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AR] KT 박준영, 늦게 피는 장미가 아름답다
시즌 초반 KT는 주요 선수들의 부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팀에 큰 힘이 되고 있는 것이 바로 박준영의 활약이다. 데뷔 7년 만에 가장 화려하게 빛나고 있는 박준영을 루키가 만나보았다.
*본 인터뷰는 11월 중순 이뤄졌으며, 루키 12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수정 및 보완했습니다.
포기란 없다
시즌 초반 박준영의 활약이 심상치 않다. 박준영은 A매치 휴식기 이전 치른 개막 10경기에서 10.0점 6.2리바운드 1.9어시스트. 야투율 45.9%, 3점슛 성공률 38.7%를 기록하며 고효율 플레이까지 보여줬다.
휴식기 이후에도 박준영은 최고의 활약을 펼치며 KT의 기둥으로 거듭나고 있다. 현재까지 20경기에서 11.4점 6.2리바운드 2.1어시스트 야투율 44.8%, 3점슛 성공률 43.8%를 기록 중이다.
하윤기, 문정현 등 주요 선수들의 부상 이탈에 어려움을 겪은 KT에게 박준영의 활약은 사막의 오아시아스 같았다.
"시즌 초반 시작이 좋잖아요. 우리 선수들이 많이 부상을 당해서 제가 기회를 얻었는데, 앞으로도 계속 잘해보려고 합니다." 박준영이 성공적인 시즌 초반에 대한 소감을 말했다.
2018년 드래프트 전체 1순위. 박준영에겐 지난 7년은 쉽지 않은 시간이었다. 적응 그리고 또 노력. 지난 시즌 상무를 마치고 KT에 복귀한 박준영은 올 시즌 자신의 잠재력을 비로소 터트리고 있다.
"사실 시합을 많이 못 뛴 적도 있었어요. 그래도 프로 선수잖아요. 항상 준비하는 마음을 가지려고 했어요. 경기에 언제 들어갈지 모르니까요. 그런 마음으로 일단 포기하지 않은 것 같아요."
대학 시절의 경험이 슬럼프 극복에 큰 도움이 됐다는 것이 박준영의 설명이다.
박준영이 저학년이던 시절, 고려대에는 이종현, 이승현, 강상재, 문성곤 같은 대단한 선배들이 있었다.
"1, 2학년 때 시합을 거의 못 뛰었어요. 투입되더라도 형이 점수를 다 벌린 뒤에 투입됐죠. 그래도 그때 생활이 프로에서 도움이 된 것 같아요. 못 뛸 수 있어도 다음에 또 뛸 수 있다는 식으로 프로에서도 생각을 했죠. 속으로 그때 루트를 또 타는 건가 싶기도 했어요."
"어쨌든 결과적으로 1, 2학년 때 경기에 거의 못 뛰었던 시간이 프로에서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 어떻게 버텨야 하는지 알았던 거죠. 만약에 제가 처음부터 경기에 많이 뛰던 선수였으면, 프로에 와서 더 자신감이 내려갔을 것 같아요. 하지만 저는 대학 시절부터 제 위치가 중간에 있는 선수, 하다 보니 되는 선수 이런 식으로 생각했다 보니 프로에서 기회를 못 받는 것에 대해 크게 마음을 쓰지는 않았어요. 그게 도움이 됐던 거죠."
본보기
프로 데뷔 초창기, 박준영은 빅맨에서 포워드로 포지션 변경을 시도했었다. 195cm의 크지 않은 신장 때문이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 시도는 큰 성과를 남기지 못했다. 결국 포지션 딜레마를 해소하지 못한 채 상무로 떠났고, 복귀한 박준영은 원래의 포지션인 4번으로 돌아가 있었다.
"사실 제가 3번으로 포지션 변경을 시도했을 때 다들 실패했다고 이야기를 했었거든요. 그런데 막상 그때 경기를 보면 제가 3번으로 정규리그 경기를 뛴 적은 없어요. 그때 3번으로 연습을 좀 하다가 잘 안 됐고, 그 후에는 다시 4번으로 돌아왔어요. 4번에서는 사실 제가 워낙 자신감도 있고 뭘해야 잘할 수 있는지 알고 있거든요. 동료들도 저한테 많이 도움을 주고 그러면서 요즘엔 좋은 경기력을 보여드릴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렇게 얻은 자신감이 결국 박준영을 바꿔놓았다.
"저는 사실 자신감이 실력의 90%라고 생각을 해요. 그런데 사실 저는 한 번 잔소리를 들으면 자신감이 많이 내려가는 스타일이거든요. 그래서 괜찮다, 잘할 수 있다고 주변에서 많이 이야기해줘요. 그러면서 스스로 자신감이 많이 붙고 제가 했던 농구를 다시 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요즘 제 플레이를 보면 예전 것들이 자신감을 얻어 다시 잘 나오는 느낌 같은 게 있어요."
