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ce To Face] ‘KBL 공인’ 믿고 보는 선수, 삼성 리카르도 라틀리프 ①

2017-07-17     구새봄 아나운서

[루키=편집부/구새봄 아나운서] 이번 인터뷰이는 사실 오래전부터 정해져있었다. 다만 언제 하느냐의 문제였을 뿐! 그는 KBL에서 활약하는 외국인 선수 중 가장 뛰어난 기량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평가를 받는 선수 중 한 명이며, 한국 여권이 가지고 싶다고 이야기를 해 농구계를 발칵 뒤집어 놓기도 했다. 바로 서울 삼성 썬더스의 리카리도 라틀리프.

하지만 지난 3시즌 동안 인터뷰를 해본 입장에서 라틀리프는 가장 피하고 싶은 선수 중 한명이었다. 질문을 하면 단답형으로 대답하기 일쑤고, 한번은 인터뷰를 거절 당한적도 있기 때문에 선뜻 인터뷰의 주인공으로 선택할 용기가 나질 않았다. 

하지만 이번 인터뷰 이후에  내가 가지고 있던 라틀리프에 대한 선입견은 눈 녹듯 사라졌다. 심지어 인터뷰를 왜 진작 하지 않았을까 후회도 됐고, ‘너무 섣불리 그에 대해 판단하고 있었구나’ 하는 반성도 하게 됐다. 그만큼 이번 인터뷰는 매우 진솔하고 새로운 라틀리프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 자신 있게 얘기한다. 

영어 인터뷰의 묘미를 살리고, 현장의 분위기를 최대한 반영하기 위해 인터뷰는 반말로 구성합니다.해당 기사는 <더 바스켓> 2017년 4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추가/각색했습니다. 

#육상 선수, 농구 선수가 된 이유
라틀리프가 육상선수였다는 사실은 그의 팬이라면 다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그는 코트에서 지치는 법이 없다. 타고난 하드웨어, 그리고 4쿼터를 모두 뛰고도 지치지 않는 체력은 라틀리프의 트레이드마크다. 그런 그가 육상을 그만 두고 농구 선수가 된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놀랄 만큼 솔직했던 ‘라틀리프가 농구선수로 전향한 이유’를 지금 공개한다.

구새봄(이하 ‘새봄’): 육상은 언제부터 한 거야?
리카르도 라틀리프(이하 ‘라틀리프’): 4학년쯤부터 시작한 것 같아.
새봄: 육상을 왜 시작했는데?
라틀리프: 그냥 체육선생님이 내가 달리기가 빠르니까 육상부에 들어오라고 권유했어. 
새봄: 육상도 종목이 다양하잖아. 주력 종목은 뭐였어?
라틀리프: 100m, 200m, 400m처럼 단거리 종목이 주력 종목이었고, 그 중에서도 200m가 제일 강했어.
새봄: 요즘도 종종 쉬는 날에 조깅이나 달리기를 해?
라틀리프: 말도 안 돼! 힘들어 죽겠는데 왜 뛰어? ㅋㅋㅋㅋㅋ 시즌 중에는 연습이랑 시합 뛰는 걸로 충분해. 다만 몸이 안 좋아졌다고 느껴지거나, 운동을 해야겠다고 느끼면 스프린트 정도는 할 때도 있어. 

새봄: 그래, 바보 같은 질문이었어. 인정! 자, 그럼 육상 선수였을 때 기록이 어땠는데?
라틀리프: 정확히 기억이 안 나는데, 초등학생 때 성적이 100m 13초대였나? 말하고 보니 왜 이렇게 느리게 느껴지지? 하여튼 대회에 나가기만 하면 메달이랑 트로피를 진짜 많이 받았어. 뭐... 또래 중엔 제일 빠른 편이였어.
새봄: 그렇구나. 육상을 하면서 생긴 에피소드 같은 건 없어?
라틀리프: 왜 없겠어? 대회 날이었는데, 나는 먼저 골인해서 트랙에 앉아서 숨을 돌리고 있었는데, 다른 친구가 속도를 제어하지 못해서 나를 덮친 적이 있었어. 그때 사고로 내 다리에 흉터가 생겼지. 육상 신발에는 스파이크가 달려 있잖아. 그게 정말 위험하거든. 그런데 그날 나 메달을 두 개나 땄다! 그래서 기분 좋은 흉터라고 할 수 있지.

새봄: 그럼 농구는 언제부터 시작했어?
라틀리프: 6학년 때. 처음에는 그냥 친구들이랑 방과 후 노는 수준이었고, 정식으로 팀에 들어간 건 8학년! (한국으로 치면 중학교 2학년)
새봄: 농구를 처음 시작했을 땐 어땠어? 육상이랑은 또 다르잖아?
라틀리프: 정말 실력이 빨리 늘었어. 육상에서 배웠던 것들이 많은 도움이 되더라고. 달리기도 다른 친구들보다 빨랐고 체력도 좋았지. 그리고 페이스 조절하는 법을 아니까 코트에서 쉽게 지치지 않는 기술을 가지고 있었어. 결국은 육상을 했던 게 지금 농구를 하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는 거야.

새봄: 육상이랑 농구의 가장 큰 차이점은 뭐라고 생각해?
라틀리프: 육상은 0.0001초의 기록으로도 희비가 갈리지만 농구는 상대적으로 더 많은 기회를 얻지. 경기에서 한번 지더라도 다음 경기에서 만회할 기회가 있잖아. 음... 또 뭐가 있을까? 아! 농구는 매치업 상대가 나보다 더 많은 득점을 한다고 해도 우리 팀이 이기는 경우도 많지만, 육상은 누군가한테 지면 그냥 끝이야. 하지만 분명이 공통점도 있어. 
새봄: 공통점? 뭔데?
라틀리프: 둘 다 강철 멘탈이 필요하고, 에너지 소모가 많지.
새봄: 그래서 넌 육상이 더 좋아 아니면 농구가 더 좋아?
라틀리프: 난 농구가 더 좋아. 왜냐하면 단순히 달리기만 하는 게 아니라 더 다양한 요소들이 많으니까. 슛도 쏴야하고, 리바운드도 해야 하고, 수비도 해야 하고... 한마디로 스킬이 더 많이 필요한 종목이라서 더 재미있는 것 같아.

새봄: 농구는 다섯 명이 하는 거고, 육상은 개인종목이잖아. 너 혼자 아무리 잘해도 팀이 못하면 질수도 있는데, 그래도 괜찮아?
라틀리프: 어! 그래서 농구가 더 좋은 것 같아. 농구를 통해 삶을 배울 때가 많거든. 다섯 명이 공 하나를 나눠(share)써야 한다는 것도 그 중 하나지. 또 팀이라는 건 한 가족과도 같다고 생각해. 아버지가 가족을 돌보고 아이들은 아버지의 말을 들어야 하는 것처럼, 코칭스태프들과 선수들의 관계도 마치 가족과 같지 않아?
새봄: 뭔가 철학적인데? 그런데 육상은 왜 그만 둔거야?
라틀리프: 부양해야 할 가족이 있거든. 난 어려서부터 홀어머니 밑에서 자랐어. 육상선수는 돈을 벌기가 힘드니까 전향할 수밖에 없었어. 사실 육상선수로서의 미래는 한정적이잖아. 올림픽에 나가서 메달 따는 것 밖에 없으니까. 근데 농구는 NBA에도 갈 수 있고, 꼭 NBA에 가지 않더라도 유로 리그 등 다른 곳에서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농구로 전향하게 됐어. 

②편에서 계속...
사진 : 박진호 기자, KBL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