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피디아] NBA 스타들의 트레이드 요청 2편

2025-03-25     김혁 기자

그냥 봐도 정말 재밌는 NBA, 경기장 밖에서 떠도는 여러 흥미로운 사실을 알고 나면 더욱더 NBA를 즐길 수 있다. 그래서 준비한 코너가 루키피디아다. 이번 시간은 NBA 트레이드 요청 사례 2탄으로 프랜차이즈 스타의 이적 요청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본 기사는 루키 2025년 3월호에 게재됐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프랜차이즈의 이적 요청, 코비 브라이언트

스포츠를 대표하는 낭만 중 하나는 원클럽맨 프랜차이즈 스타다. 데뷔 후 한 팀에서만 뛰며 입지를 다진 선수가 이적 없이 커리어를 마무리하는 것은 큰 감동을 선사하기도 한다. 

그렇기에 프랜차이즈 스타로 커리어를 끝낼 것 같았던 선수가 이적하는 일은 충격적이다. 원클럽맨의 트레이드 요청은 많은 이를 놀라게 한다. 

대표적으로 코비 브라이언트가 있었다. 코비는 NBA를 대표하는 레전드 중 한 명이자 레이커스의 얼굴과도 같았던 선수. 하지만 그도 팀을 떠나고 싶다는 의사를 드러낸 적이 있었다.

코비는 2000년대 초반 샤킬 오닐과 원투펀치를 이루며 쓰리핏을 달성했다. 하지만 막강했던 두 선수의 레이커스 시대도 영원할 수 없었다. 파트너였던 오닐이 2004년 마이애미로 팀을 떠나면서 코비는 팀의 독보적인 1옵션 역할을 맡게 됐다.

하지만 코비에게도 시련이 찾아왔다. 원투펀치가 해체되고 필 잭슨 감독이 떠난 레이커스는 2004-2005시즌 플레이오프에도 오르지 못하는 씁쓸한 결과를 맞이했다. 이후 잭슨 감독이 돌아왔지만 우승과는 거리가 있었고, 두 시즌 연속 1라운드에서 탈락했다.

20대 후반의 나이였던 코비로서는 조급해질 수밖에 없었다. 결국 2007년 5월, 코비가 방송 인터뷰에서 공개적으로 트레이드되고 싶다는 의사를 표하며 구단 운영에 불만을 강하게 드러냈다. 이전까지 레이커스의 전력 보강이 뜻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만약 코비가 이때 이적했다면 이후의 역사는 현재와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코비의 트레이드 요청은 구단을 다급하게 만들었다. 

제리 부스 구단주가 직접 나서 “코비 브라이언트가 커리어 전체를 LA에서 보내도록 할 것”이라며 “코비를 만나 대화를 나누겠다”고 이야기할 정도로 레이커스로선 급박한 상황이었다.

코비는 이후 본인의 홈페이지를 통해 레이커스를 사랑하지만 우승에 대한 마음은 희생할 수 없다며 의지를 분명히 드러내기도 했다. 트레이드를 공개적으로 요구한 것에 대해 미치 컵첵 단장에게 사과했다는 이야기를 전하기도 했지만 그의 트레이드 소문은 꽤 긴 시간 이어졌다.

그러나 결론만 놓고 이야기하자면 댈러스, 시카고, 워싱턴 등으로의 트레이드 소문이 있었지만 코비의 이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레이커스는 정규시즌 57승을 기록, 이전보다 확실히 나아진 모습을 보였고 간판스타의 이적설은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코비는 “레이커스에서 뛰는 게 행복하다”며 트레이드 루머에 종지부를 찍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코비가 팀을 떠나지 않은 것은 서로에게 윈윈이 됐다. 코비는 트레이드 관련 이야기에도 코트 내에선 흔들리지 않고 최고의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2007-2008시즌 생애 첫 시즌 MVP를 거머쥐었다. 레이커스 또한 해당 시즌 앤드류 바이넘의 부상이라는 악재가 있었지만 대형 빅맨 파우 가솔을 트레이드로 데려오며 파이널에 진출했다.

비록 빅3의 보스턴에 막혀 우승 도전은 좌절됐지만 레이커스는 멈추지 않았다. 이어진 두 시즌에 모두 챔피언에 오르며 코비가 가진 우승 반지의 수는 한 손을 모두 채울 수 있는 5개가 됐다. 

코비는 이후 2015-2016시즌까지 선수 생활을 이어가며 레이커스맨으로서 커리어를 마무리했다. 당연하게도 그는 구단에서 영구결번됐다.

포틀랜드가 떠나보낸 두 명의 스타 

코비 외에도 오랜 시간 구단과 함께할 것 같았던 원클럽맨들의 트레이드 요청은 번번이 일어났다. 포틀랜드는 이러한 슬픔을 두 번이나 가지고 있는 구단이다.

1983년 포틀랜드에 입단한 클라이드 드렉슬러는 데뷔 후 10번이나 올스타에 선정되고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금메달에 빛나는 최초의 드림팀 멤버로 발탁된 바 있다. 201cm의 슈팅 가드치고 장신 신장에 압도적인 운동 능력이 돋보였다.

드렉슬러와 함께 포틀랜드는 강력한 모습을 이어갔다. 두 번의 파이널에 진출하는 등 그의 시대에 한 번도 빼놓지 않고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꾸준함을 보여줬다.

하지만 우승과는 거리가 있었다. 첫 번째 파이널에서 배드 보이즈의 디트로이트에 패했고, 2번째 도전에서는 마이클 조던이 버티는 시카고 불스를 만났다. 

