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호] 정관장의 새로운 부스터! 디온테 버튼

2025-03-24     이학철 기자

 

디온테 버튼이 정관장에서 부활하고 있다. 2017-2018시즌 당시 DB의 유니폼을 입고 KBL을 지배했던 버튼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KCC에 합류하면서 많은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KCC에서 버튼의 모습은 기대 이하였고, 이로 인해 KCC는 좀처럼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오지 못했다.

결국 버튼은 정관장으로 트레이드 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게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 정관장에 합류한 버튼은 한층 개선된 경기력을 보이면서 경기력을 끌어올렸고 그 결과 정관장은 10연패의 충격을 딛고 부활하고 있다. 정관장의 새로운 부스터가 된 버튼을 <루키>가 만나봤다.

*본 기사는 루키 2025년 3월호에 게재됐습니다.

 

NEW BOOSTER

지난 1월 10일. 정관장과 KCC의 깜짝 트레이드 소식이 전해졌다. 그것도 KBL에서는 흔치 않은 외국 선수끼리의 맞교환이었다. 

이 트레이드의 결과로 디온테 버튼은 KCC에서 정관장으로 유니폼을 갈아입게 됐다. 이번 시즌 정관장에서 활약하던 캐디 라렌과 유니폼을 맞바꿨다. 

라렌과 버튼 모두 이번 시즌 소속팀에서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KCC와 계약하며 많은 기대 속 KBL 무대에 다시 합류한 버튼은 과거 DB의 모습과는 거리가 상당했다. 

KCC에서 24경기에 출전한 버튼은 경기 당 16.4점 7.6리바운드 3.0어시스트에 머물렀다. 3점슛은 23.2%에 그치며 전혀 말을 듣지 않았다. 시즌 첫 경기에서 KT를 상대로 40점을 폭격하며 왕의 귀환을 알리는 듯 했으나 이후 상당한 기복을 보이면서 자신을 향한 기대를 실망으로 바꿔놨던 버튼이다. 

라렌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과거 LG와 KT에서 활약하며 준수한 활약을 했던 라렌은 정관장에서 적극성이 완전히 사라진 모습으로 실망감을 안겼다. 정관장 유니폼을 입고 27경기에 나선 라렌은 13.3점 10.6리바운드의 아쉬운 성적을 남겼다. 1옵션으로 라렌을 영입했던 정관장이었기에 이러한 라렌의 부진은 곧바로 팀 성적의 추락으로 이어졌다. 

<트레이드 이전 버튼/라렌 성적표>
버튼 : 16.4점 7.6리바운드 3.0어시스트. 야투율 : 43.2% 3점슛 성공률 : 23.2%
라렌 : 13.3점 10.6리바운드. 야투율 : 47.8% 3점슛 성공률 : 25.7%

외국 선수 문제로 공통된 고민을 안고 있던 정관장과 KCC는 이들을 교환하는데 합의했다. 그 결과 버튼은 정관장의 유니폼을 입기 위해 안양으로 향했다. 

“트레이드가 됐을 때는 행복했어요. 정관장이 충분히 좋은 팀이고 좋은 코칭스태프가 있다고 느꼈거든요. 개인적으로 재밌기도 하고 기분 전환이 되는 것 같은 느낌이기도 했어요. 당시 트레이드가 너무 급작스럽게 이뤄지면서 김상식 감독님과는 별다른 이야기를 나누지는 못했어요. 팀에 합류 후 바로 연습을 했던 것으로 기억해요.”

KCC에서의 퍼포먼스가 바닥을 치고 있던 시점에 이뤄진 트레이드였다. 어쩌면 이는 버튼에게 새로운 동기부여로 작용했을 수 있다.

“사실 더 동기부여가 되거나 하지는 않았어요. 살다 보면 제가 컨트롤이 가능한 것과 그러지 못한 부분이 있기 마련이잖아요. 그런 것을 잘 알기 때문에 그저 제 자신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결국 일어날 일은 일어나기 마련이거든요. 트레이드 여부와 상관 없이 제 자신을 찾기 위한 노력을 많이 하려고 했어요.” 

