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피디아] 슈퍼스타들의 발목을 잡은 NBA의 부상 사례 2탄
그냥 봐도 정말 재밌는 NBA, 경기장 밖에서 떠도는 여러 흥미로운 사실을 알고 나면 더욱더 NBA를 즐길 수 있다. 그래서 준비한 코너가 루키피디아다. 이번에는 NBA 슈퍼스타들의 발목을 잡은 부상 사례들을 다루는 두 번째 시간이다.
*본 기사는 루키 2025년 5월호에 게재됐습니다.
불과 2년 전 MVP를 받았던 조엘 엠비드가 1~2년이 걸릴 수 있는 수술에 들어갈 수 있다는 소식이 나왔다. 가능성이 아주 높은 이야기는 아니지만 은퇴 가능성까지도 거론될 정도로 엠비드의 부상 상태가 심각한 상황.
부상은 이처럼 NBA 슈퍼스타들의 발목을 가장 많이 잡는 변수다. 스포츠 선수에게 부상이 아예 없는 케이스를 찾는 게 훨씬 드물겠지만, NBA 역사에서 부상이 슈퍼스타들의 커리어에 큰 영향을 끼친 사례는 어떤 경우가 있을까?
플레이오프에서 나온 치명적인 부상
장기 레이스인 정규시즌에도 부상은 최대한 나와서는 안 될 악재이지만 단기전인 플레이오프의 경우 더욱 치명적이다. 단기간에 총력전을 치러야 하는 시리즈인 만큼 부상자가 나온다면 공백을 메우는 것이 상당히 어렵다.
그간 NBA 역사에서 부상이 바꿔놓은 플레이오프의 행방 사례를 찾자면 끝도 없다. 물론 부상만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요인은 아니었지만 완전체 전력으로 싸우지 못한 아쉬움만큼은 항상 남는 법이다.
비교적 최근의 사례 위주로 짚어보자면 가장 대표적인 케이스로 브루클린 네츠를 꼽을 수 있다. 브루클린은 2020-2021시즌 카이리 어빙-케빈 듀란트-제임스 하든으로 이어지는 빅3를 구축, 역대급 슈퍼팀이라는 평가와 함께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다.
1라운드에서 보스턴을 완파한 브루클린은 2라운드 상대로 밀워키를 만났다. 사실상의 동부 정상 결전으로 불린 시리즈. 하지만 브루클린은 시리즈 초반 하든이 부상으로 이탈한 것에 이어 야니스 아데토쿤보와의 충돌로 어빙마저 아웃되면서 큰 타격을 입었다.
지구 1옵션 듀란트의 원맨쇼로 시리즈를 7차전까지 끌고 갔지만 끝내 브루클린은 부상 악재를 극복하지 못했다. 부상에 한이 맺힐 수밖에 없는 이유는 분명했다. 슈퍼팀 로스터는 다음 시즌이 끝나기 전에 해체됐고, 브루클린 빅3의 최고 성적은 2021년 2라운드 진출이었다.
듀란트의 경우 2019년 플레이오프에서도 소속팀이 절망적인 부상 악몽을 경험했다. 당시 햄튼 5를 앞세운 골든스테이트는 쓰리핏 도전을 앞두고 파이널에서 토론토를 만난 상황.
그러나 역사상 가장 막강한 팀 중 하나라는 햄튼 5도 부상 앞에 장사가 없었다. 5차전에서 듀란트가 아킬레스건 파열 부상을 당한 골든스테이트는 홈에서 열린 6차전에서 탐슨마저 십자인대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심각한 전력 누수를 겪었고, 결국 2승 4패로 3년 연속 우승 도전에 실패했다.
파이널 이후 골든스테이트는 큰 후유증에 시달렸다. 장기 부상을 당한 듀란트는 FA 시장에서 브루클린 유니폼을 입었고, 탐슨은 십자인대 부상에 이어 아킬레스건까지 다치면서 긴 공백기를 가졌다. 여기에 스테픈 커리마저 2019-2020시즌 장기 결장하면서 해당 시즌 서부 최하위로 추락하는 굴욕을 경험한 골든스테이트다.
르브론 제임스의 복귀 이후 첫 시즌에 바로 파이널에 올랐던 2015년의 클리블랜드도 지독한 부상 악령에 시달린 팀이었다. 빅3의 일원인 케빈 러브가 이미 켈리 올리닉의 더티 파울로 어깨를 다쳐 파이널에 뛰지 못한 그들. 설상가상 카이리 어빙이 1차전에서 슬개건 부상을 당해 남은 시리즈에 뛰지 못했다.
홀로 고군분투하던 르브론 제임스 또한 파이널 MVP 안드레 이궈달라의 수비로 인해 위력이 반감될 수밖에 없었다. 결국 파이널 시리즈는 골든스테이트의 왕좌 등극으로 마무리됐다.
시카고 팬들은 2012년 플레이오프 1라운드 1차전을 잊을 수 없다. 당시 시카고는 빅3의 마이애미를 제치고 동부 컨퍼런스 1번 시드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며 우승 기대감을 키운 시즌이었다.
