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환의 앤드원] 작전판: SGA는 어떻게 파이널을 폭격할까? 플랫 스크린의 마법

2025-06-11     이동환 기자

 

오클라호마시티 썬더와 인디애나 페이서스의 2025 NBA 파이널이 중반으로 향하고 있다.

오클라호마시티에서 열린 첫 2경기가 마무리된 가운데, 현재 두 팀은 1승 1패로 팽팽히 맞서고 있다.

1차전에서 나온 할리버튼의 기적적인 역전 위닝샷과 인디애나의 뒤집기 승리에도 불구하고, 이번 파이널에서 가장 빛나고 있는 선수는 샤이 길저스-알렉산더다.

정규시즌과 플레이오프 내내 자유투 유도 논란으로 비판받았던 길저스-알렉산더는 생애 첫 파이널 첫 2경기에서 무려 72득점을 폭격했다. 최고의 무대를 지배하고 있는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길저스-알렉산더의 1-2차전 누적 72득점은 NBA 역대 1위 기록이기도 하다. 생애 첫 파이널 2경기에서 길저스-알렉산더보다 많은 득점을 기록한 선수는 이제 NBA 역사에 없다.

2001년 파이널에서 전설적인 활약을 펼치며 NBA 팬들의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들었던 앨런 아이버슨의 71득점이 종전 기록이었다.

SGA의 첫 파이널 2경기 기록
1차전: 38점 5리바운드 3어시스트 3스틸, 야투 14/30
2차전: 34점 5리바운드 8어시스트 4스틸, 야투 11/21

NBA 역대 생애 첫 파이널 2경기 누적 득점 순위
1. 샤이 길저스-알렉산더(2025): 72점
2. 앨런 아이버슨(2001): 71점
3. 마이클 조던(1991): 69점
4. 니콜라 요키치(2023): 68점
4. 케빈 듀란트(2012): 68점

 

 

이번 파이널에서 오클라호마시티를 만난 인디애나는 앤드류 넴하드, 애런 니스미스 등 끈끈한 수비력을 갖춘 자원이 있는 팀이다. 그럼에도 길저스-알렉산더에게 수비가 사실상 폭격당하고 있다. 이유가 뭘까?

이번 파이널에서 샤이 길저스-알렉산더는 하프라인을 넘어올 때 자신에게 세팅되는 드래그 스크린과 매우 높은 위치에서 동료들이 세팅해주는 하이 볼 스크린을 활용해 인디애나 수비를 마음껏 농락하고 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오클라호마시티는 무기 하나를 섞어 쓰고 있다. 바로 플랫 스크린이다.

 

플랫 스크린의 개념에 대해 먼저 알아보자.

플랫(flat)은 '수평의' 혹은 평평하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스크린을 서는 스크리너의 몸 각도가 핸들러 수비수와 몸 각도와 수평을 이룰 때 우리는 이를 플랫 스크린'이라고 부른다.

일반적인 스크린은 스크리너의 가슴이 핸들러 수비수의 어깨 방향을 덮는 식으로 세팅된다. 그래야 수비수의 사이드스텝 동선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플랫 스크린은 성격이 많이 다른 '별종'이다.

플랫 스크린의 목적은 수비수의 길목을 막아 핸들러의 돌파 동선을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핸들러 수비수의 좌측도, 우측도 아닌 등 뒤에서 스크린을 걸어버림으로써, 핸들러 수비수와 스크리너 수비수가 핸들러의 돌파 방향을 예측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데 있다.

수비를 헷갈리게 만들고 혼란스럽게 만드는 것이다.

이 같은 플랫 스크린은 좌우 돌파를 가리지 않고, 방향 전환에 능하고, 수비수의 역동작을 활용하는 기습적인 돌파에 능한 핸들러일수록 더더욱 그 이점을 활용할 수 있다.

그리고 샤이 길저스-알렉산더는 이에 딱 맞는 공격수다.

길저스-알렉산더는 평소 좌우 돌파를 고르게 활용하고 방향 전환 능력이 매우 뛰어난 핸들러다. 돌파 능력은 말할 것도 없이 리그 최고 수준이다.

 

경기 장면을 통해 확인보자. 길저스-알렉산더가 볼을 몰고 하프라인을 막 넘어오고 있고, 아이재아 하텐슈타인이 스크린을 걸어주기 위해 높은 지점으로 뛰어간다.

 

그런데 핸들러 수비수에게 접근하는 하텐슈타인의 몸 각도가 독특하다.

핸들러 수비수의 옆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핸들러 수비수의 시야가 닿지 않는 등 뒤에서 몸을 수평으로 만들며 스크린을 세팅하려는 것이 보인다. 플랫 스크린이다.

 

위와 같이 핸들러 수비수에게 더 가까이 접근했을 때도 하텐슈타인의 몸 각도는 핸들러 수비수와 평행을 이루고 있다.

