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환의 앤드원] 작전판: SGA의 리듬을 망치다! 인디애나의 3차전 수비는 무엇이 달라졌나
인디애나가 3차전을 잡아내며 다시 시리즈 리드를 가져갔다. 그 바탕에는 1-2차전과 달라진 수비 기조가 있었다.
인디애나 페이서스는 12일(이하 한국시간) 인디애나 게인브릿지하우스에서 열린 2025 NBA 파이널 3차전에서 116-107로 승리했다.
원정에서 열린 첫 2경기를 1승 1패로 마무리한 인디애나는 3차전을 잡아내며 창단 첫 우승에 단 2승 차이로 다가섰다.
2차전에서 16점 차 완패를 당했던 인디애나는 3차전에서 어떻게 반격에 성공한 것일까?
여러가지 요인이 있지만 그 중 하나는 오클라호마시티의 에이스 샤이 길저스-알렉산더에 대한 수비 변화였다.
1-2차전의 SGA 2대2 대응법: 압박&드랍
1차전과 2차전에서 인디애나는 샤이 길저스-알렉산더를 위한 오클라호마시티의 드래그 스크린*¹ 2대2 혹은 픽앤롤에 대해 일관된 수비 기조를 가져갔다.
먼저 핸들러 수비수(앤드류 넴하드 등)는 하프라인부터 길저스-알렉산더에게 강하게 붙으며 압박하고, 스크린에 대해서는 위로 지나가며 길저스 알렉산더를 따라가는 수비를 했다.
그리고 스크리너 수비수(마일스 터너, 파스칼 시아캄 등)는 자신이 마크하는 스크리너보다 두세발짝 아래에서 하이 드랍*² 수비를 하거나, 스크리너와 거의 동일한 선상까지 올라오는 레벨 수비*³ 를 펼쳤다.
*¹ 드래그 스크린(drag screen): 탑과 하프라인 사이의 높은 위치에서 빠르게 세팅되는 볼 스크린
*² 하이 드랍(high drop coverage): 스크리너 수비수가 비교적 높은 위치에서 드랍 수비를 펼치는 것
*³ 레벨 수비(at the level): 스크리너 수비수가 스크리너와 동일한 위치까지 올라와서 자리를 잡는 수비.
위 캡쳐 화면을 보면 1-2차전에서 인디애나가 샤이 길저스-알렉산더의 2대2에 대해 어떤 수비를 가져갔는지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스크리너 수비수들이 모두 높은 위치에서 처져서 길저스-알렉산더의 돌파를 기다리거나, 스크리너 위치 정도까지만 올라오는 모습이다.
하지만 인디애나의 이 같은 2대2 수비 기조는 1-2차전에서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오클라호마시티는 스크린의 각도를 바꾸는 플립 스크린, 핸들러 수비수의 등 뒤에서 수평하게 거는 플랫 스크린, 스크린을 거는 척하다가 빠져나가는 고스트 스크린을 다양하게 활용했고, 이를 통해 길저스-알렉산더가 다양한 방향 전환과 스플릿 더 디펜더*¹ 와 같은 돌파 기술로 인디애나 수비를 농락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그 결과 길저스-알렉산더는 1, 2차전에서 도합 72점을 폭격했다.
인디애나의 2대2 수비가 완전히 농락당한 것이다.
*¹ 스플릿 더 디펜더(split the defenders): 핸들러가 스크린을 받은 후 핸들러 수비수와 스크리너 수비수 사이의 빈틈을 순간적으로 찢고 들어가 돌파하는 움직임을 의미한다.
[이동환의 앤드원] 작전판: SGA는 어떻게 파이널을 폭격할까? 플랫 스크린의 마법
https://m.sports.naver.com/basketball/article/398/0000089776?type=series&cid=1361
3차전의 SGA 2대2 대응법: 트랩 섞기
인디애나의 수비 변화는 3차전부터 곧바로 시작됐다. 일명 'SGA 리듬 죽이기'였다.
3차전부터 인디애나는 스크리너 수비수가 핸들러 수비수와 함께 샤이 길저스-알렉산더를 강하게 압박하는 트랩 수비를 섞어주기 시작했다.
3차전의 위 장면들을 보면, 길저스-알렉산더의 2대2 게임에 대해 인디애나의 스크리너 수비수들이 1-2차전에 비해 훨씬 더 적극적으로 앞으로 튀어나와 길저스-알렉산더를 강하게 압박하는 모습이 나온다. 핸들러 수비수와 함께 아예 트랩을 하기도 한다.
스크리너 수비수들의 위치가 더 위로 올라가고 압박 강도가 강해지면서, 길저스-알렉산더의 공격 리듬이 무너졌다.
길저스-알렉산더는 1-2차전처럼 여유 있게 미드레인지 공간에서 풀업 점퍼를 꽂거나 스플릿 더 디펜더 기술을 활용해 림을 어택하는 상황을 자주 만들지 못했다.
심지어 3차전에서 인디애나는 길저스-알렉산더의 베이스라인 포스트업 1대1에 대해서도 변화를 줬다.
별다른 도움 수비 없이 1대1로 막으려고 했던 1-2차전과 달리, 3차전부터는 적극적으로 더블 팀을 들어가는 모습이 여러차례 나왔다.
인디애나가 3차전 내내 길저스-알렉산더에게 트랩을 간 것은 아니다. 하지만 1-2차전에서 압박&하이 드랍으로 일관된 수비를 가져갔던 것과 달리 3차전부터는 위 장면처럼 트랩을 섞어주고 레이트 스위치*¹도 적극적으로 사용하면서 길저스-알렉산더의 공격 리듬을 망쳐놓았다. 이 같은 수비 변화는 제일런 윌리엄스에게도 그대로 적용됐다.
3차전에서 오클라호마시티는 인디애나의 수비 변화로 인해 길저스-알렉산더의 손에서 공이 떠나는 상황이 많아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스크린에 이은 숏 롤*² 이후에 볼을 받는 쳇 홈그렌 혹은 아이재아 하텐슈타인 같은 스크리너의 손에서 시작되는 다음 공격의 효율이 좋지 못하면서 1-2차전의 강력했던 화력이 사그라드는 상황이 벌어지고 말았다.
*¹ 레이크 스위치(late switch): 스크리너 수비수가 핸들러 앞에 자리를 잡고 헷지하는 동작을 가져가며 버티다가 자연스럽게 핸들러 수비수와 매치업을 바꾸는 스위치. 스위치가 비교적 늦은 타이밍에 이뤄진다고 해서 레이크 스위치라고 부른다.
*² 숏 롤(short roll): 스크리너가 스크린을 선 후 짧게 롤하는 것을 의미. 트랩이나 스위치의 허점을 공략하는 대표적인 동작이다.
3차전에서 가져간 수비 변화가 대성공을 거둔 만큼, 4차전에서도 인디애나는 오클라호마시티의 2대2 공격을 상대로 트랩, 스위치를 섞어가며 변화무쌍한 수비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
3차전에서 인디애나의 새로운 패를 확인한 오클라호마시티가 어떤 반격 카드를 가지고 나올지 궁금하다.
사진 = 로이터/뉴스1 제공, NBA 중계화면 캡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