그러나 플레이오프 첫 경기부터 MVP 출신 플레이어 데릭 로즈가 전방십자인대 파열로 이탈하는 초대형 악재를 맞이했다. 에이스를 잃은 시카고는 8번 시드 필라델피아에 업셋을 당하고 말았고, 부상 여파로 로즈는 이후 두 시즌 동안 단 10경기 출전에 그쳤다.
감동 스토리? 큰 부상 이후 코트로 돌아온 선수들
큰 부상은 선수들을 좌절하게 하고, 이전의 기량으로 돌아가는 것은 상당히 힘든 일이다. 선수로서 가장 힘든 일 중 하나가 바로 재활. 팀원들이 있는 코트와 달리 혼자만의 길고 지루한 싸움을 거쳐야 하며 같은 운동을 반복적으로 해야 하기 때문.
특히 과거에는 부상 치료 과정이 현대만큼 발전하지 않아 큰 부상을 당하면 은퇴로 이어지는 경우도 더욱 허다했다. 이런 시대에 가장 성공적인 부상 극복 사례를 꼽는다면 역시 도미니크 윌킨스다.
역대 최고의 덩커 중 한 명이자 득점왕까지 차지했던 윌킨스는 1991-1992시즌에 아킬레스건 파열 부상을 당하면서 큰 시련을 겪었다. 이미 나이는 30대에 접어들었던 시점. 그러나 그는 포기하지 않고 재활 후 돌아왔고, 부상 복귀 시즌에 무려 평균 29.9점의 기록을 남겼다.
이전에도 외곽슛을 던지지 않던 선수는 아니지만 부상 이후 3점슛 빈도를 늘리는 등 플레이스타일에 변화를 가져갔다. 다만 애틀랜타 원클럽맨이었던 그는 1993-1994시즌 도중 클리퍼스로 트레이드되는 충격적인 일을 겪게 되고, 이후 커리어는 저니맨으로 마무리했다.
앞서 언급한 듀란트 또한 성공적인 부상 복귀 사례다. 2019년 파이널에서 아킬레스건이 파열된 듀란트는 한 시즌을 건너뛰며 긴 회복 기간을 가졌고, 2020-2021시즌에 돌아와 의구심을 깨며 기존의 퍼포먼스를 그대로 재현했다.
듀란트의 부상 이후 다음 경기에 큰 부상을 당했던 탐슨의 복귀 스토리는 더욱 극적이었다. 아킬레스건 파열 부상에서 복귀에 박차를 가하던 탐슨은 준비 과정에서 십자인대까지 다치면서 큰 좌절을 겪었다.
연달아 나온 대형 부상에 포기할 수도 있었지만 탐슨은 코트 복귀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았다. 그는 불굴의 의지로 다시 재활에 나섰고, 2022년 1월 10일 클리블랜드와의 경기를 통해 25개월 만에 복귀전을 치렀다.
비록 부상 전만큼의 퍼포먼스까지는 보여주지 못했지만 공백 기간을 고려하면 충분히 의미가 큰 탐슨의 컴백이었다. 그는 해당 시즌 팀이 다시 왕좌로 복귀하는 데 기여하며 커리, 그린과 함께 다시 한 번 우승의 영예를 안았다.
2014년 여름 미국 대표팀 자체 청백전 도중 나온 폴 조지의 부상은 가장 불운하고 끔찍했던 부상 장면 중 하나로 불린다. 조지는 상대 선수의 슛을 막기 위해 점프를 뜬 뒤 착지하는 과정에서 오른쪽 다리가 크게 꺾였고, 정강이가 골절되는 큰 부상을 입었다.
트라우마가 생길 법도 했지만 조지는 인내와 함께 재활을 이겨내고 코트로 돌아왔다. 이어진 시즌부터 곧바로 리그 정상급 포워드의 기량을 회복했고, 2016년에는 다시 미국 대표팀에 선발돼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슈퍼스타급 선수는 아니지만 숀 리빙스턴의 복귀 사례도 NBA 팬들에게 많은 감동을 선사했다. 상위 지명 출신 유망주였던 리빙스턴은 2007년 2월 27일 샬럿과의 경기 도중 착지가 잘못되면서 선수 생명이 위태한 수준의 끔찍한 부상을 당하고 말았다.
한 부위만이 아닌 무릎 여러 부위에 치명적인 부상을 입은 리빙스턴은 당시 의료진이 신체 절단까지 고려할 정도로 상태가 심각했다. 선수 생활은 물론 제대로 된 일상 생활까지도 장담하기 어려운 케이스였다.
하지만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오랜 시간 공백을 가진 리빙스턴이 부상을 이겨내고 NBA 코트로 돌아온 것. 복귀 이후 여러 팀을 전전하며 NBA 커리어를 이어가던 리빙스턴은 2014-2015시즌 골든스테이트 입단 이후 커리어 전환기를 맞이했다.
비록 팀의 주연은 아니었지만 주축 선수들의 뒤를 받치는 백업 요원으로서 골든스테이트 황금기에 기여했다. 알고도 못 막는 미드레인지 점퍼로 강한 인상을 남긴 그는 커리어 막판 3번의 우승을 경험했고, 큰 악재를 이겨내고 30대 중반까지 NBA에서 활약하며 많은 여운을 남겼다.
사진 = 로이터/뉴스1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