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호] 낙하산일까 준비된 감독일까, 초보 감독 레딕의 도전
*본 기사는 루키 2024년 11월호에 게재됐습니다.
JJ 레딕이 감독 경력을 시작했다. 미남슈터로 널리 이름을 알리며 NBA 무대에서 15년을 뛴 레딕은 2020-21시즌을 마지막으로 현역 생활을 마감했다. 이후 약 4년이 지난 시점에서 레딕은 곧바로 리그 최고 명문인 레이커스의 지휘봉을 잡게 됐다.
오락가락 선임 과정
레이커스는 지난 2년 동안 다빈 햄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햄은 2년 연속 레이커스를 플레이오프 무대에 올려놨다. 2022-23시즌에는 컨퍼런스 파이널까지 진출하는 성과를 냈다. 그러나 지난 시즌 레이커스는 서부 8위의 성적에 그쳤고 플레이오프 1라운드 무대에서 덴버에게 허무하게 무릎을 꿇었다.
지난 시즌의 실패는 햄 감독에게 치명타였다. 지난 시즌을 앞두고 레이커스는 하치무라 루이, 오스틴 리브스, 디안젤로 러셀을 모두 잔류시켰고 게이브 빈센트를 영입하면서 뎁스를 강화했다. 비시즌을 상당히 알차게 보낸 레이커스는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전력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앞서 이야기했듯 지난 시즌의 성과는 미비했다. 그 결과 햄 감독의 입지는 크게 흔들렸다. 또한 선수단과의 신뢰 역시 무너졌다는 보도가 연이어 쏟아졌다. 이런 환경에서 햄 감독 체제로 갈 수는 없었다. 결국 레이커스는 계약 기간이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햄 감독을 경질했다.
햄 가독 경질 후 레이커스는 새로운 감독 물색에 나섰다. 초기에는 레딕을 포함해 마이크 부덴홀저, 더런 루, 케니 엣킨슨 등의 이름이 거론됐다.
그중에서도 가장 유력한 후보로 언급됐던 인물이 바로 레딕이다. 그러나 레딕을 향한 우려 역시 분명 존재했다. 은퇴 이후 감독은커녕 코치 경험조차 없는 레딕에게 지휘봉을 맡기는 것에 대한 우려는 있을 수밖에 없었다.
또한 레딕은 1984년생으로 르브론 제임스와 동갑이다. 평소 둘은 절친한 사이로 알려져 있지만 감독과 선수의 관계가 됐을 때 르브론을 레딕이 얼마나 컨트롤할 수 있느냐에 대한 의문 역시 존재했다. 마이애미의 레전드 출신인 유도니스 하슬렘 역시 이러한 부분에 대해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반대로 레딕에게 극찬을 아끼지 않은 인물도 있었다. NCAA 역대 최고의 명장으로 손꼽히는 마이크 슈셉스키가 바로 그 주인공.
슈셉스키 전 감독은 레딕의 선임 소식이 알려진 이후 “그는 로스터가 어떤 식으로 꾸려졌는지에 관해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프로 경기를 이해하고 있으며 필사적으로 코치가 되고 싶어했다. 레이커스의 감독 자리는 힘든 일이다. 그들은 이기면서 모든 선수를 더 높은 기준으로 유지해야 한다. 레딕을 1년 차 코칭 경험의 감독처럼 대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레딕은 선수 생활 내내 많은 압박을 받았고, 수많은 고난을 이겨냈다. 그가 도전에 나설 준비가 됐다고 생각한다”며 레딕의 도전에 박수를 보냈다.
사실 레딕의 선임 과정이 무난하게 흘러가지는 않았다. 레딕에 관한 이야기가 꾸준하게 나오고 있던 시점에서 새로운 감독 후보가 등장했기 때문. 지난 2년 연속 코네티컷 대학을 3월의 광란 우승으로 이끈 댄 헐 리가 새로운 인물로 언급되기 시작했다.
실제로 헐리에게 레이커스가 상당한 규모의 계약을 제시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헐리는 결과적으로 레이커스의 제안을 거절했고 코네티컷에 남기로 결정했다. 헐리는 이후 코네티컷과 6년 5,000만 달러에 달하는 연장계약을 맺었다.
헐리에게 거절당한 레이커스는 다시 방향을 틀 수밖에 없엇다. 잠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레딕의 레이커스행이 다시 언급되기 시작했다. 이처럼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였던 레이커스는 레딕과 최종적으로 합의했고 그렇게 레딕은 레이커스의 감독을 수락하게 됐다.
또한 레이커스는 초보 감독인 레딕을 위해 코치진을 화려하게 구성했다. NBA에서 오랜 기간 감독직을 맡은 네이트 맥밀란과 스캇 브룩스를 코치로 불러들엿다.
맥밀란은 시애틀과 포틀랜드, 인디애나, 애틀랜타 등에서 감독직을 수행했다. 감독으로 통산 1,428경기를 소화했을 정도로 경력이 풍부하다. 통산 760승 668패를 기록한 맥밀란은 2022-23시즌 애틀랜타에서의 생활을 마지막으로 감독직을 내려놨다. 이후 2년의 시간이 지나 레이커스의 코치로 다시 합류하게 됐다.