"데뷔 초에는 긴장도 많이 하고 플레이가 그렇게 막 엄청 적극적이지도 않았어요. 그렇게 한 해, 한 해 지나다 보니까 이제 긴장도 좀 덜 되고, 후배들도 팀에 들어오다 보니까 선배로서 부끄럽지 않은 선수가 되고 싶은 마음에 더 열심히 하게 됐던 것 같아요."
실제로 박준영은 선수단이 젊은 KT에서 이미 중고참의 위치에 있다. 후배들에게 본보기가 되고 싶은 마음에 지친 내색도 덜 하고 더 열심히 하고 있다는 것이 박준영이 설명이다.
"후배들이 어느 정도 선배들을 보고 따라가는 부분도 있거든요. 제가 어릴 때도 그랬었거든요. 그래서 훈련할 때 너무 힘들 때도 후배들이 지켜보고 있으니까 '에이!'하면서 더 열심히 할 때도 있어요.(웃음) 그리고 시합에 들어가면 나도 본보기가 돼야겠다는 마음이 더 열심히 하고 있고요."
후배들에게 박준영은 어떤 스타일의 선배일까. 본인은 "저는 약간 조언하는 스타일은 아니고 격력을 많이 하려고 하는 스타일"이라고 설명했다.
"요즘 조언을 한다고 하면 혹시 꼰대라는 소리를 들을 것 같아서 저는 후배가 못해도 그냥 괜찮다고, 잘했다고, 다음에 더 연습하면 된다고 격려를 많이 해주는 스타일이에요. 예를 들어 (문)정현이가 실수하거나 슛을 못 넣으면 '괜찮아, 언젠가 들어갈 거야'라고 독려를 하는 거죠. 그렇게 토킹을 하고 코트 안에서도 토킹을 많이 하려고 해요. 후배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으려고 하는 거죠."
노하우
송영진 감독과 함께하는 것 역시 박준영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작년에 상무에서 돌아오고 나서 많이 뛰지는 못했어요. 다음 시즌에는 무조건 뭔가 해봐야겠다고 생각했었죠. 감독님, 코치님과 대화도 많이 하고 제가 잘할 수 있는 부분에서 역할도 맡으면서 올 시즌엔 잘 풀리고 있는 것 같아요."
"송영진 감독님이요? 상남자이면서도 정이 은근히 많으신 분이에요. 사실 감독님 얼굴이 그냥 보면 화나 보일 때가 많잖아요. 좀 오해가 있어요. 감독님도 수시로 '나 화난 거 아니야'라고 말을 많이 하시거든요.(웃음) 그런데 그냥 보면 무서울 때가 있어요. 그래서 감독님도 그걸 시경 쓰셔서 입으로 억지 웃음을 지으실 때가 있는데 그것도 무섭더라고요.(웃음)"
"워낙 카리스마가 있으신 느낌이긴 한데 사실 뭐라고 하실 때는 크게 소리도 치시지만 감독님은 거기서 끝이지, 나중에 뒤끝이 있는 분은 아니에요. 오히려 선수들한테 장난도 많이 치려고 하시고, 정이 많으신 감독님이라고 생각해요."
앞서 언급했다시피 4번 박준영은 명백한 언더사이즈 빅맨이다. 하지만 오히려 오랫동안 빅맨으로 뛰어온 덕분에, 신장의 열세도 잘 극복하고 있다. 3점슛도 40% 가까운 확률로 터트리기에, 스트레치형 빅맨으로서 자신만의 영역을 만들어가는 중이다.
"솔직히 매치업이 됐을 때 저보다 키 큰 빅맨이 정말 많거든요. 그런데 저 스스로 느끼기에 2미터 2~3센티미터까지는 저랑 그렇게 크게 신장 차이가 느껴지진 않아요. 그래서 그걸 넘어서는 큰 신장이 아니면 저한테는 다 비슷한 느낌이죠. 그리고 저는 어렸을 때부터 센터를 해왔기 때문에 포스트 수비를 하는 방법이나 큰 선수들이 어떻게 하면 슛을 어렵게 하게 만드는지 노하우가 있어요. 그런 부분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고, 덕분에 경기가 잘 되고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그리고 지금 제가 우리 팀에 없는 스타일의 파워포워드라는 생각도 들어요. 슛을 하니까 스페이싱이 되고 공격에서 중간다리 역할도 할 수 있어요. 그리고 어렸을 때부터 빅맨을 해왔다 보니 4번에서 어려움도 크게 없고요. 그게 제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부상자들이 돌아올 A매치 휴식기 이후, KT는 더 높은 곳으로 날아오를 가능성이 있다.
박준영은 최대한 팀 승리에 공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득점보다는 수비와 리바운드에 초점을 두고 경기를 하고 싶어요. 모든 경기를 이길 수 있다는 생각으로 경기를 하고, 우리 팀이 더 높은 순위로 올라갈 수 있도록 힘을 보태겠습니다."
사진 = 이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