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ACH STORY] PO 진출의 든든한 조력자! 청주 KB스타즈 진경석 코치

2025-02-27     김혁 기자

진경석 코치는 2015년 KB 코치로 여자농구에 입성한 뒤 올해로 10년째 한 구단에서만 몸을 담고 있는 베테랑 코치가 됐다. 사령탑의 조력자로서 묵묵히 구단 최고의 황금기에 기여했던 진 코치. 그는 어떤 마음을 가지고 지도자로서의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을까?

*본 기사는 루키 2025년 2월호에 게재됐습니다.

여자농구에 입성하다

성남초에서 농구를 시작한 진경석 코치는 낙생고 시절 정훈-이한권과 함께 ‘낙생고 3인방’으로 불리며 두각을 나타냈고 당시 강팀은 아니었던 성균관대에 입학, 팀의 우승을 일궈내는 등 뚜렷한 성과를 냈다. 이러한 활약상과 잠재력을 인정받아 2002년 드래프트 전체 3순위로 코리아텐더에 입단했다.

코리아텐더 해체 이후 KTF와 LG, 동부에서 선수 생활을 한 진 코치는 안양고 A 코치로 지도자 커리어의 문을 열었다. 은퇴에 대한 아쉬움도 있었지만 아마추어 코치를 맡으면서 새로운 배움도 많이 얻었다고 한다.

안양고를 거쳐 성남중에서 아마추어 선수들을 가르치던 진경석 코치의 지도자 커리어는 2015년에 변곡점을 맞이했다. 서동철 감독의 제안을 받아 KB에 코치로 합류하면서 여자농구와 처음으로 연을 맺었다. 

“안양고에서 A 코치를 1년 넘게 하고 성남중으로 옮겨서 메인 코치를 맡았어요. 그때 대회가 막 끝난 시점이었는데 제가 서동철 감독님이랑은 인연이 없었지만 감독님께 전화가 온 거에요. 커피 한 잔 마시면서 이야기할 수 있냐고 물어보셔서 찾아뵈었는데 코치 제안을 하기 위해서 절 만나자고 하신 거였죠. 여러 후보군이 있었고 저도 그중 한 명이었어요.”

“감독님께서 코치로 뽑을 수 있게 어필을 해달라고 말씀하셨어요. 그래서 농구 지식이 많거나 코치 경험이 길진 않지만 그래도 부지런한 건 뭐든지 할 수 있고 농구적으로 더 열심히 배워서 지시하는 일은 뭐든 수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어필했던 기억이 나요. 당시에 타 프로 구단에서도 제안을 받았지만 먼저 제안을 주신 쪽이 KB였고 KB로 가게 됐다고 말씀을 드렸죠.”

프로농구계에서 오랜 시간 선수로 활약했던 진 코치지만 여자농구와 연을 맺은 것은 사실상 처음이었다. 부임 후 그가 느낀 점은 무엇이었을까? 

“코치로 부임하고 여자농구 관련 영상도 많이 찾아봤는데 오자마자 느낀 건 일단 퍼포먼스가 남자 선수만큼 나오지는 않지만 그래도 경기에 많이 뛰는 선수들의 이해도는 좋다고 느꼈어요. 다만 어린 선수들의 경우 코치들의 도움이 중요하다고 봤어요. 아무래도 대학을 거치지 않고 고등학교 때 시합 위주로 연습하니까 기본기를 등한시하는 경우가 있었고 실질적으로 레이업이 안 되는 선수들도 있었어요. 제가 가지고 있는 부분을 따로 야간에 가르치면서 오전과 오후에는 감독님이 훈련 이끄시는 걸 보고 많이 배웠죠.”

변화의 비시즌, 분주했던 여름

KB 코치로 부임 후 벌써 10년. 진 코치에게 이번 시즌은 특히 많은 변화가 있었던 시즌이다. 오랜 시간 강팀으로 불렸던 시절과 달리 국보센터 박지수가 해외에 진출하면서 멤버 구성에 큰 변화가 생겼고 대체할 수 있는 전력 보강도 없었기에 KB가 유력한 최하위 후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변화된 환경과 내려간 전력 평가 속에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힘을 모았다. 기존보다 경기 운영의 틀도 당연히 바뀌어야 했고 약해진 전력을 메우기 위해선 훈련량을 늘릴 필요도 있었다. 지난 시즌 아쉽게 챔프전 우승을 놓친 아쉬움도 선수단을 배고프게 만들었다.

