좋아한다”고 말했다. 코비는 여전히 어빙에 대한 관심을 이어가며 멘토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아이재아 토마스
동부 컨퍼런스 1위에 등극했다.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낼 정도로 위력적인 선수로 성장했다. 더 높은 곳을 향해 달려갈 준비만 남았다. 모든 게 순탄할 줄 알았다. 그러나 비극이 찾아왔다. 여동생의 죽음이었다.

2017 플레이오프를 준비하던 아이재아 토마스는 비극적인 소식을 들었다. 여동생 시나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갑작스러운 소식 때문에 그의 모든 것이 무너졌다. 정신적, 신체적으로 힘든 시간이 찾아왔다.

그래도 경기를 뛰어야 했다. 여동생을 위해 이기고 싶었다. 하지만 2017 플레이오프 1라운드 상대 시카고 불스는 강했다. 지미 버틀러, 드웨인 웨이드, 라존 론도 등 베테랑의 품격이 느껴졌다. 8위 시카고에게 2연패를 당하고 말았다.

이때 토마스에게 연락이 왔다. 코비의 전화였다. 토마스에게 위로 차원에서 먼저 연락한 것이었다. 이후 코비는 토마스에게 영상 분석을 함께 하자며 제안했다.

“나와 코비는 몇 주 동안 함께 영상 분석을 했다. 1라운드 2차전 이후부터 큰 힘이 되었다. 30분가량 영상을 함께 시청한 뒤 서로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코비는 내가 놓친 부분이나 본 것을 알려줬다.” 토마스의 말이다.

“코비는 이후 꾸준히 연락했다. 전화를 할 수 없으면 문자라도 남겼다. 내가 꼭 알아야 하는 부분을 먼저 알려줬다.”

그 덕분에 토마스는 점점 살아나기 시작했다. 불안했던 야투 감각도 다시 좋아졌다. 2라운드 워싱턴 위저즈와의 1, 2차전에서는 각각 33점, 53점을 퍼부으며 펄펄 날기도 했다. 코비의 도움이 결과물로 이어졌다.

두 선수의 인연은 지난 2015-16시즌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코비는 마지막 은퇴 투어를 다니고 있었다. 보스턴에도 찾았다. 이때 토마스와 코비는 약 20분간 이야기를 나눴다. 당시 토마스는 “내 인생에서 가장 기분 좋은 대화였다”고 말할 정도로 그 시간을 즐겼다.

당시 코비는 토마스에게 앞으로 커리어를 이어나갈 때 필요한 마음가짐 등을 알려줬다. 남들 신경을 쓰지 말고 자신의 것만 집중하라는 이야기가 주요 내용이었다. 이에 토마스는 “관중을 보지 않겠다. 언론도 신경 쓰지 않겠다. 그저 나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나만의 것에 온 힘을 쏟고 집중하겠다”라고 의지를 보였다.

이어 “코비는 나에게 ‘만약 상대를 수비하는 방법을 알고 싶으면 나에게 말하라. 나는 모든 선수의 수비법을 알고 있다’고 했다”라며 “나는 7살 때부터 그의 플레이를 보고 자랐다. 그와 함께 이야기 나눈 시간 자체가 정말 소중했다”며 감격했다.

그가 어렸을 때부터 코비의 팬인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는 지난 2016년 11월 코비와의 감격스러운 첫 만남에 대해 밝혔다.

“새크라멘토 킹스 시절 LA 레이커스와 트레이닝 캠프 때 맞붙었다. 당시 상대는 나를 두고 항상 포스트업을 시도했는데, 내가 곧잘 막았다. 자신감이 넘쳤다. 벤치에서 쉬고 있었는데, 선수 교체 명령이 떨어졌다. ‘누가 코비를 막지’라는 생각을 하면서 코트에 들어서는 순간, 폴 웨스트팔 감독이 나보고 코비를 막으라고 했다.”

“내가 코트에 들어서자 코비가 공격을 시작했다. 나를 앞에 두고 3번 연속 아이솔레이션으로 공격을 시도했다. 그것도 포스트업이었다. 모두 득점에 성공한 건 당연했다. 그래도 나는 웃을 수밖에 없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선수와 맞붙다니’라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 내가 상대에게 득점을 허용하고 웃은 첫 번째 경험이었다. 믿기지 않은 상황이었다.”

BOX | 코비의 멘토
코비의 멘토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은 마이클 조던이다. 어렸을 때부터 조던의 플레이를 보고 따라 하며 실력을 키운 것은 많이 알려진 이야기다.

그렇다면 은퇴 이후 코비의 멘토는 누구일까. 코비는 제2의 인생을 ‘영상 제작’으로 보내는 중이다. 그동안 많은 관심이 있었던 분야. 직접 스토리를 쓰고 이를 영상화하는 데 관심이 많다. 그는 해당 분야의 여러 작가들을 동경한다. 특히 조지 R.R. 마틴을 멘토로 삼고 있다.

마틴은 [얼음과 불의 노래(A Song of Ice and Fire)] 저자로 유명하다. SF 작가로서 엄청난 커리어를 쌓아온 인물이다.

코비는 최근 마틴과 만났다. 같이 찍은 사진을 SNS에 올리면서 “나의 뮤즈로부터 스토리텔링에 대해 배웠다”라고 글을 남겼다. 코비는 미국드라마 ‘왕자의 게임’의 광팬으로 알려졌다. 왕자의 게임 원작 얼음과 불의 노래의 저자 마틴에 대한 존경심이 큰 것은 당연하다.

실제로 코비는 SI와의 인터뷰에서 집에서 온종일 왕자의 게임을 시청할 때가 많다고 밝혔다. 그의 아내 바네사도 마틴에게 사인을 받았을 정도로 부부가 그의 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