브룩스 역시 감독으로 935경기를 소화한 베테랑이다. 오클라호마시티와 워싱턴에서 감독 커리어를 보냈다. 2009-10시즌에는 올해의 감독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최근 3시즌 동안으 포틀랜드의 코치로 있던 브룩스는 레이커스에서 레딕을 보좌해 새로운 도전에 나서게 됐다.
초보 감독의 도전
이처럼 시끌시끌한 과정을 거쳐 레딕은 레이커스의 지휘봉을 잡았다. 리그 최고의 빅마켓팀에서 감독 커리어를 시작하는 것이 부담이 될 수도 있지만 레딕은 현재까지 레이커스를 나쁘지 않은 방향으로 이끌고 있다.
이번 비시즌에도 레이커스는 많은 주목을 받은 팀이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레이커스는 큰 보강 없이 비시즌을 마쳤다. 클레이 탐슨, 더마 드로잔 등의 이름이 거론되기도 했지만 외부 영입을 하지 않고 시즌에 돌입한 레이커스다.
그나마 드래프트에서 달튼 크넥트를 지명한 것은 의미가 있는 수확이었다. 테네시 대학에서 4년을 보낸 크넥트는 동기들보다 많은 나이로 인해 크게 주목을 받지는 못했지만 이번 드래프트 당시 스틸픽이라는 평가를 받은 선수. 레이커스는 크넥트를 17순위로 지명하는데 성공하면서 젊은 피를 로스터에 추가했다. 크넥트 지명 이후 랍 펠린카 단장이 “만약 우리가 10순위 지명권을 가지고 있었어도 달튼 크넥트를 뽑았을 것이다. 17순위에서 그를 뽑는 건 대단한 일이다. 이보다 더 행복할 수 없다”고 이야기를 했을 정도로 크넥트 지명은 레이커스에게 의미가 컸다.
그러나 어쨌든 지난 시즌 실패를 경험했던 로스터를 거의 그대로 활용해야 하는 점은 레딕에게 있어 불리함으로 작용 될 수도 있었다. 거기다 팀의 중심인 르브론 제임스와 앤써니 데이비스는 나이를 한 살씩 더 먹었다. 그러나 레딕은 지난 시즌과는 다른 방향으로 레이커스를 바꿔나가고 있다.
레딕이 비시즌 가장 강조했던 부분은 바로 3점슛이었다. 현역 시절 리그 최고의 3점 슈터로 이름을 날렸던 레딕은 레이커스의 3점슛 지표 개선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봤다.
실제로 지난 시즌 레이커스는 경기 당 31.4개의 3점슛을 시도하면서 리그 28위에 머무른 팀이었다. 성공률은 37.7%로 리그 8위에 오르며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시도 횟수 자체가 상당히 떨어졌기 때문에 레이커스의 3점슛은 다른 팀들에게 위협적인 무기가 아니었다.
레딕 감독은 이러한 횟수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결과 레이커스의 3점슛 시도는 이번 시즌 33.6개로 증가했다. 증가폭이 크지는 않지만 분명 지난 시즌보다는 개선된 수치를 보이고 있다.
또한 레딕은 팀의 중심을 르브론에서 데이비스로 서서히 넘기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실제로 레딕은 시즌 초 “데이비스가 최대한 공을 많이 만질 수 있게 하는 것이 코치진의 목표”라면서 데이비스 활용 폭을 크게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레딕은 자신만의 색깔을 레이커스에 주입하고 있다. 레딕이 이끄는 레이커스는 개막 3연승을 기록하면서 좋은 출발을 보였다. 미네소타와 피닉스, 새크라멘토 등 만만치 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팀들을 연거푸 잡아냈다.
이후 잠시 흔들리기도 했던 레이커스다. 원정 5연전 일정에서 1승 4패로 부진했다. 그러나 레이커스는 원정 연전을 마친 후 6연승을 기록하면서 다시 치고 나갔다. 초보 감독의 시즌 초반치고는 나쁘지 않은 성과다.
우려와 달리 팀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가자 레딕을 향한 평가 역시 긍정적인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또한 레딕은 개막 첫 달에 클립보드를 여러 차례 박살 냈을 정도로 강한 승부욕을 보이며 선수단을 휘어잡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이대로 흘러간다면 레이커스의 레딕 영입 카드는 성공작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아직은 시즌 초반이다. 레이커스와 같은 빅마켓 팀들은 매 경기 결과에 따라 평가가 언제든지 엇갈릴 수 있는 팀들이다. 만약 이후 레이커스의 성적이 떨어진다면 레딕을 향한 평가는 다시 뒤바뀔 수 있다.
결국 레딕에게는 시즌 초반의 긍정적인 성과를 꾸준히 이어가야 한다는 과제가 주어진 상황이다. 지난 시즌에는 건강을 유지하긴 했지만 나이가 있는 만큼 르브론과 데이비스 역시 언제든 부상으로 자리를 비울 수 있다. 레이커스에게 언제든 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의미다. 초보 감독 레딕의 첫 시즌이 마지막까지 긍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갈지, 아니면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평가가 뒤바뀔지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 = 로이터/뉴스1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