“일단은 (박)지수가 해외로 떠났고 기존 멤버에서 큰 보강이 있었던 건 아니잖아요. 달리고 뛰는 농구, 얼리오펜스 같은 걸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영상도 많이 찾아보고 남자 팀이나 해외 리그 영상도 보면서 리바운드 잡았을 때 어떻게 달려야 하고, 얼리 오펜스를 어떤 식으로 전개해야 할지 많이 이야기를 나눴죠. 수비는 확고하게 우리 팀만의 수비를 가져가야 한다고 생각했고 공격은 선수들에게 창의력을 주되 기본적인 틀은 빠른 농구로 잡아야 한다고 대화를 나눴어요.”

“훈련량도 이전보다 많이 늘렸습니다. 오후 훈련 시간도 늘렸고 체력 운동도 차근차근 많이 했어요. 일단 선수들이 우승에 실패하면서 마음가짐을 긍정적으로 단단히 먹고 들어왔어요. 두 시즌 전에 지수가 빠졌을 때 많이 이기지 못했던 경험이 있으니 선수들끼리도 훈련을 더 많이 하고 변화한 모습을 보이자는 의지도 드러냈어요. 잘 따라와 줬고 그러니까 초반에는 기대보다 좋은 성적이 나왔던 것이죠.” 

여름에 구슬땀을 흘린 KB는 압도적인 최하위 전망과 달리 치열한 플레이오프 경쟁을 펼치고 있다. 다만 여기서 만족할 수는 없다. 진경석 코치는 플레이오프 진출이라는 목표를 위해 어떤 점을 중요하게 생각했을까?

“일단 바탕이 되는 것 중 하나가 선수들의 부상이 나오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큰 부상 없이 잘하고 있긴 해요. 그렇지만 염윤아와 김민정이 비시즌에 훈련을 많이 하지 못했고 잔부상이 있었던 게 조금 안타까워요. 지금도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잘하고 있다고 보지만 조금 더 수비에서의 디테일을 확고하게 가져가야 더 강팀이 될 수 있다고 봐서 그 부분을 감독님께 많이 말씀드리고 있어요. 공격에서는 자유롭게 하더라도 수비에서는 더 확고하게 하자고 말씀을 드리고 선수들에게도 그런 피드백을 주고 있죠.”

이번 시즌 WKBL에 아시아쿼터 제도가 새롭게 도입되면서 리그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나가타 모에, 시다 모에라는 두 명의 아시아쿼터를 영입한 KB. 특히 나가타 모에는 팀에서 빠져서는 안 될 주축 선수로 자리매김했을 뿐만 아니라 코트 안팎에서 모범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후문이다.

“솔직히 처음에는 아시아쿼터 도입을 두고 반신반의했어요. 하지만 전체적으로 리그 뎁스가 약한 가운데서 지금은 외국 선수가 없는 상황이잖아요. 반전의 요소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국내 선수들에게도 자극이 필요한 게 사실이고 지금은 일본에서 식스맨 정도의 선수들이 왔는데 더 상위 레벨의 선수들이 들어오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봐요. 그 레벨의 선수들이 막 3명씩 뛰면 조금 문제가 될 수도 있겠지만 1명 정도 뛰면서 반전 요소를 가져갈 수 있다고 봐서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나가타 모에는 개인적으로 봤을 때 훈련을 대하는 자세나 선수들과 소통하려는 노력, 부족한 점을 채우려고 하는 부분, 코칭스태프와의 소통을 봤을 때 여러 부분에서 국내 선수들도 본받을 점이 있다고 봐요. 특히 팀 내 어린 선수들이 보고 배울 게 많은 선수입니다. 경기를 준비하는 과정에 있어서 나가타 같은 선수가 팀에 있는 것만으로도 다른 선수들에게 플러스가 된다고 봐요. 기량적으로도 뛰어나다고 보고 국내 선수라면 더 많은 연봉을 받을 수 있는 선수죠. 본인의 역할을 충분히 잘해주고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건 소통이죠”

진 코치가 김완수 감독-오정현 코치와 합을 맞춘 지도 4년 가까이 흘렀다. 적지 않은 시간을 함께 보낸 만큼 애정과 신뢰도 깊고 서로의 장점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다. 