버튼이 합류했을 당시만 해도 정관장은 쉽게 희망을 찾을 수 없는 상태였다. 9연패를 기록 중이던 정관장은 버튼 합류 당시 7승 20패의 성적으로 최하위에 머무르고 있었다. 한창 6강 경쟁을 이어오고 있던 KCC와는 다른 행보. 어쩌면 의욕이 떨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 부분은 전혀 없었어요. 제가 들어왔을 때 팀의 분위기가 최하위 팀의 분위기가 아니었거든요. 위닝 팀의 분위기가 있어서 그 분위기만 고려했을 때는 앞으로 충분히 승리를 거둘 수 있는 팀이라고 생각했어요.”

버튼 합류 직후 정관장은 LG와의 맞대결을 펼쳤다. 결과는 82-86의 패배. 정관장이 10연패를 기록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앞선 연패 기간 무기력한 모습이 이어지던 것과 달리 정관장은 LG와 대등한 승부를 펼쳤다. 또한 버튼 역시 20점 9리바운드 9어시스트로 트리플-더블급의 활약을 펼치면서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팀에 적응할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음에도 부활의 신호탄을 쏜 버튼이다. 

“새로운 팀에 대한 적응이 그렇게 오래 걸리지는 않았어요. 지금은 완벽히 적응하기도 했고요. 팀원들이 제가 잘하는 플레이와 원하는 플레이를 하기를 원하는 부분이 컸어요. 그 덕분에 별다른 어려움 없이 곧바로 적응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NBA, 그리고 달라진 KBL

버튼은 마켓 대학과 아이오와 주립대를 거치면서 NBA 진출을 위해 기량을 갈고 닦았다. 그러나 드래프트 당시에는 NBA 팀들의 주목을 받지 못했던 버튼은 KBL 무대를 노크했다.

버튼이 처음으로 KBL 무대에 도전했던 지난 2017-2018시즌 당시에는 외국 선수들이 드래프트를 통해 KBL 무대에 입성했다. 버튼은 당시 4개의 팀이 기존 선수와 재계약을 맺었고 그 결과 사실상 1순위를 쥐고 있던 전자랜드는 조쉬 셀비의 이름을 가장 먼저 호명했다. 그리고 이어 선발에 나선 DB가 버튼의 이름을 부르면서 버튼의 KBL 생활은 시작됐다. 

DB에서 버튼은 그야말로 센세이셔널한 활약을 펼쳤다. 경기 당 23.5점을 기록했고 8.6개의 리바운드와 3.6개의 어시스트를 곁들였다. 또한 46.8%의 야투율을 기록하면서 효율도 나쁘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당시 DB는 국내 선수진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로 인해 당시의 DB는 하위권에 머무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버튼이 완전히 팀의 분위기를 바꿨고 덕분에 DB는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정규리그에서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KBL 무대를 평정한 버튼은 이후 NBA 재도전에 나섰다. 오클라호마시티의 지명을 받은 버튼은 2시즌 동안 71경기에 나서면서 자신의 꿈을 이뤘다. 그러나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지 못한 버튼은 다시 G리그를 전전했고 2022-2023시즌 새크라멘토에서 2경기에 출전한 것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NBA의 부름을 받지 못했다. 비록 인상적인 모습을 남기지는 못했지만 세계 최고의 리그에서 활약한 것은 버튼의 성장에 어떤 도움이 됐을까. 

“저는 제가 가장 성장한 시기는 NBA 무대 이후 1년 동안 가졌던 휴식기라고 생각해요. 그 기간 동안 오클라호마시티에 있던 코치님과 함께 훈련을 진행했거든요. 그분께는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어요. 그 1년의 시간이 저의 발전에 정말 많은 도움이 됐어요.”

NBA에서 경력을 쌓고 온 버튼이었기에 KBL 무대로 복귀할 당시의 기대치는 하늘을 찔렀다. 그러나 앞서 이야기했듯 다시 돌아온 버튼은 우리가 알던 예전의 모습이 아니었다. 뜻대로 풀리지 않는 경기들을 반복하면서 버튼이 느낀 심정에 대해서도 질문을 던져봤다. 

