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ACH STORY] 박사에서 교사, 그리고 코치까지! SK 김재환 코치

2025-03-29     김혁 기자

SK 김재환 코치는 여타 KBL 지도자들과는 조금 다른 이력의 소유자다. 농구선수 은퇴 후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교사로 재직하던 그는 전희철 감독의 러브콜을 받고 다시 농구계로 돌아와 코치로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다. 도전의 연속이었던 김재환 코치가 걸어온 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본 인터뷰는 루키 2025년 3월호에 게재됐습니다.

농구선수 출신 박사

연세대 출신의 김재환 코치는 프로농구 황금 드래프트로 불리는 2007년 드래프트를 통해 SK에 입단했다. 데뷔 후 팀에 부상자가 많은 상황에서 식스맨으로서 존재감을 보이며 깜짝 활약을 펼쳤던 그였다. 

하지만 상무 전역 후 팀 로스터 사정도 달라졌고, 부상에 발목을 잡히면서 결국 은퇴를 결정했다. 다른 팀을 알아볼 수도 있었지만 SK에서 뛰지 못한다면 이적하더라도 사정은 비슷할 것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1년 차에 경기를 많이 뛰고 싶어서 열심히 하기도 했고 부상자가 많아서 포지션에 선수가 많이 없었어요. 그런데 상무를 빨리 다녀온 뒤로 딱 D리그가 처음 생길 때였는데 1군도 뛰고 D리그도 병행하니까 정신적으로 지쳤죠. 이렇게 해본 선배들도 없어서 멘탈을 잡아주거나 팁을 줄 사람도 딱히 없었어요. 그런 와중에 부상도 많아졌는데 제 능력이 딱 거기까지였던 것 같아요. 제가 특출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아쉬움이 있죠.”

“저를 뽑아준 SK에서 계속 선수 생활을 하고 싶었는데 팀에는 자리가 없었고 타 구단을 알아보라고 먼저 배려해 주셨어요. 하지만 저는 여기서도 벤치 신세면 다른 팀에 가도 마찬가지라 봤고 그냥 은퇴하는 게 낫겠다 싶었어요. 그래도 예쁘게 봐주신 덕분에 은퇴식을 해주셨는데 가족들도 참 좋아하셨고 저에게는 감사한 일이었죠.” 

은퇴 후 김재환 코치의 진로는 다른 선수 출신과는 사뭇 달랐다. 매니저 일과 학업을 병행하다가 학업 쪽으로 완전히 나아가기로 결정했고, 용인대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에는 프로농구 선수 출신으로는 흔치 않게 고등학교 교사가 되어 학생들을 지도하기도 했다. 

“부모님께서 교직에 계시기도 했고 은퇴하고 공부 쪽으로 가보고 싶었어요. 구단에서 제안을 해주시고 배려도 해주신 덕분에 공부와 매니저를 병행했는데 많은 경험이 됐어요. 하지만 졸업 시험에 떨어지면서 처음에 마음을 먹었던 공부로 돌아가기로 마음을 먹었죠. 그래서 당시 문경은 감독님과 전희철 코치님께 말씀을 드렸고 흔쾌히 알겠다고 해주셨는데 감사하게도 논문 쓸 때도 도움을 많이 주셨어요.”

“공부는 정말 힘들었어요.(웃음) 책을 읽고 이해했다고 페이지를 넘기면 다시 앞에 내용이 이해가 안 되는 게 너무 많았죠. 그래도 노가다처럼 우직하게 공부하면서 방법을 조금씩 터득했어요. 그리고 연세대에서 수업을 같이 들었던 선배들에게도 많이 물어보면서 어떻게든 해보니까 되긴 되더라고요.”

“사실 제가 학창 시절에는 거의 학교에서 자거나 친구들이랑 놀다가 오는 학생이었는데 교사 첫해부터 바로 담임을 맡았어요. 아는 게 없어서 애들이 물어보면 홈페이지를 일일이 찾아서 알려주곤 했죠.(웃음) 그래도 학생들이 절 쉽게 생각하지 않아서 잘 넘어갔고 농구라는 특기를 통해서 빨리 친해질 수 있었어요. 다행히 체격이 있고 체육 선생님이라 그런지 반항하는 친구는 없었던 것 같아요.”

다시 농구계로

안정적인 교직 생활을 이어오던 김 코치의 인생에 지난 2023년 큰 변화가 찾아왔다. 전희철 감독이 코치 제안을 하며 러브콜을 보냈고 김 코치는 이를 받아들였다.

“교사가 안정적인 직업이기도 하지만 프로농구 코치가 아무나 들어올 수 있는 자리가 아니잖아요. 쉽게 이런 기회를 날리고 싶지 않았고 SK가 좋은 팀이라는 사실도 알고 있었어요. 워낙 감독님께서 뛰어나신 분이라 옆에서 배우면 배울 것도 많고 좋은 경험이리라 생각했어요. 그래봤자 같이 있던 시간이 5년 정도밖에 없음에도 좋게 봐주셔서 감사했죠.”

