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피디아] 루키 스케일 계약과 트레이닝 캠프
그냥 봐도 정말 재밌는 NBA, 경기장 밖에서 떠도는 여러 흥미로운 사실을 알고 나면 더욱더 NBA를 즐길 수 있다. 그래서 준비한 코너가 루키피디아다. 이번 시간은 NBA에 처음 입성하는 루키들의 계약 관련 이모저모와 트레이닝 캠프를 다룬다.
*본 기사는 루키 2024년 11월호에 게재됐습니다.
NBA의 다양한 계약 관련 룰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을 받아 NBA에 입성한 선수들이 가장 먼저 맺는 계약이 바로 루키 스케일 계약이다. 루키 스케일 계약을 통해 짧을 수도 있고 아주 길 수도 있는 NBA 커리어가 시작되는 것이다.
루키 스케일 계약 기간은 총 4년이다. 하지만 모두가 한 팀에서 4년을 다 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2년은 계약 기간이 보장되지만 남은 2년은 팀 옵션으로 팀에서 선수와 같이 동행할 것인지 결정하게 된다. 상위 지명을 받은 유망주라도 첫 2년 동안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면 팀에서 계약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모두가 같은 연봉을 받는 것도 아니다. 1순위부터 30순위까지 순번 순서대로 연봉이 달라진다. 리그 샐러리 캡 한도에 따라 신인들의 연봉도 바뀐다.
2024 드래프트 전체 1순위 자카리 리자셰의 데뷔 시즌 연봉은 1,256만 달러다. 약 174억원에 달하는 금액. 전체 30순위 연봉에 해당하는 249만 달러의 거의 5배 가까이 많은 돈을 받는다. 10년 전 1순위가 받았던 551만 달러에 비해서도 2배 이상 액수가 올랐다.
루키 스케일 기간을 모두 소화하면 제한적 자유계약선수(RFA)가 될 수 있다. 물론 구단에서 원하는 기대치를 충족했거나 상당한 포텐셜을 인정받는 선수들은 대부분 3년차 시즌이 끝나고 연장 계약을 맺는다.
구단에서 제시하는 퀄리파잉 오퍼를 받아들여 1년 더 뛴 후 아예 비제한적 자유계약선수가 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보통의 선수들은 장기 계약을 맺거나 바로 제한적 자유계약선수가 되는 루트를 선택한다.
예를 들면 올해 4년차를 맞이하는 2021년 드래프티 1~5순위는 모두 시즌에 들어가기 전 연장 계약을 맺었다. 케이드 커닝햄, 에반 모블리, 스카티 반즈는 맥시멈 계약 규모에 도장을 찍었고 제일런 그린과 제일런 석스도 시즌 개막 직전에 계약 소식을 알렸다.
제한적 자유계약선수는 명칭에서도 알 수 있듯 비제한적 자유계약선수보다 제한 사항이 많다. FA이지만 사실상 본인의 완벽한 자의에 의한 이적은 불가능하다.
제한적 자유계약선수로 시장에 나간 선수가 다른 팀의 오퍼를 받게 되면 원소속 구단은 오퍼시트 매치 여부를 두고 3일 안에 결정해야 한다. 오퍼시트에 매치한다면 선수는 해당 계약 조건에 구단에 남아야 한다. 내가 갖긴 아쉽고 남 주긴 아까울 때 오퍼시트에 울며 겨자먹기로 매치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제한적 자유계약선수의 맥시멈 금액은 샐러리 캡의 25%까지다. 하지만 특출난 기량을 선보이며 로즈룰을 적용받을 수 있는 자격을 얻는다면 샐러리 캡의 30%까지 연봉으로 받을 수 있는 혜택을 누린다.
로즈룰 발동을 위해서는 다음의 조건 중 하나를 충족하면 된다. 루키 스케일 계약 연차의 어린 선수들 기준으로는 쉽지 않은 난이도다.
- 로즈룰 발동을 위한 조건
1. MVP 1회 선정
2. 연장 계약 실행 직전 시즌 올 NBA 팀 선정 or 직전 시즌의 앞선 두 시즌에 올 NBA 팀 선정
3. 연장 계약 실행 직전 시즌 올해의 수비수 선정 or 직전 시즌의 앞선 두 시즌에 올해의 수비수 선정
1라운드 신인을 제외하면 2라운드 선수나 미지명 선수들은 FA와 비슷하게 구단과의 협상으로 계약을 맺는다. 이 선수들에게는 정식 계약이 아닌 투웨이 계약 제시도 가능하다.
투웨이 계약은 NBA에서 로스터 유동성을 키울 수 있는 계약 제도다. 이번 CBA 룰 개정으로 한 팀당 2명이 아닌 3명까지 투웨이 계약 제도 활용이 가능해졌으며 투웨이 계약을 맺은 선수는 한 시즌에 최대 45일까지 NBA 로스터에 등록 가능하다.
투웨이 계약으로 출발하더라도 가능성을 어필하면 충분히 정식 계약도 가능하다. 최근 멤피스에서 일본인 4호 NBA 리거로 발자취를 남긴 카와무라 유키도 투웨이 계약으로 로스터에 등록된 케이스다.
백과사전 속 토막상식 사진 5
역대 가장 비싼 55순위 지명자?