“과거 한국에 왔을 때 잘했다고 해서 그게 이번 시즌까지 이어지지는 않을 수 있다고 인지하고 있었어요. 스스로 기대가 크게 높지 않기도 했고요. 그때와는 또 다르게 새로운 마음으로 임했어요. 그래서 딱히 실망하거나 하지는 않았죠. 농구는 항상 매 경기마다 다른 상황이 펼쳐지잖아요. 결국에는 시즌이 끝났을 때 나온 결과가 저의 한 시즌을 대변한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버튼이 DB에서 활약하던 시절과 현재는 외국 선수 제도 역시 큰 차이가 있다. 2017-2018시즌 당시에는 장신/단신으로 구분된 외국 선수가 2명이 코트를 동시에 밟을 수 있었다. 단신 선수 기준에 부합했던 버튼은 높이에 대한 부담을 어느 정도 내려놓은 채 공격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 

그러나 현재는 외국 선수가 1명만 코트를 밟을 수 있도록 제도가 변경됐다. 상대적으로 다른 팀 외국 선수들에 비해 신장이 작은 버튼에게는 큰 부담이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 부분에 대한 버튼의 생각 역시 궁금했다. 

“그때와 비교하면 힘들다기보다는 다른 것 같아요. 한국 농구와 미국 농구에 차이가 있잖아요. 아무래도 미국 선수 2명이 뛰면 그 2명이 생각하는 방향이 비슷해서 말을 하지 않아도 서로 그런 생각이 잘 공유가 되는 편이에요. 그런데 1명이 뛰면 나머지 선수들과 생각하는 부분에서 차이가 있다고 느껴요. 사실 이 부분에 대해서 어떻게 설명해야 할 지는 잘 모르겠어요. 그러나 많이 다른 것은 분명해요.”

또한 KCC 합류 초반에는 상당히 왜소해진 체격으로 등장했던 버튼이다. 과거 DB 시절과 비교하면 확실히 몸이 상당히 슬림해진 모습이었다. 

“DB를 떠난 후로 몸이 슬림해지고 작아진 부분이 있어요. 그 부분은 NBA의 영향이라기보다는 제 인생에서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현재는 다시 DB 시절과 비슷하게 돌아온 상황이에요.”

1994년생의 버튼에게 현실적으로 이제는 NBA에서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기회가 주어지기만 한다면 다시 도전을 하지 않을 이유도 없을 터. 버튼은 NBA 무대로의 컴백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당연히 다시 NBA 무대에서 뛰고 싶은 마음이 있죠. 도전을 하고 싶어요. 그러나 NBA 팀에 들어가는 것만을 목표로 하고 싶지는 않아요. 실질적으로 코트에서 플레이를 하고 싶거든요. 만약 다시 도전을 한다면 저를 원하는 팀으로 꼭 가고 싶어요. 벤치에서 저의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는 않아요.”

 

 

목표는? 오직 PO

KCC에서 다소 어려움을 겪었던 버튼이지만 정관장에 합류한 이후에는 이를 극복해나가는 모습을 보였다. 버튼이 합류한 정관장 역시 달라진 분위기 속 자신감을 찾기 시작했다. 정관장은 LG와의 경기 이후 백투백으로 치른 한국가스공사와의 경기에서 74-67의 승리를 따내면서 기나긴 10연패 늪에서 벗어났다. 

연패를 벗어난 정관장은 완전히 달라졌다. 1월 24일 KT와의 경기에서 93-72의 대승을 거둔 정관장은 이후 5연승을 질주하면서 반등에 성공했다. 이어 SK를 상대로 81-85로 아쉽게 패하긴 했지만 휴식기를 앞두고 치른 마지막 경기에서 트레이드 상대였던 KCC를 76-67로 잡아내면서 기세를 이어갔다. 

버튼 합류 이후 11경기에서 정관장은 7승 4패를 기록했다. 그 결과 정관장은 14승 24패의 성적으로 8위까지 순위를 끌어 올렸다. 트레이드가 가져온 긍정적인 효과다.

이 과정에서 버튼의 존재감을 빼놓을 수 없다. 정관장 이적 후 버튼은 경기 당 18.1점을 기록하고 있다. 여기에 7.2개의 리바운드를 잡아내고 있고 어시스트는 4.2개를 기록 중이다. KCC 시절보다 평균 출전 시간이 줄었음에도 오히려 기록은 더 좋아진 모습을 보이고 있는 버튼이다. 

