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박대현 기자] 2017 플레이오프 대망의 파이널 매치업이 결정되었다. 다음 달 2일(이하 한국시간)부터 동부 챔피언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와 서부 패자(覇者)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가 피할 수 없는 한판승부를 벌인다. "역대 가장 예측이 어려울 7경기"라는 평가답게 치열하게 전개될 시리즈 향방을 미리 내다봤다.

★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67승 15패, 서부 콘퍼런스 1위)

서부 결승 REVIEW

부상 변수에 시달린 샌안토니오 스퍼스를 가볍게 제압했다. 서부 콘퍼런스 파이널에서 시리즈 스코어 4-0으로 스윕 달성에 성공했다. 3가지 측면에서 의미가 있었다. 골든스테이트는 역대 최초 12연승으로 단일 시즌 플레이오프를 시작한 팀이 됐다. 또 LA 레이커스(총 6회)에 이어 역사상 두 번째로 3년 연속 파이널에 진출한 서부 구단으로 이름을 올렸다. 끝이 아니다. 이들은 지난 2001년 레이커스 이후 처음으로 1경기도 패하지 않고 마지막 무대에 오른 팀이 됐다. 왕좌 재탈환을 노리는 골든스테이트는 이보다 더 완벽한 '스타트'는 없을 정도로 압도적인 경기력을, 지난 12경기에서 보여줬다.

강점

하나만 꼽기가 불가능하다. 그만큼 출중하다. 가장 눈에 띄는 강점은 역대 최고 수준의 '패스 게임 전개'다. AST%(야투 성공 대비 어시스트 점유율) 70.2%로 이번 플레이오프 16구단 가운데 단연 1위다. 선수 개인의 결정력도 빼어난데 득점을 만들어가는 '방식'까지 눈부시다.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은 "단 2번의 패스로 상대 1선을 무너뜨릴 수 있는 팀"이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기도 했다.   

클러치 타임(경기 종료 5분 이내 5점 차 이하 접전 상황) 집중력도 역대 최고 수준이다. 이 구간 오펜시브 레이팅(ORtg)이 무려 171.0이다. 네트 레이팅(NetRtg)은 57.3에 이른다. 승부처에서 골든스테이트의 '함포 사격'은 경기 흐름, 스코어, 시리즈 물줄기를 모두 틀어쥘 수 있는 리썰 웨폰이다. 'NBA판 만수' 그렉 포포비치 샌안토니오 감독도 별다른 대응 수(手)를 두지 못했을 만큼 숨통을 쥐는 힘이 뛰어나다.

퍼리미터 수비도 안정적이다. 페인트 존 실점(12경기 평균 44.3점)은 다소 높지만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3점슛 허용률 32.0%로 리그 최정상급 외곽 수비력을 뽐내고 있다. 디플렉션도 평균 19.3회로 1위다. 상대 팀의 볼 흐름을 확실히 괴롭힐 줄 안다. 외곽슛 빈도와 정확성에서 빼어난 능력을 보이는 디펜딩 챔피언과 대결이 기대되는 이유다.  

약점

옥에 티를 찾는 수준이다. 공격자 파울을 유도하는 차지스 다운에서 평균 0.25회로 최하위권이다. 사실 2점슛 허용률, 6피트 이내 야투 허용률 등 기본적인 지표는 훌륭하다. 플레이오프 16구단 가운데 3위권 안팎을 오르내린다. 그러나 지배력 면에선 확실히 '앤드루 보거트 시절'보다 떨어진다는 평가가 있다. 『ESPN』은 "안쪽에서 상대 슬래셔를 드레이먼드 그린 혼자 막고 있다. 골든스테이트 페인트 존은 보거트(이적), 자자 파출리아(부상) 대신 주전 센터로 나설 저베일 맥기의 분발이 가장 필요한 공간"이라고 분석했다. 

