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호] '매직 키드, 소노 2대 사령탑 되다' 고양 소노 스카이거너스 김태술 감독

2025-01-28     김혁 기자

2021년 12월 18일 선수 은퇴식을 가졌던 매직 키드 김태술. 은퇴 후 다양한 경험을 한 뒤 사령탑으로 KBL에 돌아온 그는 은퇴식 이후 정확하게 3년 뒤인 2024년 12월 18일에 감독으로서 첫 승리의 기쁨을 맛봤다. 리그에서 가장 어린 사령탑이지만 굳은 심지와 함께 소노의 변화를 주도하는 김태술 신임 감독을 <루키>가 만났다. 

*본 기사는 루키 2025년 1월호에 게재됐으며 인터뷰는 2024년 12월 19일에 진행됐습니다

매직 키드, 소노 2대 감독 되다 

시즌 중에 감독 자리에 갑작스럽게 공석이 생긴 소노는 김태술 감독을 2대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꽤나 파격적인 선임이라는 이야기도 많았지만 장기적인 플랜 속에 튼튼하게 팀을 꾸려가길 원했던 소노는 김 감독을 적임자라고 판단했다. 

“사실 은퇴 후에 지도자 생각보다는 다른 일을 해보고 싶어서 여러 경험을 했던 시간이 3년 정도 됐어요. 하지만 작년에 모교인 연세대에서 1개월 정도 코치 생활을 하면서 조금씩 지도자 생각을 키웠고 2024년이 되면서 본격적으로 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졌죠.”

“감독 제안을 처음 받았을 때는 몰래카메라라고 생각할 정도였어요.(웃음) 고민할 시간도 많이 없이 거의 하루 만에 결정이 됐고 주변에 조언을 구할 틈도 많지 않았죠. 그렇지만 제 성격상 한 번 도전해보고 부딪혀보자는 마음이 있었고 열심히 노력하면 잘 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 있었기에 일을 받아들이게 됐습니다.”

“저를 향한 우려에 대해선 인정하고 시작했기 때문에 크게 개의치 않았어요. 왜냐면 저 역시도 우려가 되고 걱정이 됐기 때문에 다른 분들이 보셨을 때도 그러실 것이라 봤고 ‘많이 두들겨 맞자’는 생각을 가지고 시작했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크게 염두에 두진 않았습니다.”

김 감독 부임 전후로 소노는 코트 밖에서의 사건, 사고로 어수선할 수밖에 없었다. 처음 사령탑을 맡는 입장에서는 껄끄러울 수도 있는 상황. 그는 어떤 방식으로 팀 분위기를 풀어가려고 했을까?

“상황을 수습하려고 하기보다는 그런 이야기를 선수들에게 아예 하지 않았어요. 선수들이 혼란스러울 거라는 생각은 했지만 따지고 보면 프로에서 충분히 늘 있을 수 있는 일이고 선수는 선수가 할 일을, 지도자는 지도자의 역할을 한다면 크게 문제없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관련 언급을 안 하는 게 오히려 수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2024년 11월 24일에 소노 사령탑으로 선임된 김 감독은 25일 선수단과 첫 훈련을 가진 뒤 얼마 지나지 않아 곧바로 감독 데뷔전을 치렀다. 국내 에이스인 이정현과 1옵션 외국 선수 앨런 윌리엄스가 빠진 채 맞이한 경기에서 소노는 패하긴 했지만 나쁘지 않은 경기력을 보였다.

이후 잡힐 듯 말 듯 첫 승에 도달하기까지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다. 8번을 내리 패한 뒤 12월 18일 홈에서 열린 KT 전에서 김태술 감독이 사령탑으로서의 첫 번째 승리를 챙겼다. 소노 선수들은 물 세례와 함께 신임 감독의 첫 승에 격렬한 축하를 보냈다.  

“첫 경기를 치르면서 승패도 중요하지만 선수들에게 가려는 방향을 제대로 알려줘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선수들의 장점을 죽여서 바꾸는 게 아니라 잘하는 걸 더욱 살리기 위한 과정을 만들려고 했는데 첫 경기에서 굉장히 잘 됐어요. 비록 경기에서 지긴 했지만 자신감을 많이 얻었습니다.”