91-92시즌 파이널에서 패한 뒤 드렉슬러는 개인 퍼포먼스 면에서도 어느 정도 꺾이는 모습을 보였다. 이후의 커리어에서 무릎 부상이 그를 자주 괴롭히기도 했다. 포틀랜드 또한 더 높은 곳으로 도약하지 못했고, 결국 드렉슬러는 우승을 위해 트레이드 요청에 나섰다.

최근 드렉슬러는 포틀랜드를 떠난 이유에 대해 구단이 리빌딩을 진행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드렉슬러와 같은 베테랑으로선 가능하다면 리빌딩 팀에 남을 이유가 크게 없다. 드렉슬러는 그게 유일한 이적의 이유였다고 설명했다. 

드렉슬러는 “포틀랜드를 떠난 유일한 이유는 그들이 리빌딩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좋은 세월을 보낸 후 무릎에 부상을 입었고 포틀랜드가 너무 일찍 포기했다. 리빌딩에 들어가면서 구단에 센터가 없어졌고 그들은 베테랑 중 일부를 트레이드해서 무언가를 얻어야 한다고 말하기 시작했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그때 휴스턴으로의 이적을 계획했다. 하지만 구단이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포틀랜드에서 내 커리어를 끝냈을 것”이라고 밝혔다.

커리어 막바지에 접어든 드렉슬러는 우승에 가까운 강팀으로의 이적을 원했다. 결국 그는 1994-1995시즌 트레이드 데드라인 기간에 디펜딩 챔피언 휴스턴으로 팀을 옮겼다.

하킴 올라주원의 부상 속에 디펜딩 챔피언에 걸맞은 성적을 내지는 못했던 휴스턴이지만 플레이오프 들어 강력한 모습을 보였다. 드렉슬러는 1옵션 올라주원의 뒤를 받치는 2옵션을 잘 수행해냈고, 휴스턴은 올랜도를 꺾고 백투백 우승에 성공했다. 

드렉슬러와 휴스턴 모두에게 트레이드가 해피엔딩이 됐다. 커리어 처음으로 우승 반지를 획득한 드렉슬러는 이후 휴스턴에서 세 시즌을 더 뛰고 은퇴했다. 휴스턴은 찰스 바클리를 영입하며 다시 우승 의지를 불태웠지만 여의치 않았고, 드렉슬러가 은퇴한 뒤에는 스카티 피펜까지 합류했지만 NBA 역대 최악의 슈퍼팀 중 하나가 됐다.

드렉슬러는 포틀랜드 구단 역대에서 두 번째로 많은 득점을 올렸다. 그렇다면 1위는? 많은 이가 알고 있다시피 ‘데임 타임’ 데미안 릴라드가 후대에 드렉슬러의 기록을 넘어섰다. 하지만 2위와 1위 모두 원클럽맨으로 남지 못했다.

뒤집혀버린 말 

릴라드는 드렉슬러 이후 포틀랜드가 배출한 최고의 스타였다. 신인왕을 시작으로 차곡차곡 커리어를 쌓았고 폭발적인 득점력을 보유한 릴라드는 장거리 슈팅인 ‘딥쓰리’의 대명사 중 한 명이었으며 강심장으로서의 지배력 또한 대단하게 어필했다.

릴라드 시대에도 포틀랜드는 8년 연속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며 꾸준한 면모를 보였다. 그러나 결정적인 한 방이 부족했다. 냉정히 우승 후보로 불리기에는 전력상으로 모자란 부분이 있었고, 플레이오프에서 스테픈 커리가 이끄는 골든스테이트를 넘지 못한 것도 뼈아팠다.

컨퍼런스 파이널 1회 진출 정도가 최대 업적이었던 릴라드의 포틀랜드는 테리 스토츠 감독 퇴임 이후 꺾이기 시작했다. 루징 시즌이 이어졌고 릴라드의 부상 이슈까지 겹쳤다. 전력 보강 또한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으며 완전히 약체로 전락해 버렸다. 

루징 시즌으로 얻은 3순위 지명권을 트레이드로 활용하지 않고 스쿳 핸더슨을 지명하며 릴라드의 트레이드 소문은 급물살을 탔다. 결국 구단의 방향이 원한대로 흘러가지 않자 릴라드는 트레이드 요청에 나섰다.

이전부터 이미 조짐이 보였지만 릴라드의 트레이드 요청이 낳은 포틀랜드 팬들의 충격은 컸다. 결국 릴라드는 즈루 할러데이 등과의 삼각 트레이드를 통해 밀워키로 이적했다. 

프랜차이즈 스타로서의 큰 자부심과 함께 구단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던 릴라드. “포틀랜드에서 우승하지 못한다면 하지 않아도 된다. 우승을 위해 다른 팀에 가지 않겠다”는 말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했던 그마저 트레이드로 우승권 팀에 가면서 낭만이 사라졌다는 이야기가 많아졌다.

밀워키에서도 릴라드의 우승 도전이 순탄치는 않다. 밀워키는 지난 시즌 부상 악재 속에 인디애나에 플레이오프에서 업셋을 당했고, 이번 시즌 또한 클리블랜드, 보스턴, 오클라호마시티, 덴버 등의 난적을 넘어야 한다. 냉정히 정규시즌만 봤을 때 약점도 많이 노출했고 그들만큼의 경쟁력을 보여주진 못하고 있다.

사진 = 로이터/뉴스1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