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AR] 정관장 에이스 변준형의 컴백, 반란을 꿈꾸다
변준형이 돌아왔다. 무려 1년 반만의 컴백이다. 정관장의 마지막 우승을 함께 한 에이스 가드의 귀환. 안양 정관장 아레나에도 당연히 활기가 돌고 있다. 상무 생활을 마무리하고 붉은 유니폼을 다시 입은 변준형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본 기사는 루키 2025년 1월호에 게재됐으며 시의에 맞게 추가, 각색됐습니다.
왕조의 후예
변준형이 입단하던 2018년, 정관장은 리그를 호령하며 꾸준히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던 강호였다.
2017년에는 정규리그와 챔피언 결정전 통합 우승을 차지했었고, 변준형 입단 후에도 정관장은 3년 연속 챔프전 진출과 두 차례 챔피언결정전 우승(2021, 2023)을 달성하며 왕조를 건설했다.
변준형은 왕조가 세워지며 발굴된 새로운 에이스였다. 동국대 시절부터 정평이 나 있었던 개인 능력이 프로 무대에서도 빛을 발했다.
뛰어난 볼 핸들링 기술을 활용한 독특한 리듬의 돌파가 카이리 어빙과 비슷해 '카이리 준형'이라는 별명도 붙었다.
2022-2023시즌, 정관장은 정규리그, 플레이오프, EASL에서 모두 우승을 차지하는 '트레블'을 달성했고 변준형은 시즌 종료와 동시에 군 복무를 위해 상무에 입대한다.
그로부터 1년 반 후 변준형이 마침내 붉은 유니폼을 입고 코트로 돌아왔다. 11월 29일 KCC와의 홈 경기에서 변준형은 복귀전을 치렀고, 이날 3점슛 3개 포함 20점을 폭격하며 정관장이 연장 승리를 이끌었다.
"적응이요? 바깥 생활엔 잘 적응한 것 같은데 코트에서 적응은 아직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변준형이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복귀 후 계속 시합이 있었고 쉬고 훈련을 할 기간도 없었거든요. 11월 14일에 전역했는데 그때도 곧바로 대표팀에 차출돼서 A매치 휴식기에도 동료들과 손발을 맞춰볼 시간이 없었던 게 아쉬워요. 일단 더 좋아질 거라고 생각하고 경기를 치르고 있습니다."
변준형이 상무에 있는 동안 정관장은 로스터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이런 부분이 변준형에겐 더 어려움으로 작용할 터. 체력 저하와 잔부상도 변준형을 괴롭히고 있다.(변준형은 이후 목 부상을 당했고 현재까지 회복에 전념하고 있다. 늦어도 2월 FIBA 브레이크 이후에는 복귀가 유력하다.)
"솔직히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어서 코치님과도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어요. 잔부상도 계속 생기고 있고요. 다만 다른 선수들도 그 정도 부상은 있기 때문에 잘 극복해서 뛰어야 할 것 같습니다."
"새로운 멤버들과 손발을 제대로 맞춰본 적이 없는 상황에서 제가 아직 팀에 녹아들지 못하는 것 같아서 죄송하기도 합니다. 더 잘 녹아들어서 동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해볼 생각이에요."
대표팀 고참
지난 1년은 국가대표 가드 변준형에게도 변화의 시간이었다.
아시안 게임 이후 리빌딩에 돌입한 남자농구 대표팀이 젊은 선수들을 대거 발탁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변준형은 20대의 나이에도 중고참의 역할을 수행해야 했다. 지난 7월에 있었던 한일 평가전에서는 주장도 맡았다.
"안준호 감독님, 서동철 코치님이 그만큼 저를 믿어주셨다는 생각이 들어서 감사한 마음이에요. 그리고 어린 선수들이 대표팀에 들어오면서 수비, 소통 같은 것들이 오히려 잘 되면서 대표팀 전체에 열심히 플레이를 하려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 같아요. 그런 분위기 속에서 저도 뽑혀서 일원으로 뛰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대표팀 주장이요? 그때는 좀 부담스럽긴 했어요.(웃음) 일본에 어린 선수들로만 구성된 로스터로 갔거든요. 처음 대표팀에 온 선수들도 많아서 다들 긴장을 많이 할 수 있는 상황이었고, 선수들끼리도 긴장해도 열심히 하자고 말하면서 경기를 치렀던 것 같아요."