“사실 연패가 길긴 했지만 완전히 무너진 경기는 없었어요. 다 3~4쿼터 중반까지 잘하다가 마지막에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모습이 나왔는데 결국에는 선수들이 극복해야 하는 부분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줄 수 있게 더 도와줘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이)정현이가 돌아오고 승리하면서 알을 깨고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는 좋아질 거라고 믿습니다.”

“첫 승하고 이긴 건 당연히 기쁘지만 사실 우승을 한 게 아니잖아요.(웃음) 선수들에게도 연패 기간에 ‘연패는 끊어지게 돼 있다. 54경기 전패한 팀을 본 적이 있느냐’고 이야기하면서 할 것에 충실하자고 주문했고 저도 그런 쪽으로 많이 마인드컨트롤 했습니다. 처음 이기면 되게 기쁠 줄 알았는데 미묘한 감정이 들어서 특이한 경험을 한 것 같아요.”

“선수로 뛰면서 굉장히 큰 슬럼프를 2014년에 겪었는데 그 경험이 저를 굉장히 단단하게 만들었어요. 어떤 질타나 날카로운 말들이 당시엔 굉장한 상처가 됐지만 그게 아물고 흉터로 남아서 절 단단하게 지켜주는 갑옷 같은 역할을 하고 있거든요. 가족들도 그 일을 겪고 제가 단단해졌다는 걸 알고 있어서 걱정하지 않았고 저도 경기에 이기면 반응이 달라질 걸 알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있어서 크게 신경 쓰진 않았습니다. 가장 주력한 건 가려는 방향을 선수들과 빨리 소통해서 접목하고 경기장에서 선보이는 것이었어요.”

“연패 기간에도 2~3경기만 이기면 당장 7위까지 올라갈 정도로 차이가 크지 않다고 이야기를 했어요. 선수들이 포기하지 않으면 나는 이미 플레이오프에 간다고 생각하고 진행하고 있으니 그렇게 생각해달라고 말해줬고 충분히 6강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김태술 감독과 소노가 가고자 하는 방향

부임한 지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은 시점. 이제 막 김 감독의 색깔을 팀에 입혀가기 시작하는 과정이다. 전술에 있어서 김 감독이 가장 강조한 포인트는 스페이싱과 정확한 과정 속에 나오는 슈팅. 공격적인 부분에서는 주문 사항을 선수들이 받아들이는 게 빠르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전술적으로 가장 강조하는 것은 스페이싱이에요. 그리고 정확한 과정을 만들고 쏘는 슛, 그러니까 서로가 알 수 있는 슛을 쏴야 한다고 이야기했고 기존보다는 패스가 많이 나오기 때문에 턴오버가 많이 나올 수도 있다고 했는데 선수들이 생각보다 미스가 적어서 오히려 놀랐어요. 받아들이는 게 빠르다고 생각했죠. 다만 수비에서는 스틸을 계속 나가는 공격적인 성향이 몸에 배어 있으니까 그 부분에서는 조금 혼란이 오고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것 같습니다.“

국가대표 출신 가드로 이름을 날렸던 김 감독과 현재 KBL 최고 가드인 이정현의 만남에 많은 관심이 쏠렸다. 김 감독은 올스타 듀오인 이정현과 이재도에게 헷갈림을 주기보다는 더 자유롭게 플레이할 수 있는 판을 만들어주겠다고 이야기했다. 서로 겹치지 않게 동선 정리에도 공을 들였다.

”(이)정현이는 팀의 간판이고 에이스 역할을 맡고 있고 (이)재도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선수 생활에 했던 플레이를 투영시켜서 원한다면 오히려 헷갈릴 수 있어요. 더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는 판을 만들어줘야 하고 저도 선수 생활하면서 그럴 때 농구가 많이 늘었어요. 다만 자유롭게 소통하면서도 경기 운영에 있어서는 이전과는 다르게 많은 걸 봤으면 좋겠다고 이야기는 하고 있습니다.“

”정현이가 복귀한 삼성전을 치르면서 엉킨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래서 다음 경기에 바로 선발부터 조정해서 정현이를 먼저 내보내고 (이)재도를 나중에 투입했는데 그렇다고 둘이 같이 뛰지 않을 순 없어요. 역할 배분을 정확히 해주려고 위치부터 아예 다시 조정했습니다. 첫 경기를 보면 둘이 같은 쪽에 엉킨 경우가 많은데 다른 경기는 항상 반대에 서 있게끔 조정을 해줬고 공간을 최대한 나눠주려고 노력했습니다.“

