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호] 르브론 시대 이후 최고? 클리블랜드에 풍기는 우승의 향기

2025-01-26     이학철 기자

 

클리블랜드의 질주가 매섭다. 지난 시즌과 비교해 큰 폭의 변화 없이 시즌에 돌입한 클리블랜드가 개막 15연승을 질주하면서 모두를 놀라게 만들고 있다. 연승이 마감된 이후에도 클리블랜드는 흔들리지 않고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과연 클리블랜드는 시즌 초반의 기세를 끝까지 이어가면서 우승이라는 결실을 맺을 수 있을까. 

* 해당 기사는 매거진 <루키> 1월호에 게재되었으며, 기사 작성 시점은 12월 중순입니다. *

 

 

르브론과 함께 한 클리블랜드의 우승 도전기

클리블랜드는 1970년 창단 이후 우승과는 좀처럼 연이 닿지 않은 팀이었다. 플레이오프에는 간간이 모습을 비췄으나 우승은커녕 파이널 진출 역시 쉽지 않았다. 

그런 클리블랜드의 역사는 한 선수의 등장과 함께 많은 것이 바뀌게 된다. 지난 2003년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선발되며 클리블랜드의 유니폼을 입은 사나이, 르브론 제임스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데뷔 시즌부터 르브론은 남달랐다. 루키 시즌 평균 20.9점 5.5리바운드 5.9어시스트의 활약. 직전 시즌 17승 65패에 그쳤던 클리블랜드는 르브론의 데뷔와 함께 35승 47패를 기록하며 희망을 봤다. 

이후 클리블랜드와 르브론은 함께 성장했다. 2004-05시즌에는 42승 40패를 기록하며 7시즌 만에 5할 승률을 회복했다. 이어진 2005-06시즌에는 마침내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한 클리블랜드다. 

이어진 2006-07시즌. 평균 27.3점 6.7리바운드 6.0어시스트를 기록한 르브론을 앞세운 클리블랜드는 워싱턴과 뉴저지, 디트로이트를 나란히 물리치고 마침내 파이널 진출에 성공했다. 

창단 후 처음으로 파이널에 나선 클리블랜드의 상대는 샌안토니오였다. 팀 던컨-토니 파커-마누 지노빌리로 이어지던 막강한 삼각편대를 구축하고 있던 샌안토니오를 상대로 르브론은 고군분투했다. 그러나 처음으로 나선 파이널 무대에서 르브론은 35.5%의 야투율에 머무르면서 부진한 모습을 보였고 그 결과 클리블랜드는 단 한 경기도 잡지 못한 채 4경기를 내리 내주며 허무하게 첫 파이널을 마무리했다. 

이후 클리블랜드의 성적은 지지부진했다. 꾸준히 플레이오프에는 진출했지만 컨퍼런스 파이널의 문턱을 좀처럼 넘지 못했다. 계속된 실패에 르브론은 한계를 느꼈고, 결국 클리블랜드와 르브론은 2009-10시즌을 마지막으로 이별한다. 

르브론이 떠난 클리블랜드는 순식간에 약팀으로 전락했다. 2009-10시즌 61승을 기록했던 클리블랜드는 2010-11시즌 단 19승에 그치면서 몰락했다. 이후에도 클리블랜드는 4시즌 연속 플레이오프에 나서지 못하면서 암흑기를 겪었다. 

그런 클리블랜드에게 다시 희망이 찾아온 것은 2014-15시즌. 마이애미에서 우승의 꿈을 이루고 온 르브론이 복귀하면서였다. 르브론의 복귀와 동시에 클리블랜드는 재차 파이널에 진출하면서 다시 강팀의 반열에 올라서게 된다. 

클리블랜드의 2번째 파이널 상대는 골든스테이트였다. 클리블랜드에서 치른 첫 파이널에서 아쉬움을 삼켰던 르브론은 이 시리즈에서 평균 35.8점 13.3리바운드 8.8어시스트를 기록하면서 엄청난 활약을 펼친다. 그러나 이번에도 클리블랜드와 르브론은 웃지 못했다. 카이리 어빙, 케빈 러브 등 주축 자원들이 부상으로 쓰러지면서 골든스테이트를 극복하지 못한 클리블랜드는 2승 4패로 또 다시 준우승에 머물렀다. 