이때 하텐슈타인을 막는 스크리너 수비수(보라색)의 위치를 주의깊게 보자. 플랫 스크린으로 인해 길저스-알렉산더의 돌파 방향을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이고, 일단 길저스-알렉산더의 왼쪽이라고 생각하고 자리잡는 것이 보인다.

 

 

하지만 스크리너 수비수의 위치를 확인한 길저스-알렉산더는 크로스오버 드리블을 통해 기습적으로 오른쪽으로 돌파한다.

핸들러 수비수는 크로스오버 드리블에 역동작에 걸렸고, 스크리느 수비수는 엉뚱한 곳에 수비 위치를 잡으면서 길저스-알렉산더를 순식간에 놓쳐버렸다.

 

결국 길저스-알렉산더는 쉽게 페인트존으로 진입하며 돌파에 성공한다.

 

또 다른 공격 장면에서도 마찬가지 상황이 벌어진다.

위 장면에서 길저스-알렉산더는 높은 위치에서 볼을 핸들링하고 있고, 슈터 아이재아 조가 스크린을 세팅하는 스몰-스몰 2대2가 시작된다.

이때 스크리너인 아이재아 조의 스크린 각도를 주목하자. 핸들러 수비수와 역시 평행을 이루며 스크린을 세팅하는 것이 보인다.

이로 인해 스크리너 수비수인 타이리스 할리버튼(보라색 네모)는 길저스-알렉산더의 돌파 방향을 예측하기 어렵고, 일단 아이재아 조의 등 뒤에 자리를 잡고 길저스-알렉산더의 움직임을 주시한다.

결국 길저스-알렉산더는 좌우 어느 쪽으로든 돌파할 수 있는 자유를 얻게 된다.

길저스-알렉산더가 가속을 붙으며 왼쪽으로 돌파를 시작한다. 이때 스크리너 수비수인 할리버튼은 길저스-알렉산더의 돌파 방향을 오른쪽이라고 예측하고 위치를 잘못 잡은 상태다. 플랫 스크린의 장점이 그대로 나오는 장면이다.

핸들러 수비수인 앤드류 넴하드가 대단한 반응 속도와 사이드스텝으로 돌파 동선을 저지하지만, 길저스-알렉산더가 순간적인 스텝백으로 넴하드의 수비를 제쳐버린다. 결국 길저스-알렉산더가 스탭백 3점을 터트린다.

오클라호마시티는 이처럼 플랫 스크린을 수시로 활용해 샤이 길저스-알렉산더에 대한 인디애나 수비의 압박과 대처를 무력화하고 있다.

여기에 쳇 홈그렌, 하텐슈타인이 순간적으로 스크린의 방향과 각도를 바꾸는 플립 스크린*¹ 을 세팅하거나 크고 작은 스크리너들이 스크린을 가는 척하다가 옆으로 빠져버리는 고스트 스크린*² 동작을 가져가면서 인디애나 수비수들이 길저스-알렉산더의 돌파를 제어하지 못하도록 만들고 있다.

*¹ 플립(flip)은 '뒤집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스크리너가 핸들러 수비수의 몸 각도와 움직임에 맞춰 기습적으로 스크린의 방향을 좌에서 우로, 혹은 우에서 좌로 바꾸는 것을 플립 스크린이라고 부른다. 과거 클리블랜드의 앤더슨 바레장이 잘 활용했다고 해서 '바레장 스크린'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² 고스트(ghost)는 '유령'이라는 의미다. 스크린을 서는 척하다가 갑자기 사라지는 동작을 고스트 스크린이라고 부른다. 최근 NBA에서는 다양한 사이즈의 스크리너가 고스트 스크린을 활용해 상대의 스위치 수비를 공략하거나, 핸들러 수비수의 역동작을 유발해 핸들러의 공격력을 극대화하고 있다. 고스트 스크린은 스위치 수비나 드랍 수비를 공략하는 카운터 동작으로도 유명하다.

오클라호마시티 스크리너들의 플랫 스크린을 포함한 용의주도한 스크린은 결국 길저스-알렉산더의 탁월한 개인 능력과 시너지를 일으키며 길저스-알렉산더의 득점 폭격으로 이어지는 중이다. 반대로 인디애나는 1-2차전 내내 길저스-알렉산더의 손에서 시작되는 공격을 전혀 막아내지 못하고 있다.

이제 시리즈는 3차전으로 이어진다. 인디애나는 첫 2경기처럼 샤이 길저스-알렉산더를 제어하지 못하면 1-2차전처럼 대부분의 시간 동안 경기를 끌려다닐 가능성이 있다.

인디애나의 수비 변화와 대처가 궁금해지는 3차전이다.


사진 = 로이터/뉴스1 제공, NBA 중계화면 캡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