“제가 선수 때는 전희철 감독님께서 최고참이셨어요. 권위적이지도 않고 밑의 선수들한테 잘해주시고 궁금한 것도 직접 세세하게 알려주시는 분이셨어요. 막 누른다기보다도 직접 다가가시고 리더십으로 당겨주시는 게 ‘저 형 멋있다’는 느낌이 드는 선배였죠.”

적지 않은 기간 농구계를 떠나있었기에 부담이 있을 수 있었지만 그는 SK에 큰 어려움 없이 녹아든 듯했다. 김재환 코치는 SK 특유의 잘 짜인 시스템을 높게 평가하면서 전희철 감독과 김기만 코치를 향해 존경심도 드러냈다. 

“밖에서 농구를 보는 것과 전문적으로 농구를 보는 건 완전히 달랐어요. 저희는 코치들이 각자 맡는 담당 구단과 선수들이 있어서 분석도 많이 해야 하고 감독님께서 분석력이 뛰어나셔서 따라가기 위해서는 깊게 노력할 수밖에 없기도 하거든요. 그래도 감독님께서 오랜 시간 코치를 경험이 있으시기도 하고 김기만 코치님도 워낙 감독님과 오래 하셔서 두 분이 이뤄놓으신 시스템 안에서 저도 열심히 노력하면 되는 거라 좋습니다.”

“구단에서 지원을 잘해주시기도 하고 프런트나 감독, 코치님 모두 오래되신 분이 많이 계셔서 소통이 잘 되는 것 같아요. 다른 팀이 어떤지는 솔직히 잘 모르는데 여기는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어서 사무국과 선수단의 소통도 잘 되고 시너지 효과가 잘 나오는 것 같아요.”

“올 시즌 성적 비결이요? 시스템이 큰 영향을 발휘한다고 봐요. 감독님께서 담당 선수도 주시고 담당 팀도 주셔서 더 집중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 담당 팀에 대해 분석하고 발표도 해야 하니까 전력 분석팀이랑 같이 비디오를 보면서 이야기하면 감독님께서 디테일을 잡아주시고 칭찬을 해주실 때면 힘이 나요. 담당 선수가 잘하고 경기도 많이 뛰면 정말 기분 좋고, 담당 팀이랑 경기했을 때 비디오 미팅에서 준비했던 게 나오면 큰 희열을 느끼죠.”

지도자로서 어떤 부분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묻자 김 코치는 소통을 꼽았다. 그러면서 현재 팀의 사령탑인 전희철 감독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우고 싶다는 마음도 드러냈다.

“일단 소통이 중요하다고 봐요. 학생 스포츠와는 달리 프로에서는 수평도 아니지만 수직도 아닌 관계라고 생각이 들어요. 전희철 감독님도 선수들을 억누르는 부분이 전혀 없으시고 카리스마와 지식, 경험으로 선수들이 따라오게 만드시고 소통하시는 부분이 멋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작전도 감독님이 짜시지만 선수들과 소통하면서 변화도 주시고 하는 모습이 멋있으시고 저런 지도자가 되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요. 다만 전제는 제 실력이 뒷받침되어야죠.”

“앞으로의 목표요? 감독님처럼 멋있는 지도자가 되고 싶지만 일단 그게 아니더라도 남들이 봤을 때 ‘저 사람 괜찮은 농구 코치다’라는 말 정도는 듣고 싶어요. 최승태 코치랑 연락도 많이 하고 친하게 지내는 형인데 잠깐 김상식 감독님께서 몸이 안 좋으실 때 벤치를 봤었잖아요. 그때 ‘우리 형 멋있다’ 이런 생각이 드는 게 아니라 농구계도 ‘최승태 괜찮네’ 이런 분위기가 많이 흘렀고 저 정도까지는 되고 싶다고 생각했죠.”

열정적인 팬들의 응원은 선수뿐만 아니라 코칭스태프에게도 큰 힘이 된다. 이번 시즌 SK는 홈 평균 관중 1위를 질주하며 많은 팬의 사랑을 받고 있다. 김재환 코치도 이를 모르지 않는다.

“저희 팬들이 좋은 게 홈에서 팀의 힘이 2배가 되도록 응원을 만들어 주시거든요. 속공 나가면 소리 질러주시고 응원가 같이 불러주시고 하는 게 선수들도 힘을 받고 지도자 입장에서도 기운을 주니까 더 잘해야겠다고 생각해요. 이렇게 열심히 응원해 주시는데 나도 잘해야 저 분들이 만족하고 돌아가겠다는 생각에 동기부여도 많이 받죠.”

“(김)선형이가 지었던 별명처럼 공주님들이 응원을 많이 해주셔서 감사해요. 홈, 원정 가릴 것 없이 해주시는 응원 덕분에 힘을 얻어서 열심히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앞으로도 선수들이 잘 뛸 수 있도록 코치들이 감독님을 잘 서포트해서 좋은 성적으로 보답하겠습니다!”

/// 김재환 코치 프로필 ///
생년월일 : 1985년 1월 10일
출신학교 : 휘문중-휘문고-연세대-용인대 대학원
프로 입단 : 2007년 드래프트 2라운드 10순위(서울 SK 나이츠)
지도자 경력 : 서울 SK 나이츠(2023~현재)

사진 = 이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