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AR] 타니무라 리카, WKBL의 요키치를 꿈꾸다

2024-11-24     이동환 기자

올 시즌 FA, 아시아쿼터, 신인을 통해 로스터를 전면 개편한 신한은행에서 새 시즌 가장 궁금증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선수는 단연 타니무라 리카다. 과거 일본 여자농구 대표팀에도 선발됐던 타니무라는 큰 부상에서 돌아온 첫 시즌부터 낯선 한국 무대 데뷔를 앞두고 있다. WKBL 1순위 아시아쿼터 선수, 타니무라 리카를 만나보았다.

*본 인터뷰는 10월 중순 진행됐으며, 루키 2024년 11월호에 게재됐습니다.

 

1순위

“타니무라 리카는 어떤 선수인가요?” 타니무라 리카가 아시아쿼터 드래프트 1순위로 신한은행에 입단한 직후, 구나단 감독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구 감독의 칭찬이 쏟아진다. “정말 똑똑한 선수예요. 지금 한국에는 없는 타입의 선수랄까요. 농구 IQ가 대단해요. 예를 들어 공격을 할 때는 그냥 하는 게 아니라 상대 수비 대형을 읽고 그에 맞게 플레이를 하는 거죠. 그런 똑똑함이 플레이에 묻어 있어요. 건강하다면 수준이 다른 선수라고 생각해요.”

건강. 타니무라는 지난해 9월, 독일리그 데뷔를 앞두고 큰 부상을 당했다. 연습경기에서 점프 후 착지 과정에서 전방십자인대가 파열된 것이다. 농구 인생에서 겪어본 적이 없는 일이었다.

“레이업슛을 올라가던 상황에서 수비수가 블록을 하러 달려왔거든요. 그 과정에서 접촉이 생겼고 전방십자인대를 다쳤어요.” 타니무라가 침착한 표정으로 1년 전을 되돌아봤다. “독일에서는 천천히 재활을 했었고, 일본에 들어가서는 무릎에 힘을 주고 가동 범위를 늘리고 점퍼, 어질리티 훈련을 차례로 했어요.”

“사실 센터가 레이업 상황에서 무릎을 다친다는 게 흔치 않은 상황이긴 해요. 그래서 비슷한 동작이 나오는 일이 많지 않아서 이제는 부상 트라우마는 거의 사라졌어요. 레이업슛보다는 로우포스트 이후 골밑 슛을 가져가는 움직임이 더 많으니까요.”

사실 타니무라에게 신한은행은 친근한 팀이다. 지난해 여름, 독일리그 진출을 앞두고 타니무라는 신한은행 훈련에 합류해 함께 운동을 했었다. 당시만 해도 아시아쿼터 제도 도입, 신한은행 입단은 상상조차 하기 힘든 먼 미래의 일이었다.

1년도 지나지 않아 그 인연은 이제 특별한 스토리가 됐다. 신한은행이 아시아쿼터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타니무라를 지명한 것이다.

“일단 신한은행이 지명해주신 게 너무 감사했어요.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1년 전에도 신한에서 훈련을 하러 왔었으니까요. 인연이 그렇게 다시 이어진 것도 너무 좋았고 감사했어요.”

“1순위에 대한 부담이요? 솔직히 무릎 부상을 안 당한 상태라면 드래프트 전부터 자신감이 있었을 것 같아요. 하지만 큰 부상 후에 컴백을 준비하는 상황이었잖아요. 그래서 만약에 저를 1순위로 신한은행에서 지명해주신다면 정말 감사하겠다는 생각을 드래프트 전에 했었어요. 저를 1순위로 뽑으실 줄은 정말 몰랐어요.(웃음)”

“팬분들의 기대요? 일단 보답하려는 마음이 당연히 있어요. 1순위니까 그에 대한 기대가 있는 건 당연하잖아요. 그래서 잘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부담은 딱히 안 가지고 있고, 제가 할 일을 코트에서 잘 해내면 팬분들의 기대에 보답할 수 있는 플레이로 이어질 거라고 생각해요.”

 

여키치

타니무라의 플레이는 특별하다. 지난 8월 말 본격적으로 팀 훈련에 합류한 타니무라는 일본 전지훈련을 떠나기 전에 진행된 국내 연습경기부터 이미 실전을 소화하기 시작했다.

당시 현장에서 직접 지켜본 타니무라의 플레이는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기본적으로는 뛰어난 로우포스트 플레이어이면서도 픽앤팝 이후의 3점은 물론 상대의 클로즈아웃 수비를 드리블 돌파로 공략해 어시스트를 뿌리는 능력이 있었다. 엘보우에서 볼을 잡은 후 반대 사이드를 봐주는 패스 역시 그간 WKBL에서 볼 수 없었던 플레이였다.

“타니무라 선수의 플레이를 보면서 많이 놀랐거든요. 니콜라 요키치 같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이런 시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질문을 들은 타니무라가 웃으면서 답했다. “사실 일본에서도 요키치 같다는 말은 많이 들었었어요.”

“저는 득점은 득점대로 하고 패스, 드라이브 인도 하는 스타일이거든요. 센터 치고는 빠른 게 제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득점을 하면서도 다른 동료들의 찬스를 활용하면서 다양하게 플레이하는 게 제 장점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외곽 플레이를 했었어요. 키가 작았다가 갑자기 자란 건 아니고(웃음) 제 소속 팀이 좀 약해서 제가 외곽 플레이까지 했어야 했거든요. 그래서 가드처럼 볼을 직접 몰고 프런트코트까지 몰고 넘어오고 그런 플레이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외곽 플레이를 익힌 것 같아요.”

“덕분에 올어라운드 타입의 선수가 될 수 있었어요. 이제는 패스도 되고 드라이브 인도 되고 어쨌든 모든 걸 할 수 있어요. 기본적인 베이스가 그렇게 깔린 상태에서 W리그(일본 여자농구 리그)에 올라가서 한국 지도자 분들께도 많은 걸 배웠어요. 이옥자 감독님과 정해일 감독님께 농구를 배우면서 IQ를 활용하는 농구를 익혔죠.”

과거 11번을 등번호로 달았었던 타니무라. 하지만 신한은행에서는 3번을 달 예정이다.

“한국에서도 11번을 달고 싶긴 했는데, 이미 다른 선수가 달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번호를 바꾸기로 했어요. 친구가 크리스 폴 얘기를 하면서 3번이 어떻냐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3번을 달기로 했어요.”

“지금 몸 상태요? 최근 2주에서 3주 동안은 컨디션이나 체력이 많이 좋아졌다고 느꼈어요. 개막전도 당연히 뛸 것 같고요.”

“일단 개인적인 목표는 부상 없이 한 시즌을 마무리하는 게 제일 첫 번째예요. 그리고 부상 이전의 플레이스타일도 확실히 되찾고 싶고요. 제가 그런 모습을 보여주면 그게 신한은행이라는 팀에도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팀으로서의 목표는 가장 높은 곳까지 가는 거예요. 이번에 우리 팀에 새로운 멤버들이 많은데, 시즌이 다가오면서 점점 호흡이 맞아가는 게 느껴져요. 그런 모습이 시즌이 시작한 훼 코트에서도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

타니무라 리카 Profile
신장: 185cm
체중: 84kg
출신: 고쇼카오카중-나카무라가쿠엔여고-츠쿠바 대학
드래프트: 2024년 아시아쿼터 1순위
소속 팀: 샹송-히타치-샹송-아이스푀겔-신한은행
커리어: 2016년~현재

사진 = 이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