이어진 2015-16시즌에도 클리블랜드는 파이널 진출에 성공했다. 이번에도 클리블랜드와 맞붙게 된 구단은 골든스테이트. 클리블랜드는 4차전까지 1승 3패로 밀리면서 이번에도 준우승의 위기에 직면했다. 

그러나 기적이 일어났다. 5차전에서 르브론은 41점 16리바운드를 기록하는 괴물과도 같은 활약을 펼쳤고 이를 앞세운 클리블랜드가 112-97의 대승을 거두면서 기사회생했다.

한 경기를 잡긴 했지만 여전히 클리블랜드는 불리한 입장이었다. 그러나 클리블랜드는 6차전에 이어 7차전까지 내리 잡아내면서 대역전극을 만들어냈다. 역대 최초로 파이널에서 1승 3패로 뒤지던 팀의 역전 우승. 그렇게 드라마와도 같은 역전극을 쓴 클리블랜드는 마침내 창단 첫 우승의 영광을 손에 넣었다. 

이후에도 클리블랜드는 2차례 더 골든스테이트와 파이널 무대에서 마주했다. 그러나 더 이상의 기적은 없었다. 하필이면 골든스테이트의 최전성기 시절에 연이어 파이널에서 마주하면서 클리블랜드는 철저한 조연에 머물렀다. 4년 연속 파이널 진출의 성과 속 1차례의 우승과 3차례의 준우승. 이후 르브론이 다시 레이커스로 떠나면서 클리블랜드의 도전 역시 막을 내렸다. 

 

르브론 시대 이후, 그리고 이번 비시즌

르브론의 시대가 마감된 후 클리블랜드는 다시 암흑기를 겪었다. 4년 연속 파이널 진출 후 3시즌 동안 거둔 승수는 19승, 19승, 22승에 불과했다. 

그 사이 클리블랜드는 상위 순번을 활용해 유망주들을 다수 모았다. 2019년 5순위 지명권으로 다리우스 갈랜드를 지명했고 2021년에는 3순위로 에반 모블리를 선발했다. 이들 모두 현재의 클리블랜드를 이끌어가고 있는 선수들이다. 

이어 클리블랜드는 유타와의 대형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그 결과 도노반 미첼이라는 확실한 리더이자 에이스를 로스터에 추가할 수 있었다. 미첼이 로스터에 들어오면서 전력이 크게 상승한 클리블랜드는 다시 플레이오프에 모습을 비추기 시작했다. 

2022-23시즌 51승을 따낸 클리블랜드는 5시즌 만에 플레이오프 나들이에 나섰다. 비록 1라운드 무대에서 뉴욕에게 패배를 기록했지만 충분히 희망을 봤다. 이어 2023-24시즌에도 클리블랜드는 48승을 기록하며 플레이오프 티켓을 손에 넣었고 이번에는 2라운드 진출까지 성공했다.

플레이오프에는 꾸준히 모습을 드러냈지만 우승 도전에 나서기에는 뭔가 한 끗이 부족했다. 거기다 클리블랜드는 이번 여름 로스터에 별다른 변화를 가져가지 않았다. 도노반 미첼과 에반 모블리, 재럿 알렌 등 기존 자원들과 재계약을 맺으면서 현재의 로스터를 유지하는데 집중했다. 

대신 클리블랜드는 팀을 이끌어 갈 감독 교체를 단행했다. 지난 시즌까지 4년간 팀을 맡았던 JB 비커스태프와 이별을 고했다. 그 대신 케니 앳킨슨 감독이 새롭게 클리블랜드의 지휘봉을 잡았다. 

비커스태프와 함께 하던 시절 클리블랜드는 수비는 뛰어났으나 공격에서 다소 아쉬움을 보이던 팀이었다. 지난 2023-24시즌 평균 실점 110.2점으로 리그 7위에 이름을 올렸고 디펜시브 레이팅 수치 역시 112.7로 리그 6위에 해당했다. 그러나 클리블랜드는 평균 112.6점으로 득점력이 리그 20위에 불과했고 오펜시브 레이팅 수치는 115.2로 리그 18위에 머물렀다. 

