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환의 앤드원] LG의 1차전 워니 GO 봉쇄법: 더블 새깅
5일 열린 2024-2025 KBL 챔피언결정전 1차전에서 먼저 웃은 팀은 LG였다.
이날 LG는 SK를 66득점, 팀 야투율 40%로 봉쇄하는 강력한 빗장수비를 선보이며 승리를 따냈다.
특히 자밀 워니가 버티는 SK를 상대로 페인트존 득점에서 42-20으로 압승한 부분이 고무적이었다.
이날 자밀 워니는 21득점 10리바운드, 페인트존 득점 10점으로 무난한 활약을 펼쳤으나 우리가 알던 그 파괴력은 아니었다.
자밀 워니의 조용했던(?) 1차전
4강(vs KT): 27.5점 14.0리바운드 4.3어시스트, 페인트존 야투 성공 9.8개, 야투율 51.6%
챔프 1차전(vs LG): 21점 10리바운드, 페인트존 야투 성공 5개, 야투율 42.9%
1차전부터 자밀 워니를 효과적으로 막아내면서 LG는 40분 내내 안정적인 수비력으로 승리를 따낼 수 있었다.
LG는 어떻게 '워니 GO'를 봉쇄했을까? 그 비법은 2명(타마요, 유기상)의 선수가 새깅 수비를 펼치는 '더블 새깅'이었다.
정규리그 역대 최소경기 우승 팀 SK의 가장 큰 약점은 무엇일까? 바로 2번 포지션과 4번 포지션의 슈팅력이다.
최원혁, 오재현, 김태훈이 뛰는 SK의 2번 라인과 최부경이 선발로 출전하는 SK의 4번 라인은 3점슛에 확실한 약점이 있다.
LG는 '워니 GO' 봉쇄를 위해 이 부분을 적극 활용했다.
경기 시작부터 유기상을 김선형이 아닌 최원혁에게 붙였다. 그리고 탑에서 시작되는 '워니 GO'가 나올 때면 유기상과 타마요가 동시에 새깅하는 더블 새깅 수비를 펼쳤다.
이때 LG의 기본적인 수비 원칙은 다음과 같았다.
1. 최부경을 마크하는 타마요는 워니의 1대1에 대해 적극적으로 더블 팀을 가거나, 아예 페인트존 한가운데 자리를 잡는 지역방어 형태로 헬프 수비를 펼친다.
2. 최원혁을 마크하는 유기상은 과감하게 새깅 수비를 시도, 최부경(주로 덩커스팟에 위치)과 최원혁을 동시에 체크하는 겟 투(get two) 수비를 펼친다.
경기 장면을 통해 직접 확인해보자.
자밀 워니가 엘보우에서 시작된 1대1로 페인트존 안까지 밀고 들어오자 타마요가 최부경을 버리고 워니에게 더블 팀을 갔다.
이때 유기상의 위치와 움직임을 주목하자. 최원혁(왼쪽 덩커스팟)을 버리는 새깅 수비를 통해 최부경(오른쪽 덩커스팟)과 최원혁을 동시에 체크하는 겟 투 수비를 펼치는 것을 볼 수 있다.
워니가 최원혁에게 패스하자 유기상은 최원혁에게 뛰어가고, 타마요는 최부경에게 돌아가는 수비를 펼친다.
유기상의 강한 로테이션 수비에 최원혁은 슛을 던지지 못하고 결국 볼을 돌리게 된다.
위 장면 역시 마찬가지다.
SK가 오른쪽 사이드를 아예 비우고 워니의 엘보우 1대1을 시도하자, 타마요는 최부경을 버리고 페인트존 가운데 헬프 포지션에 위치한다.
그리고 유기상은 최원혁(왼쪽 윙)을 버리고 타마요의 뒤에 위치하며 최부경(타마요의 원래 마크맨)과 최원혁을 동시에 체크하는 모습이다.
워니가 최부경에게 패스하자 유기상이 최부경에게 로테이트하고, 타마요가 최원혁(45도에서 컷)에게 로테이트하면서 공격 기회를 막는다.
경기 초반부터 '워니 GO'를 통해 LG의 이 같은 수비 대형을 파악한 SK는 1쿼터 시작 후 얼마 되지 않아 오세근을 투입했다.
LG의 노골적인 더블 새깅 수비를 무너뜨리기 위해서였다. 실제로 오세근은 투입 직후 3점슛을 터트리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LG의 더블 새깅 수비는 최부경이 오세근으로, 최원혁이 오재현, 김태훈으로 바뀔 때도 그대로 유지됐다.
이날 LG는 유기상을 김선형의 강한 맨마킹 수비수로 쓰는 대신, 타마요와 함께 더블 새깅 수비수로 활용하면서 SK의 어떤 라인업을 상대로도 '워니 GO '오펜스를 효과적으로 봉쇄했다.
반면 오세근이 하필 지금 시점에 슈팅핸드 4번째 손가락을 다쳐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던 SK는 40분 내내 LG의 수비에 공격이 봉쇄됐다. 2번-4번 라인 슈팅이 약한 SK의 아킬레스건을 제대로 찌른 조상현 감독의 절묘한 전략이 제대로 통한 1차전이었다.
2차전에서 SK는 어떤 해법을 가지고 올까?
1차전 운영에 힌트가 있다. LG의 더블 새깅 수비를 확인한 전희철 감독은 이날 안영준을 3번, 김형빈을 4번으로 쓰는 라인업을 후반에 긴 시간 활용했다.
LG의 더블 새깅 수비는 결국 슈팅으로 깨부숴야 한다. 1차전에 최부경의 출전시간이 8분 31초에 머문 것도 이 때문이다. 결국 오세근, 김형빈의 슈팅이 필요하다.
또 하나 SK가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은 최원혁, 오재현을 코너와 덩커스팟에 두는 공격 형태의 변형이다.
유기상이 타마요를 도와 함께 새깅 수비를 할 수 있는 것은 최원혁과 오재현이 겟 투 수비가 용이한 코너와 덩커스팟에 위치함으로써 수비 동선을 줄여주기 때문이다.
다만 갑자기 최원혁과 오재현의 위치를 45도나 탑으로 높은 비중으로 옮기면 공격에 혼선이 생기고, 오히려 탑에 위치한 워니의 공격 공간에 악영향이 가기 때문에 이 부분도 '정도의 조절'이 필요하다. 전희철 감독이 2차전에서 어떤 대안을 가지고 올지 궁금하다.
AND ONE: 타마요가 만들어내는 효과, 그리고 정인덕
예상대로 LG 칼 타마요는 1차전부터 SK의 최부경, 오세근을 효과적으로 공략하면서 승리의 1등 공신이 됐다.
그리고 3쿼터 중반부터 SK는 안영준을 타마요에게, 오세근이나 김형빈을 정인덕에게 붙이는 변형 매치업을 사용하면서 효과를 보기도 했다.
그러나 조상현 감독은 4쿼터 승부처에서 정인덕에게 마레이와의 2대2를 적극적으로 주문하는 '심장이 큰' 선택을 하면서 결국 정인덕을 히어로로 만들었다.
과연 2차전에서는 이 같은 타마요 효과와 정인덕의 활약이 그대로 유지될까? 이 부분 역시 챔피연결정전 시리즈의 키포인트다.
사진 = KBL 제공, KBL 경기 장면 캡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