“감독님은 일단 책상에 앉아계신 시간이 많으시고 공부를 많이 하시는 스타일이십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도 옆에서 보고 배우는 게 많아요. 본인이 스스로 부족하다고 느끼실 때도 계시지만 그래도 그걸 채우기 위해 어떻게든 공부를 많이 하시는 지도자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오정현 코치도 삼성생명에서 전력 분석을 오래 했잖아요. 여자농구에 대해 지식이 해박해요. 특별히 목소리 톤이 높게 올라가거나 화를 내진 않지만 조용히 선수들에게 피드백을 잘해주는 편이에요. 당연히 저도 보고 배울 점이 있는 친구입니다.”

지도자로서의 목표에 대해 묻자 진 코치는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선수들이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 지도자가 되고 싶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목표라고 하기에는 너무 거창하고 선수들이 코치를 어려워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저도 어떤 때는 호통을 치기도 하는데 그렇다고 코치를 어려워하면 안 된다고 보고 궁금한 사항이 있으면 바로 소통을 통해 해결해야 합니다. 제가 잘하고 있는지를 꾸준하게 되돌아보고 생각하면서 소통하는 부분이 중요하다고 봐요. 어떻게 수비를 하고 공격했을 때 팀에 맞는지, 하다못해 슛 쏠 때 어느 발이 먼저 나가는 게 편한지까지도 물어보면서 소통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선수가 한 번 어려워하면 계속 어려워하게 되거든요. 선수와 코치 둘이 있을 때는 적절한 논쟁도 괜찮다고 보고 같이 고민하는 과정도 좋다고 생각해요. 물론 감독님께 말씀드릴 때는 헷갈리시지 않도록 정확하게 말씀드리는 게 맞죠. 코칭스태프끼리의 소통, 지원스태프와의 소통, 선수와의 소통까지 오해의 여지도 많이 있겠지만 대화하면서 풀어가는 과정도 있어야 해요. 너무 수직적으로 가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수평적인 관계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게 되더라고요. 어쨌든 제일 중요한 건 소통이라고 생각해요. 선수들이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 지도자가 되고 싶습니다.”

“선수 시절 감독님들께서도 소통을 잘해주셨고 어떤 부분에서는 확고하게 자기 색깔을 가져가셨어요. 그러면서 저도 많이 배웠죠. 사실 운이 좋은 편에 속해요. 지금까지도 농구와 관련된 일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참 즐겁고 재밌고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각자 감독님들만의 장단점이 있는데 제가 평가한다기보단 장점을 잘 배우고 저랑 생각이 다른 건 더 고민해보는 과정도 거쳐야죠. 좋은 감독님들을 많이 만나서 배울 수 있었던 시간이에요.”

끝으로 진 코치는 ‘여자농구특별시’ 청주와 KB 팬들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청주 팬들의 응원을 받는 게 진 코치에게는 큰 힘이 되는 듯했다.

“벌써 여기서 10년째지만 저도 청주에 가면 마음이 가장 편하고 저희 선수들이 청주에서 농구를 가장 잘해요. 노란 색깔 보면 마음이 편해지는 느낌이 있고 저희보다 상위권 팀이랑 경기를 하더라도 청주에서 하면 잡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프런트에서 신경을 많이 써주시는 부분도 있고 팬들의 영향력도 크니까 아무래도 저나 선수들이나 청주가 마음이 편합니다.”

“KB스타즈 팬분들, 응원에 항상 감사드립니다! 지금 플레이오프 경쟁을 하고 있는데 꼭 플레이오프에 올라가고 건강하게 선수들이 시즌을 마칠 수 있도록 항상 응원 부탁드립니다. 꼭 보답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진경석 코치 프로필 ///
생년월일 : 1979년 5월 13일
출신학교 : 성남초-낙생중-낙생고-성균관대
프로 입단 : 2002년 드래프트 1라운드 3순위(여수 코리아텐더)
지도자 경력 : 안양고(2013-2014)-성남중(2014-2015)-청주 KB스타즈(2015~현재)

사진 = 최수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