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환의 앤드원] 작전판: 요키치는 왜 알고도 못 막을까? 재밌는 장면 3가지

2025-01-27     이동환 기자

 

올 시즌 니콜라 요키치는 역대급 시즌을 보내고 있다.

현재까지 39경기에서 평균 29.9점 13.1리바운드 10.1어시스트.

현재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요키치는 평균 트리플-더블 시즌을 보내는 역대 세 번째 선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요키치보다 먼저 평균 트리플-더블 시즌의 영광을 누린 선수는 오스카 로버트슨(1회), 러셀 웨스트브룩(4회)이다.

공교롭게도 웨스트브룩은 올 시즌 요키치의 팀 동료로 활약하고 있기도 하다.

역대 시즌 평균 트리플-더블러
61-62시즌: 오스카 로버트슨
16-17시즌: 러셀 웨스트브룩
17-18시즌: 러셀 웨스트브룩
18-19시즌: 러셀 웨스트브룩
20-21시즌: 러셀 웨스트브룩
24-25시즌: 니콜라 요키치(진행 중)

사실 일반적인 시즌이라면 올 시즌 MVP는 누가 봐도 샤이 길저스-알렉산더의 차지가 됐을 것이다. 오클라호마시티의 페이스는 물론 길저스-알렉산더 개인의 활약이 너무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키치가 경이로운 시즌을 보내며 길저스-알렉산더의 순항을 저지하고 있다.

요키치의 소속 팀 덴버는 27일 기준 서부 4위(28승 17패)를 달리는 중이다. 2위 휴스턴에 불과 2.5경기 뒤져 있다.

그리고 요키치 본인은 역대 6번째 평균 트리플-더블 시즌을 향해 나아가는 중이다. 팀 순위가 조금 밀리는 걸 빼면 요키치가 길저스-알렉산더에 부족한 것이 하나도 없다.

심지어 요키치는 빅맨으로서는 역사상 최초로 트리플-더블 시즌을 보내는 중이다.

실제로 NBA.com은 1월 26일 발표한 MVP 레이스 순위에서 요키치를 2위에 올라놓았다. 요키치에게 역전의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는 셈이다.

 

니콜라 요키치는 도대체 왜 막기 힘든 걸까?

이는 요키치가 가진 독특한 천재성에 기인한다. 요키치는 NBA 역사상 상대의 헬프 수비를 가장 잘 공략하는 선수 중 한 명이다. 현역 선수 중에서는 루카 돈치치와 더불어 이 부문 탑2라고 할 수 있다.

공격 코트에서 요키치가 펼치는 모든 플레이는 상대의 수비 대형과 움직임을 역이용하는 과정에서 나온다.

공을 가진 순간, 요키치는 상대 수비와 '체스 게임'을 펼친다. 헬프가 없으면 1대1로 상대 수비를 무너뜨리고, 헬프가 오면 즉시 이를 패스로 공략한다.

 

위 장면을 보자. 마이클 포터 주니어와 요키치가 오른쪽 코너를 비운 채 2대2 게임을 시작한다.

 

이 장면에서의 핵심은 반대편 왼쪽 코너에서 크리스찬 브라운을 마크하고 있는 말릭 몽크의 움직임이다.

완전히 비워져 있는 오른쪽 코너~페인트존까지의 공간을 커버하기 위해 몽크가 헬프 수비를 올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실제로 많은 팀들이 이런 수비 상황에서 몽크 같은 코너맨에게 헬프 수비 혹은 림 근처를 지키는 지역수비를 요구한다. 이를 로밍(roaming) 수비라고 부른다.

 

 

하지만 다음 장면을 보자. 포터 주니어가 요키치에게 패스를 넘기는데, 몽크는 페인트존 안에 한발 걸쳐서 들어올 뿐, 과감하게 림 아래까지 로밍 수비를 펼치지 못한다.

몽크의 사이즈가 로밍 수비를 펼치기에 적합하지 못할 정도로 작기도 하고, 몽크의 마크맨인 크리스찬 브라운이 컷인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사실 이 장면에서 덴버는 의도적으로 브라운을 반대 코너에 배치, 사이즈가 작은 몽크가 로밍 수비를 담당하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190cm 남짓한 몽크가 로밍 수비를 해도, 요키치와 마이클 포터 주니어의 림 어택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덴버의 이 공격 대형은 몽크의 로밍 수비의 부재로 이어진다.)