르브론 제임스의 아들 브로니 제임스의 NBA 입성은 많은 이야기를 낳고 있다. 대학 시절 기량 미달의 모습을 보였고 심장 질환 이슈까지 생기면서 NBA 진출은 힘들 것이라는 예측도 있었지만 전체 55순위로 레이커스에 지명됐다. 르브론의 아들이 아니었다면 지명되지 못했을 것이라는 의견도 등장했다.
브로니는 NBA에 입성하면서 맺은 계약을 두고도 화제가 됐다. 보통의 2라운드 막판 선수에 비해 계약 조건이 상당히 좋다. 총 4년 790만 달러 계약에 1~2년차는 아예 보장되는 구조다. 3년차는 부분 보장, 4년차엔 팀 옵션이 있다.
물론 레이커스는 이미 마케팅 측면에서 브로니 제임스 영입 효과를 누리고 있다. 브로니는 55순위 지명자임에도 이번 드래프티 중 압도적으로 많은 관심을 받는 선수이고 르브론 제임스와의 개막전 동시 출전이라는 특별한 이벤트도 있었다. 이미 수익 면에서 봤을 때는 브로니에게 안긴 계약 이상의 효과를 누리고 있는 레이커스다.
트레이닝 캠프
슈퍼스타들이 즐비한 NBA는 선수들의 목소리가 큰 리그이기도 하다. 트레이닝 캠프에 있어서도 이러한 분위기를 확인할 수 있다.
훈련 시간과 방식에 대한 공식적인 규정이 있다. 첫 6일 동안은 하루에 총 2번까지 훈련할 수 있으며 2번을 합쳐 3시간 30분을 넘으면 안 된다. 한 번에 3시간 30분을 집중해서 훈련을 진행할 수도 있다.
두 번 훈련을 진행한다면 라이브 스크리미지 훈련은 한 번만 실시할 수 있다. 한 번은 컨디셔닝이나 슈팅, 1대1, 2대2와 같은 기본적인 훈련을 진행하고 다음 훈련에 스크리미지로 선수들의 손발을 맞춰보는 식이다.
프리시즌의 중요 과제는 주축 선수들의 합 맞추기, 감각 끌어올리기도 있겠지만 팀 전력 향상을 위해 여러 선수를 기용하면서 옥석을 가리는 것도 있다. 정식 계약자가 아님에도 프리시즌에 두각을 나타낸다면 정규시즌 로스터 합류가 가능하다.
정규시즌 로스터와 트레이닝 캠프의 로스터는 차이가 있다. 정규시즌에는 총 15명의 선수에 투웨이 계약자 3명이 포함되지만 비시즌에는 총 20명까지 선수를 팀에 보유할 수 있다.
보통 구단은 정식 계약자 15명을 다 채워서 프리시즌에 들어가지 않는다. 14명의 정식 계약자와 2~3명 정도의 투웨이 계약, 그리고 트레이닝 캠프 계약을 맺어 나머지 로스터를 채운다.
트레이닝 캠프에서 바늘 구멍을 뚫기 위해 선수들이 주로 맺는 계약은 Exhibit 10 계약이다. 1년 미니멈 수준의 계약 구조를 가졌고 투웨이 계약보다 한 단계 아래의 계약이라고 보면 된다.
Exhibit 10 계약은 영입과 방출에 큰 제약이 없는 자유로운 구조로 트레이닝 캠프나 프리시즌 기간에 수없이 많은 방출이 일어난다. 심지어는 트레이닝 캠프에서 1~2일 정도만 훈련해 보고 선수에게 방출을 통보하는 경우도 있다. 그만큼 Exhibit 10 계약을 통해 NBA 정식 계약까지 따내는 일은 쉽지 않다.
Exhibit 10 계약으로 NBA 정규시즌 무대에서까지 발자취를 남겼던 선수 중 국내 팬들에게 익숙한 선수도 있다. 바로 KBL에서 단신 외국 선수로 이름을 날렸던 키퍼 사익스다.
사익스는 2021-2022시즌을 앞두고 인디애나와 Exhibit 10 계약을 맺고 트레이닝 캠프에 참여했다. 이후 정규리그에는 주로 G리그에 머물던 사익스는 팀 주축 가드들이 대거 이탈하면서 기회를 얻었다.
사익스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2022년 1월 5일 뉴욕전에서는 22점을 쏟아내는 등 큰 임팩트를 남겼고, 결국 계약을 잔여 시즌 보장으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올해 NBA에서는 절반에 가까운 팀이 트레이닝 캠프 기간 동안 전지훈련 개념으로 연고지가 아닌 다른 지역에서 훈련을 진행했다. 하와이, 바하마, 라스베이거스, 몬트리올 등 지역도 다양했다.
골든스테이트와 클리퍼스는 대표적인 휴양지인 하와이로 향했고 마이애미와 필라델피아는 바하마의 리조트에서 트레이닝 캠프에 나섰다. 캐나다 팀인 토론토는 몬트리올에서 담금질을 진행했다.
시즌에 들어가기 전 분위기 환기와 선수단 사기 진작 차원이 크다. 바하마로 향한 지미 버틀러는 도미노 게임을 하느라 새벽까지 자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전했고, 골든스테이트는 하와이의 아침햇살을 맞으며 요가 프로그램을 소화하기도 했다.
사진 = 로이터/뉴스1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