<KCC 버튼 VS 정관장 버튼>
KCC : 26분 28초 출전 16.4점 7.6리바운드 3.0어시스트. 야투율 : 43.2% 3점슛 : 23.2%
정관장 : 25분 27초 출전 18.1점 7.2리바운드 4.2어시스트. 야투율 : 37.9% 3점슛 : 23.4%

“훈련에서 다들 분위기를 끌어 올리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들이 보였어요. 로스터에 있는 모든 선수들이 우리는 최하위 팀이 아니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 이를 증명하기 위해 노력했어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팀 성적이 좋아졌죠. 저의 영향이나 힘이 컸다기 보다는 모든 선수들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에요.”

다만 기록에서 확인할 수 있듯 여전히 야투율에서는 아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효율만 놓고 보면 오히려 KCC 시절보다 더욱 떨어진 모습. 그러나 버튼은 이 부분에 대해서는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고 확실하게 못 박았다.

“개인적으로 야투율에 대해서는 신경을 쓰지 않고 있어요. 농구는 야투율로 하는 것이 아니거든요. 결국은 팀이 이기는 것에만 신경을 쓰려고 합니다. 그게 가장 중요하잖아요.”

“KCC 시절과 비교하면 달라진 부분은 없어요. 저는 어디서든 항상 똑같았거든요. 누군가는 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주기도 하고 또 누군가는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죠. 그런 것에 신경을 쓰기보다 제 자신의 모습을 유지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던 것 같아요.”

버튼을 영입한 이후에도 정관장은 변화를 거듭했다. DB와의 트레이드를 단행하며 국내 선수 로스터에 변화를 가져가기도 했고 좀처럼 기대만큼의 활약을 펼치지 못하던 클리프 알렉산더 대신 조니 오브라이언트를 새롭게 영입하면서 외국 선수 구성에 재차 변화를 가져갔다. 

2021-2022시즌 DB에서 활약했던 오브라이언트는 정관장 합류 후 버튼과 함께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현재까지 8경기에 나선 오브라이언트는 18분 4초라는 짧은 출전 시간에도 불구하고 경기 당 16.1점 6.9리바운드를 기록하고 있다. 외국 선수 라인업이 탄탄해진 것은 정관장 상승세의 가장 큰 원동력으로 손꼽을 수 있는 부분이다. 

“오브라이언트요? 정말 좋은 선수죠. 마치 팀에 2명의 A급 선수가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에요. 누가 주전으로 나서든 전혀 상관하지 않고 있어요. 저희 둘 중 누가 나가도 좋은 활약을 할 수 있다는 믿음이 강해요.”

8위까지 올라선 정관장이 플레이오프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순위를 2계단 더 끌어올려야 한다. 그리고 현재 6위와 7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두 팀은 DB와 KCC다. 공교롭게도 과거 버튼이 몸담았던 2개의 구단이다. 

“저는 특정팀을 타겟으로 하지는 않고 있어요. 그저 플레이오프 진출을 목표로 최선을 다하고 있죠. 저희가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데 방해가 되는 팀이면 그 팀이 어떤 팀이라고 하더라도 넘어서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정관장에게는 다행히도 DB와 KCC 역시 부진을 거듭하면서 좀처럼 하위권 팀들과의 차이를 벌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10연패를 했음에도 정관장은 6위 DB와의 격차가 3경기에 불과하다. 남은 시즌 결과에 따라 얼마든지 순위표에 변동이 있을 수 있다. 

“플레이오프 진출에 대한 자신감은 최대치로 가지고 있어요. 지금처럼 팀이 계속 이겨나가면 충분히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것이라고 생각해요. 남은 시즌 개인적인 목표는 없지만 플레이오프 진출은 꼭 이루고 싶은 목표에요. 그걸 달성하기 위해서는 뭐든지 할 준비가 되어 있어요. 우선은 그 목표를 달성한 이후 새로운 목표를 생각하려고 하고 있어요.”

상승세를 이어오던 정관장은 국가대표 휴식기를 맞이해 재정비 기간을 보내고 있다. 휴식기 이후 현재의 상승세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어떤 부분이 필요할까.

“특별히 준비할 것이 있다기 보다 항상 이기기 위한 준비를 해야죠. 그러기 위해서는 연습을 열심히 해야 하고요. 다시 시즌이 재개가 되면 승리를 이어나가기만 하면 될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버튼은 팬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남기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항상 팬분들이 보내주시는 응원에 감사함을 느끼고 있어요. 따뜻한 말씀들을 많이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많은 응원 부탁드려요.”

사진 = 이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