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호] 정관장의 새로운 지휘자, 유도훈 감독

2025-06-21     이동환 기자

 

정관장이 새 사령탑을 임명했다. 전자랜드, 가스공사를 거치며 산전수전을 겪은 유도훈 감독이다. ‘6강 제조기’라는 별명으로도 불리는 유도훈 감독은 2007-2008시즌에는 정관장인 전신인 KT&G 카이츠를 직접 이끌었던 경험도 있다. 17년 만에 안양으로 돌아온 유도훈 감독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본 인터뷰는 지난 5월 중순 진행됐으며, 루키 2025년 6월호에 게재됐습니다.

 

 

17년 만의 컴백

지난 4월 29일이었다. 김상식 감독과 결별을 택한 정관장이 빠르게 새로운 사령탑을 임명했다. 그 주인공은 다름 아닌 유도훈 감독. 2년 전 프로 무대를 떠나 야인으로 남아 있던 유도훈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긴 것이다.

유도훈 감독의 현장 복귀는 2023년 이후 2년 만이다. 그리고 안양과 다시 인연이 닿게 된 것은 무려 17년 만이다. 유 감독은 2007-2008 시즌 안양 KT&G 카이츠의 사령탑으로 감독 커리어를 시작했다. 이후 전자랜드와 한국가스공사에서 지휘봉을 잡으며 통산 403승을 기록했다.

“처음에 구단으로부터 연락을 받았을 때는 몽골 쪽의 행사를 갈 계획을 잡고 있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구단에서 연락이 오더라고요. 관계자를 만나서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제의를 주셨고, 저 역시 해보겠다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사실 좀 갑자기 이뤄진 결정이지만 현재 정관장에 있는 선수들은 2년 전까지만 해도 코트에서 많이 지켜보고 맞붙었던 선수들이니까요. 그런 부분을 다 알고 있기 때문에 큰 걱정은 하지 않고 제의를 수락하게 됐어요.”

정확히 2년 만의 컴백. 그동안 유도훈 감독은 꾸준히 휴식을 가지며 혼자 보내는 시간이 늘어났다고 한다.

“2년 전에 야인이 됐을 때는 일단 좀 많이 쉬려고 노력을 했어요. 하지만 아무래도 평생을 농구인으로 살다 보니까 또 농구가 그리워지고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못 뵀던 지인들도 뵙고 농구대회가 있으면 지인들 찾아가서 만나고 그랬습니다. 이전에 생겼던 인연으로 재능기부 형식으로 인스트럭터 역할도 해봤고요.”

“사실 쉬면서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어요. 이전에는 감독 생활을 하다 보니 선수도 상대하고 코치도 상대하고 그런 일들이 일상이었죠. 20년 이상을 전쟁터 같은 프로 무대 안에 있다가 갑자기 밖으로 나오니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나더라고요. 그렇게 농구를 보니 안에서 보는 것과 밖에서 보는 게 차이가 있다는 걸 느꼈어요. 그래서 오히려 공부를 더 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어떤 지도자든 공부는 계속해야 하고 새로운 도전도 해야 하니까 그 부분에 충실하려고 했죠. 그렇게 지내다가 이렇게 갑자기 제게 감독이라는 중책을 구단에서 주셔서 책임감이 큽니다.”

 

 

변화

유도훈 감독이 처음 안양의 지휘봉을 잡았던 17년과는 많은 것이 달라졌다. 농구도 달라졌고, 그걸 받아들이는 선수들도 달라졌다. 프로 감독들의 지도 스타일도 변화하는 것은 당연한 일. 과거 터프하고 끈끈한 농구를 앞세웠던 유도훈 감독도 새 시즌 정관장에서는 조금 다른 모습을 보여줄 계획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요즘 세대의 선수들은 좀 다르다는 생각이 들어요. 예전에는 감독이 그 경험을 바탕으로 그냥 이야기만 해도 받아들였다면, 지금은 그거를 편집된 동영상으로 보여주고, 기록이나 데이터를 통해 그걸 이해시켜야 하는 시대거든요. 그래서 그런 부분을 좀 만들어가려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터프하고 선 굵은 농구를 한다는 평가도 있고 6강 이야기도 있지만 사실 저는 기본에서 화려함이 나온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결국 지금 세대의 선수들에게 그걸 어떻게 이해시킬 수 있을지가 관건이죠. 제가 노력해야 하는 부분입니다. 지금도 훌륭한 선수들이 많지만 어떤 선수든 장점과 단점은 있잖아요. 그걸 잘 활용하고 보완할 수 있게끔 선수에 맞게 디테일한 코칭을 하거나 자유를 주고 집중력을 요구하는 식으로 해보려고 합니다.”

정관장이 유도훈 감독을 임명하면서 가장 기대한 부분은 그의 육성 능력이다. 정관장 관계자는 “유도훈 감독님은 오랜 코치 시절부터 감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선수와 지도자를 육성해오신 분이다. 그간의 업적과 지도 철학을 높이 평가했으며, 풍부한 경험과 노하우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유도훈 감독은 “프로는 감독과 선수가 비즈니스로 함께 가는 곳이니 성장도 성장이지만 어쨌든 결과가 따라주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선수들을 더 좋은 선수로 만들기 위해서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 선수가 성정하는 경우가 있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같이 일하던 매니저나 지도자들이 코치가 되고, 감독이 되고, 전력 분석이 되는 경우도 나왔고요. 그러다 보니 그런 이야기가 나온 것 같아요. 하지만 일단 감독이라면 가장 우선적인 것은 성적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우리가 이제 최승태 수석 코치, 이대혁 전력 분석 코치와 함께 하게 되는데 저와 코치들이 서로를 더 잘 알게 되면 팀을 잘 이끌 수 있을 것 같아요. 그 부분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새로운 구상

지난 시즌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둔 정관장이다. 시즌 개막 전까지만 해도 6강이 어렵다는 평가를 받았고, 시즌 중반까지는 10연패에 빠지며 최하위에 머물렀다. 하지만 이후 놀라운 반등에 성공했고 6강 진출에도 성공했다.