 

볼을 잡는 순간 몽크의 로밍 수비가 없음을 확인한 요키치는 센스 넘치는 판단을 내린다.

요키치에 볼을 주고 바로 림 방향으로 움직이는(기브 앤드 고) 포터 주니어에게 탭 패스를 하는 것이다.

포터 주니어가 볼을 잡자 몽크가 뒤늦게 림 아래로 달려오지면 이미 림 근처는 무주공산이다.

결국 포터 주니어가 호쾌한 픽앤롤-기브 앤드 고 득점을 만들어낸다.

몽크의 로밍 수비 여부를 읽은 요키치의 빠르고 정확한 판단이 만들어낸 환상적인 득점 장면이다.

 

이번엔 다른 장면이다. 요키치가 엘보우에서 볼을 잡으며 공격이 시작된다.

 

요키치가 볼을 잡는 동시에 크리스찬 브라운이 자말 머레이를 위해 플레어 스크린(스크린을 받은 선수가 볼을 가진 선수로부터 멀어지는 스크린)을 세팅하면서 서로 교차한다.

이처럼 엘보우 혹은 로우 포스트에 볼을 투입하고 볼이 없는 2명의 선수가 스크린을 통해 교차하는 공격을 '포스트 스플릿(post spilt)'이라고 부른다.

 

이때 스크린을 걸었던 브라운이 빠르게 슬립, 림으로 돌진하기 시작한다.

마침 덴버의 스페이싱이 기가 막히다. 나머지 2명의 덴버 공격수는 반대 코너에 위치, 페인트존을 완전히 비워두고 있다.

슬립하는 브라운을 새크라멘토가 놓치고, 요키치가 환상적인 패스를 브라운에게 연결한다.

새크라멘토는 양쪽 코너에서 페인트존으로 어떤 헬프도 하지 못했고, 결국 브라운이 손쉬운 덩크를 터트린다.

 

그런데 진짜 흥미로운 것은 약 1분 뒤에 벌어지는 덴버의 다음 공격 장면이다.

역시 요키치가 엘보우에서 가까운 곳에서 볼을 잡으며 덴버의 공격이 시작된다.

 

 

이번엔 자말 머레이가 러셀 웨스트브룩을 위해 플레어 스크린을 건다. 동일한 포스트 스플릿 공격이다.

 

플레어 스크린을 받은 웨스트브룩이 림으로 그대로 돌진하며 컷한다.

이때 반대 코너, 오른쪽 코너의 상황을 보자.

마이클 포터 주니어를 막고 있던 키건 머레이가 웨스트브룩의 컷인을 견제하기 위해 페인트존으로 한 발 들어온다.

팔을 넓게 벌리고  헬프 수비 동작을 취하는 모습이다.

 

이때 요키치의 기막한 플레이가 나온다.

공을 들어올린 요키치는 림 아래로 컷한 웨스트브룩을 쳐다본다.

이를 발견한 키건 머레이가 급히 웨스트브룩 쪽으로 더 깊이 들어온다.

 

그러나 요키치의 선택은 웨스트브룩이 아니었다.

요키치는 웨스트브룩을 쳐다보며 반대 코너로 노룩 패스를 뿌린다. 키건 머레이를 아이 페이크로 완전히 속여버린 것이다.

 

뒤늦게 키건 머레이가 포터 주니어에게 달려가지만,  포터 주니어가 요키치의 패스를 받았을 때 이미 둘의 거리가 상당히 벌어져 있다.

결국 포터 주니어가 오픈 3점을 던져 성공한다.

1분 전 장면과 마찬가지로 포스트 스플릿을 활용한 공격이다. 그런데 요키치의 플레이가 다르다.

앞선 장면에서는 상대 수비의 페인트존 헬프가 없는 것을 활용해 컷인 쪽으로 어시스트를 연결하고, 뒷 장면에서는 상대 수비의 페인트존 헬프를 역이용, 아이페이크로 수비수를 완전히 속여 동료의 코너 3점슛을 어시스트한다.

 

이처럼 요키치는 상대 수비의 대형과 움직임을 미리 읽거나 예측하고 이를 공략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요키치가 현역 최고의 패서이자 이 시대 가장 위대한 선수임이 여기서 드러난다.

니콜라 요키치를 막을 수 없는 이유는 그가 농구를 이해하는 능력이 너무 뛰어나기 때문이다.

사진 = 로이터/뉴스1 제공, NBA 경기 장면 캡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