감독 교체 외에는 큰 변화가 없었던 클리블랜드를 향한 기대는 높지 않았다. 현재의 로스터로 펼치는 농구는 모두가 이미 충분히 지켜봐 왔기 때문. 언제든 플레이오프에는 도전할 수 있는 로스터로 평가를 받았지만 우승에 도전할 팀이라는 평가는 많지 않았다. 대신 스포트라이트는 지난 시즌의 로스터를 그대로 유지한 디펜딩챔피언 보스턴, 폴 조지를 영입하면서 조엘 엠비드, 타이리스 맥시와의 BIG3를 구축한 필라델피아 등이 가져갔다. 

 

우승의 향기

이처럼 다소 조용한 비시즌을 보냈던 클리블랜드. 그러나 새로운 시즌이 시작되자 이들은 구단 역사상 최고의 시즌 초반을 보내고 있다. 

개막전에서 토론토를 136-106으로 대파하면서 기분 좋은 출발을 알렸던 클리블랜드다. 이후 클리블랜드는 브레이크 버튼을 잃어버린 폭주기관차처럼 질주하기 시작했다. 클리블랜드의 경기 결과 옆에는 W가 연이어 쌓여갔다. 

11월 8일 골든스테이트를 136-117로 잡아내면서 클리블랜드는 개막 10연승에 성공했다. 또한 클리블랜드는 이날 승리로 역사적인 기록 하나를 만들어냈다. 개막 이후 10경기에서 모두 110점 이상을 뽑아내면서 승리를 거둔 역대 최초의 팀이 된 것.

이후에도 클리블랜드의 질주는 멈추지 않았다. 브루클린과 시카고(2경기), 필라델피아, 샬럿을 연이어 잡아냈다. 무려 개막 15연승의 놀라운 질주. NBA 역사상 이 기록을 달성한 팀은 이번 시즌의 클리블랜드를 포함해 단 4팀에 불과하다. 

* 개막 15연승 이상을 기록한 팀들 *
1948-49: 워싱턴 캐피톨스(15연승)
1993-94: 휴스턴 로케츠(15연승)
2015-16: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24연승)
2024-25: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15연승)

이후 보스턴 원정에서 첫 패배를 기록하면서 클리블랜드의 질주는 멈췄다. 그러나 여전히 클리블랜드는 리그 최상단에 자신들의 이름을 올리고 있다. 아무도 우승후보로 주목하지 않았던 팀에서 모두가 주목하는 팀으로 변모한 클리블랜드다. 

그렇다면 클리블랜드는 뭐가 달라졌을까? 가장 크게 눈에 띄는 부분은 공격에서의 변화다. 과거 브루클린 감독 시절에도 공격을 중시했던 앳킨슨 감독은 클리블랜드의 공격을 크게 발전시키는데 성공했다. 클리블랜드의 감독 교체 카드가 제대로 먹혀든 셈이다. 

지난 시즌 클리블랜드의 경기 페이스는 97.2로 리그 22위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번 시즌은 해당 수치를 100.2까지 끌어올렸다. 리그 7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한층 빨라진 농구를 바탕으로 클리블랜드는 경기 당 121.5점을 뽑아내고 있다. 리그 2위의 엄청난 공격력이다. 오펜시브 레이팅 수치 역시 121.3으로 이는 리그 전체 1위에 해당한다. 

탄탄하던 수비력 역시 그대로다. 현재까지 클리블랜드는 110.9점의 실점으로 리그 10위에 올라 있고 디펜시브 레이팅 수치는 110.7로 리그 8위다. 기존의 강점이던 수비력에 공격력까지 더해지면서 클리블랜드는 약점이 없는 팀으로 거듭났다. 

이런 페이스가 시즌 끝까지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 분명한 것은 클리블랜드는 지난 시즌에 비해 크게 발전했고 그 발전이 결과로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부상과 같은 특별한 변수 없이 초반의 페이스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면 클리블랜드의 우승 도전은 결코 허황된 꿈이 아닐 것이다. 

사진 = 로이터/뉴스1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