"감사하게도 감독님, 코치님이 저희의 의견도 잘 수용해주시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주셔서 재밌게 경기를 치렀던 것 같습니다."
"그때는 주장으로서 부담도 되고 사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었는데, 그때 어린 선수들이 고맙게도 잘 따라와준 덕분에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 같아요."
변준형이 대표팀 붙박이 가드로 자리를 잡은 가운데 이현중, 유기상, 이정현 등 새로운 얼굴들이 대거 대표팀에 합류했다.
"워낙 능력이 있고 잘하는 선수들이라 같이 뛰는 것 자체가 너무 재밌었어요. (이)현중이도 오랜만에 만나서 되게 반가웠고 기상이도 그렇고 다들 농구를 워낙 잘해서 그 부분이 참 좋았던 것 같아요. 특히 현중이는 룸메이트로 있어서 더 즐겁게 지냈었습니다."
6년 그리고 소망
2018년 드래프트 2순위로 정관장에 입단한 변준형은 새해가 되면 데뷔 7년 차가 된다. 이제는 팀에서 리더십을 발휘할 입장이다.
지난 6년을 돌아보면 어떠냐는 질문에 변준형은 "사실 크게 달라진 건 없는 것 같다"며 웃어보였다.
"크게 달라진 건 없는데 이제 조금씩 연차가 쌓이다 보니까 후배들도 팀에 많이 들어왔어요. 올 시즌 신인인 (박)정웅이도 저보다 많이 어리고요. 그런 부분이 사실 아직은 좀 어색한 것 같습니다."
"이제 저도 나이를 먹는다는 생각도 들고, 뒤늦게 형들의 마음을 깨달아가는 것 같습니다. 팀을 잘 끌고 가기 위해 형들이 이런 생각을 했었겠구나하고 생각이 드는 거죠. 사실 제가 데뷔했을 때 팀에 워낙 베테랑 형들이 많았고 덕분에 배울 것도 많았는데 그때 제가 형들의 리더십에 대해 더 깨닫고 있었다면 그런 부분에서도 많은 걸 배울 수 있었던 것 같아서 아쉬움도 있어요."
"그래도 형들도 지금의 저와 같은 과정을 거쳐갔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니까 지금 제가 겪고 있는 것도 하나의 과정으로 여기게 되는 것 같아요. 코트 안팎에서 더 좋은 쪽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후배들에게 끼칠 수 있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6년을 넘어가는 와중에도 변하지 않은 것이 하나 있다. 바로 변준형의 개인 SNS 계정 프로필 사진이다.
드래프트 당일 인터뷰 중에 찍힌 사진을 변함없이 프로필 사진으로 활용하고 있는 그다.
"드래프트 현장의 분위기도 좋고 기분도 너무 좋았어서 계속 그 사진으로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지금보다 더 어리게 사진도 나왔었고요.(웃음) 팬분이 찍어주신 사진인데 그날 바로 프로필 사진으로 설정하고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 같아요."
개인 SNS 정보란에는 팬들이 만든 팬 카페 링크도 올려둔 상태다.
"프로 스포츠 선수의 입장에서 팬분들이 있어야 저도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팬분들이 있어야 경기장에 사람들이 찾아와주시는 거고, 저한테 관심을 가져주시는 부분에 대해 너무 감사하다고 항상 느끼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도 팬들에게 그 마음을 많이 전하고 싶은데 그래도 한계가 있다보니까 그런 부분에서라도 드러내려고 하는 것 같아요."
"우리 팀의 성적이 좋든 그렇지 않든 경기장에 매일 찾아와주시고 응원해주시는 팬분들이 많고, 항상 감사한 마음입니다. 그리고 그 응원에 보답할 수 있도록 최대한 승리해야 한다고 항상 생각하고 있어요."
올 시즌을 도전자의 입장에서 치러나가겠다는 뜻도 밝혔다.
"지금 우리 팀에 부상 선수도 많고 그렇기 때문에 일단은 선수들이 안 다치는 게 가장 중요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팀이 순위가 아래 쪽에 있긴 하지만, 올 시즌은 잃을 게 없는 입장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계속 도전자의 입장에서 상대와 맞부딪히다 보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동료들, 감독님, 코치님들과 더 얘기도 많이 하고 손발을 잘 맞춰서 팬분들을 위해 승리를 더 챙길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사진 = 강정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