공격 리바운드를 잡은 뒤 '2차 기회'를 살리는 데도 애를 먹고 있다. 풋백 상황에서 득점 기대치는 0.63점으로 준수하나 야투율이 35.7%에 그친다. eFG%도 37.5%에 머물렀다. 미드 레인지와 외곽 라인 바깥에서의 슈팅이 메인 전술인 팀이지만 페인트 존 득점과 '상호 호환'도 무시할 수 없다. 마이크 브라운 감독 대행은 "(파이널에선) 미스매치 활용을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픽 앤드 롤, 픽 앤드 팝 비중을 늘리려는 새로운 시도가 이 같은 '티끌 약점'을 얼마나 상쇄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51승 31패, 동부 콘퍼런스 2위)

동부 결승 REVIEW

작은 요동은 있었다. 그러나 긴장감이 일 정도는 아니었다. 클리블랜드는 보스턴 셀틱스와 동부 콘퍼런스 파이널에서 시리즈 스코어 4승 1패를 거두며 3년 연속 파이널 무대에 발을 들였다. 원정에서 치른 3경기 모두 단 한 번의 동점도 허락하지 않는 완벽한 승리를 챙겼다. 고관절 부상으로 에이스(아이재아 토마스)가 빠진 보스턴에 클리블랜드는 너무 큰 산이었다. 

'라이벌리 역사'의 새 지평을 연 모양새다. 또다시 골든스테이트와 파이널 맞대결이 성사됐다. 같은 두 팀이 3년 연속 파이널 무대에서 격돌하는 건 NBA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그것도 우승을 한 번씩 주고받은 호각을 이룬 상황에서 펼치는 진검승부다. 두 팀의 '시즌 3' 개봉에 전 세계 농구 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강점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슈팅 효율성이다. 클리블랜드는 플레이오프 13경기에서 팀 eFG% 59.8%, TS% 63.4%를 기록했다. 두 부문 모두 압도적인 1위다. 기병대는 팀 야투 시도 가운데 3점슛 빈도가 37.5%에 이르는 팀이다(1위). 이런 팀이 단순 성공률을 넘어 효율까지 챙기고 있다. 양과 질에서 폭발적인 생산성을 보이는 셈. 높은 야투 성공률(슈팅 효율성)은 많은 전문가가 꼽는 승리 제1원소다. 기본적인 승률 확보 싸움에서 클리블랜드가 다른 어떤 구단보다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 있다.

위대한 승부사 2명을 보유한 점도 특장점이다. 클리블랜드의 올봄 아이솔레이션 상황에서의 야투율은 50.6%다. 같은 부문 eFG%는 무려 59.3%에 달한다. 카이리 어빙, 르브론 제임스라는 위대한 1대1 옵션을 보유한 효과다. 공이 죽어 있는 포제션에서도 '확실한 한 골'을 기대할 수 있다. 클러치 타임 수비력도 일품이다. 이 구간 야투 허용률이 36.4%로 매우 훌륭하다. 특히 승부처에서 좀체 자유투를 쉽게 내주지 않는다. 클러치 상황 자유투 허용 수·허용률에서 탁월한 수확물을 내놓고 있다(FTA 0.8개, FT% 60% - 플레이오프 1위). 같은 지표에서 골든스테이트가 상당히 높은 숫자(5.0개, 93.3%)를 기록한 점을 고려하면 상대적 강점으로도 읽힐 수 있다. 

약점

불안 요소가 있다.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중거리 슛 저지에 애를 먹고 있다. 실제 숫자로도 나타난다. 클리블랜드는 지난 13경기에서 15~19피트 구간 야투 허용률 43.6%를 기록했다. 20~24피트 구간에서도 40.2%를 기록하며 페인트 존에 비해 다소 헐거운 미드 레인지 수비력을 보였다. 『Cleveland.com』은 "클리블랜드와 샌안토니오의 (중거리 슛 허용) 수치가 놀랍도록 유사하다. 포포비치가 했던 고민을 타이론 루가 그대로 물려받을 가능성이 있다. 샌안토니오는 골든스테이트가 가장 선호하는 필드골 적립 구역에서 위협 사격조차 하지 못했다. 이는 그들이 경기 흐름을 좀처럼 거머쥘 수 없었던 원인 중 하나"라고 분석한 바 있다. 