이제 유도훈 감독에게 새로이 지휘봉을 맡긴 정관장은 더 높은 곳을 바라본다. 국가대표 가드 변준형, 박지훈 그리고 국가대표 빅맨 김종규가 있으니 분명 기대치를 높여볼 만하다.

일단 한 해 농사를 결정짓는 외국선수와 아시아쿼터 쪽을 결정하는 것이 최우선이 될 것이다.

“일단 요즘은 조니 오브라이언트가 오기 전 우리 팀의 기록들, 온 후의 우리 팀의 기록들을 체크를 했습니다. 다만 단순 승률만 보는 것이 아니라 비디오도 보면서 어떤 것들이 좋았고 어떤 것들이 안 좋았는지 체크를 하고 있어요. 선수들에게도 이야기를 물어보고 있고요. 지금으로서는 오브라이언트와 재계약을 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습니다. 다만 이게 저희 마음대로 되는 부분이 아니긴 합니다. 그래서 혹시나 재계약이 안 됐을 경우에 괜찮은 1옵션 외국선수가 있는지 분석을 하고 있어요.”

“아시아쿼터 쪽은 추천을 받아서 몇 명을 좀 체크를 했습니다. 사실 시간이 되면 필리핀에 직접 가서 보려고 했는데 현지 사정 때문에 가지는 못했고요. 일단 지금 볼 핸들러 타입을 데려오면 박지훈, 변준형의 활용도나 이 선수들과의 공존에 어려움이 있을 것 같긴 해요 그래서 볼 핸들러보다는 코너에서 공간을 넓혀줄 수 있는 슛 능력이 있는 선수가 필요해보여요. 일단 우리 팀이 아반도와 하비 고메즈 모두 우선 계약이 가능한 상태이긴 합니다. 일단 아반도를 우선순위에 두고 있지만 고민을 더 해봐야 할 것 같아요.”

(5월 말 정관장은 조니 오브라이언트와 하비 고메즈를 모두 재계약하며 지난 시즌의 1옵션 외국선수-아시아쿼터 조합을 기본적으로 유지하게 됐다.)

“사실 지난 시즌 정관장 경기를 아직 많이는 못 봤어요. 다만 제 생각엔 외국선수를 인사이드에 세워놓고 하는 농구보다는 빠른 농구, 2차 속공을 활용한 농구를 하고 싶어요. 그리고 코트를 넓게 쓰고 변준형, 박지훈의 위력을 극대화하는 농구도 추구하고 있습니다. 그 부분을 위해서 FA 시장에서 포워드 라인에 대한 보강도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내부 자원들의 성장 역시 기대되는 부분이다. 1순위 신인 박정웅, 지난 시즌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인 가드 소준혁, 그리고 상무에서 전역해 스텝업에 성공한 한승희에 대해 유도훈 감독 역시 기대감을 갖고 있다.

“한승희 선수랑 미팅을 했어요. ‘네가 많은 감독들이 찾는 선수가 됐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죠. 지금으로서는 한승희는 김종규의 백업 카드 정도라고 할 수 있어요. 하지만 예전에도 3.5번으로 뛰었던 경험이 있고 과거에 저와 함께 했던 이현호처럼 1번부터 5번까지 다 수비할 수 있는 선수가 됐으면 하는 마음이 있어요. 그래서 포지션 변경을 두려워하지 말자고 이야기했어요. 볼이 없는 선수를 따라다니는 수비를 하는 부분을 키워달라고 숙제를 줬습니다.”

“박정웅의 경우 아직 몸이 좀 약하고 파워도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다만 지난 시즌은 비시즌 운동을 함께하지 못하고 바로 합류한 거잖아요. 그래서 이번 비시즌을 통해서 얼마나 성장하느냐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시도를 계속 해봤으면 좋겠어요. 무서움을 모르고 덤볐으면 합니다. 포지션에 대한 이야기를 박정웅 선수와 이야기를 나눴는데 슈팅가드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더 지켜보면서 저도 박정웅이라는 선수에 대해 공부하려고 합니다. 다만 어린 선수인 만큼 가장 우선적인 것은 멘탈인 것 같아요. 형들을 상대로 도전하고 싸우려는 마음가짐이 필요합니다.”

“소준혁은 저도 경기를 지켜봤는데 ‘작은 김영현’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김영현 같은 터프한 선수로 클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단 슛도 있고 볼 없는 쪽에서의 수비, 스페이싱에 대한 이해도만 높이면 괜찮을 것 같습니다. 소준혁은 이미 멘탈적으로는 잘 만들어져 있는 선수가 아닐까 싶어요.”

안양으로 돌아온 유도훈 감독의 새 시즌 목표는 더 나은 성과를 내는 시즌을 보내는 것이다.

“일단 지난 시즌보다는 잘하고 싶어요. 제가 17년 만에 안양에 왔는데 그 사이 안양이 우승도 많이 하고 명문구단이 돼 있었습니다. 안양 팬들이 즐겁고 행복하게 지켜볼 수 있는 팀을 만들고 싶습니다. 그러러면 성적이 첫 번째이고 그걸 위해서 전력보강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외국선수까지 정해지는 걸 봐야겠지만, 4강이든 그 이상이든 꾸려진 전력을 보고 목표를 잡으려고 합니다.”

사진 = 이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