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박대현 기자] 현재진행형이다. 스테픈 커리(29,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는 여전히 트라우마와 싸우고 있다.

지난해 6월 20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 오라클 아레나는 조용했다. 스코어 보드엔 89-93, 원정 팀의 승리를 알리는 숫자가 새겨졌다. '73승 팀'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준우승을 뜻하는 점수판이었다.

희비가 'X자'를 그렸다. 표정이 극명히 엇갈렸다. 르브론 제임스를 위시한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 선수단은 얼싸안고 기쁨을 즐겼다. 르브론은 "This is Cleveland(이것이 클리블랜드다)"를 거칠게 울부짖었고 결승 3점포를 터트린 카이리 어빙은 방송 인터뷰에 여념 없었다. 타이론 루 감독은 벤치 멤버, 구단 관계자와 포옹하며 1년간의 노고에 고마움을 표했다.

커리는 '이때'를 생생히 기억한다. 그는 30일 『ESPN』 크리스 헤인스 기자와 인터뷰에서 "(시리즈 스코어가) 뒤집힐 거라곤 생각 못했다. 파이널 7차전에서 드레이먼드 그린은 최고의 활약을 보여줬고 종료 3분 전까지만 해도 우리가 앞서고 있었다. (힘겨웠지만) 끝내 우승은 골든스테이트가 차지할 것이라 믿었다"고 말했다. 

결정적 순간을 꼽았다. 커리는 승리 추가 클리블랜드 쪽으로 기울어진, 또는 그 단초 노릇을 한 장면을 생생히 기억했다. 그는 "1점 차로 근소하게 앞선 4쿼터 종료 5분 전이었다. 그때 클레이 톰슨에게 어이없는 비하인드 백 패스를 날렸다. 말도 안 되는 배드 패스 턴오버였다. 그때 정신을 다잡기가 매우 힘들었다. 지금 생각해도 납득하기 어려운 실수"라고 밝혔다. 

87-86으로 앞선 경기 종료 5분 16초 전 악몽이 시작됐다. 당시 커리는 클리블랜드 코트 오른쪽 45도로 천천히 드리블해 나갔다. 수비는 어빙이었다. 매치업을 등진 채로 천천히 한두 걸음 옮기던 찰나, 톰슨이 코트 정면에서 그린의 볼 없는 스크린을 받고 빠르게 오른쪽 코너로 자리를 옮겼다. 눈부신 오프 볼 무브였다. 또 약속된 플레이였다. 정규 시즌 동안 수백번 합을 맞췄던 바로 그 패턴이었다.

평소 톰슨의 슛 릴리스를 생각하면 패스를 받자마자 바로 몸을 돌려 슛을 던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커리는 지체없이 공을 건넸다. 그런데 조금 낯설었다. 그는 비하인드 백 패스를 택했다. 결과론적이지만, 이 선택은 치명적인 실수였다. 

커리의 손을 떠난 공은 멀찌감치 관중석을 향했다. 톰슨이 적극적인 리시빙을 단념할 만큼 거리감이 있었다. 당시 커리 수비를 맡았던 어빙이 별다른 컨테스트나 핸드 업을 보이지 않던 상황이었다. 수비 강도가 세지 않았다. 결과론적이지만, 그래서 더 아쉬웠다.

정규 시즌 최다승 경신, 리그 최초 만장일치 MVP와 단일 시즌 외곽슛 402개, 데뷔 첫 득점왕 등 '배드 뉴스'는 단 한 꼭지도 없었다. 그만큼 위대한 1년이었다. 그러나 커리는 2016-17시즌 마지막 5분을 남겨 놓고 결정적인 배드 패스 턴오버로 고개를 떨궜다. 

커리는 "알고 있다. 그 패스가 좋은 패스가 아니었다는 걸 너무 잘 알고 있다. 맞다. 난 여전히 그 패스(실책)를 곱씹고 있다. 자꾸 떠오른다"고 말했다. 이어 "오프 시즌 동안 그 실책에서 벗어나기 위해 정말 많은 노력을 했다. 그만큼 그때 비하인드 백 패스는 스스로 용납하기 힘들었다. 숙연해진 경기장과 말없이 백코트하는 동료들, (내가 부담될까봐) 별 거 아니라고 격려해주는 벤치, 복잡한 머리속 등 모든 게 헝클어졌다"고 덧붙였다 

커리어 3번째 파이널에 임하는 각오를 잊지 않았다. 3년 연속 리그 최강 팀을 지휘하는 이 주전 포인트가드는 '담대한 뱃심'을 약속했다. "나쁜 기억을 극복하는 건 쉽지 않다. 그러나 2가지 분명한 사실이 있다. 그 날(파이널 7차전) 이후 깨달았다. 난 할 수 있다. 극복할 수 있고 더 좋은 플레이를 펼칠 수 있다. 그리고 (예전에 했던) 플레이는 결코 변하지 않는다. 과거는 꿈쩍않는다. 영원히 그 자리를 지킨다. 현재에 집중해야 한다. 외면한다고, 혹은 신경 쓴다고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다. 이 2가지만 가슴에 품고 마지막 무대에 나설 것이다."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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