”사실 정현이는 제가 손댈 게 없어요. 기술적으로 저보다 훨씬 월등히 잘하는 선수에요. 결국에는 공을 가지고 있을 때 위력적인 선수인데 팀원을 살려주거나 경기 운영하는 능력을 더 보태면 더욱 무서운 선수가 될 거라고 보고 있거든요. 미팅을 통해서도 여러 가지를 이야기하면 혼란스러울 테니 하나씩 필요한 걸 말해주겠다고 했어요. 원하는 2대2 게임을 더 잘할 수 있도록 전술은 내가 다 만들어주겠다고도 이야기했고 조금씩 그 선수가 더 성장하게끔만 만들어주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부임 당시 선수들과 친근하게 소통하는 MZ 리더십으로 화제가 됐던 김 감독이지만 맹목적인 젊은 선수들 따라잡기보다는 이해시키고 같이 소통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려고 한다. 그러면서 그가 가장 강조한 것은 하나의 팀으로서 ‘기본’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마음이었다. 가장 영향을 많이 받은 지도자로는 현역 시절 우승을 합작한 이상범 감독을 꼽았다.

”농구를 못한다고 선수들에게 한 번도 뭐라고 한 적은 없어요. 다만 농구장 안에서 열정을 보이지 않는 선수가 있다면 그때 화를 내겠다고 했습니다. 어떤 연습을 하더라도 왜 이걸 해야 하는지 다 알려주려고 해요. 같은 장르의 음악을 듣는다고 MZ가 아니라 생각을 정확하게 이해시키고 선수들에게 투영시키는 게 제가 추구하는 리더십이 아닐까 싶어요.“

”원팀으로 기본적인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프로 정도 되면 농구를 잘하는 선수는 굉장히 많아요. 하지만 기본에서 벗어날수록 망가지는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기본을 지키는 가운데 베이스가 된 상태에서 경기하면 좋은 플레이가 나오는데 본인만 튀고 싶거나 우리가 생각했던 기본을 어긴다면 경기를 그르치는 경기가 많았어요. 그래서 그런 것들을 굉장히 중요시 생각하고 선수들에게 강조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상범 감독님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안양 시절에 농구가 굉장히 많이 늘었는데 감독님께서 제게 확실한 믿음이 있으셨는지 딱 판만 깔아주시고 제가 안에서 모든 걸 할 수 있게 해주셨어요. 그래서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게 아니라 정말 팀을 잘 운영해야겠다는 생각으로 공부를 많이 하면서 농구를 잘하는 선수보다 농구 좀 아는 선수로 성장했던 것 같아요. 이상범 감독님의 영향도 많이 받았고 디테일한 부분들은 제가 원하는 걸 버무려서 지도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연패가 예상보다 길어지긴 했지만 인터뷰를 진행한 12월 19일 기준 소노와 6위의 격차는 2.5경기에 불과했다. 김 감독 또한 플레이오프 진출에 대한 의지를 불태우고 있었다.

”무조건 플레이오프에 나가는 걸 목표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시즌도 중요하고 시즌이 끝난 뒤도 중요하기 때문에 소노가 가고자 하는 농구를 하나씩 만들어 갈 생각인데 제 눈에는 분명히 변화가 보이거든요. 그게 제가 원하는 완성된 모습이 될 때까지 쉬지 않고 계속해서 달려가면서 만들고 싶습니다.“

”팬분들이 굉장히 걱정을 많이 하셨을 것 같습니다. 저도 많은 걱정이 있었지만 결국 좋은 플레이를 만들어서 이기는 게 팬들에게 보답하는 길이고 제가 살아남을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쉬지 않고 열심히 준비하고 공부하면서 선수들과 소통해서 더 잘하는 농구와 함께 높은 곳으로 올라갈 수 있도록 열심히 달려보겠습니다. 응원 많이 해주시고 늘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김태술 감독 프로필 ///
생년월일 : 1984년 8월 13일
출신학교 : 해운대초-동아중-동아고-연세대
프로 입단 : 2007년 드래프트 전체 1순위(서울 SK 지명)
지도자 경력 
연세대 농구부 인스트럭터(2023)
고양 소노 2대 감독(2024.11~)

 

사진 = 최수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