골든스테이트는 샌안토니오와 서부 결승 마지막 2경기에서 눈부신 중거리 슛 적중률을 보였다. 16~24피트에서 야투 성공률이 56.3%에 달했다. 8~16피트 구간에선 65.2%다. 클리블랜드가 약세를 보이는 지점과 상당 부분 교집합을 이루고 있다.  

▶ 시리즈 관전 포인트 

1. 3년 연속 파이널 맞대결

두 팀은 올 시즌 많은 기록에서 대동소이하다(플레이오프 기준). 좋은 기록은 최상위권을 독식하고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기록은 '나란히' 중하위권에 사이좋게 자리하고 있다(컨테스트 상황에서 리바운드율, 픽 앤드 롤 공격시 득점 기대치 등). '구분짓기'를 시도하기가 상당히 어렵다. 특별한 상성이 존재하지 않는 매치업이 될 가능성이 큰데 여기에 3년 연속 마주하는 '익숙함'까지 갖췄다. 『AP통신』의 표현처럼 "역대 가장 예측하기 쉽지 않은 7경기가 될 것"이라는 문장이 엄살처럼 들리지 않는다. 

2. 케빈 듀란트의 '1대1 생산성'

2012년 이후 첫 파이널 무대를 밟는 듀란트가 주목된다. 특히 골든스테이트의 상대적 약세를 감안하면 더 그렇다. '황금 전사'가 유일하게 밀리는 요소가 있다면 1대1 상황에서의 야투율(41.2%)이다. 듀란트는 이 같은 열세를 만회할 수 있는 최적의 카드다. 순수 기량으로 죽어 있는 공을 살릴 수 있는 그의 존재는 '2016년 악몽' 청산에 총력을 기울이는 골든스테이트 입장에선 단비와 같다. 클리블랜드 1선이 지난해처럼 '스플래시 브라더스'를 육탄방어로 그 힘을 반감시키는데 성공할 경우 1대1 공격수 듀란트가 맡을 롤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KD는 지난해 여름 골든스테이트가 왜 그토록 자신을 원했는지 보여줘야 한다.

3. 승부처로 자리할 '3쿼터 빅뱅'

'올해 플레이오프는 재미가 없다'는 목소리가 꽤 있다. 경기 초반부터 어느 한쪽으로 흐름이 확 기우는 '와이어 투 와이어' 게임이 양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파이널에선 이 같은 흐름은 지속되지 않을 확률이 높다. 양 팀 모두 최정상급 전력을 뽐내고 있기에 초반 러시가 쉽지 않다. 전력이 백중세인 팀끼리 맞대결은 먼저 승부를 거는 쪽이 불리하다. 샅바 싸움에서 끝까지 버티다가 후반에 승부수를 띄우는 게 '정설'이다. 

그런 의미에서 '3쿼터 싸움'은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두 팀 모두 3쿼터 생산성이 탁월하다. 이 구간 평균 득점(골든스테이트 31.8점 vs 클리블랜드 31.2점), 팀 야투율(50.2% vs 52.3%), 3점슛 성공률(42.6% vs 44.9%), 코트 마진(+4.7 vs +6.0) 등 여러 지표에서 나무랄 데 없는 수치들을 챙겼다. 첫 승부처 흐름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은 3쿼터에서 두 팀의 '난타전'이 시리즈 전체 키(key)를 쥘 수 있다. 

▶ 팀별 주목할 선수 

클레이 톰슨(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단단히 벼르고 있다. 클레이 톰슨은 팀 내 누구보다 '왕좌 재탈환 각오'에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는 26일 "지난해 파이널에서 뼈아픈 부진을 보였던 톰슨이 와신상담했다. '반쪽짜리 사이드 킥'이란 오명을 얻었던 그였기에 독기를 품었다. 지난 1년 동안 하루도 빼먹지 않고 클리블랜드 타도를 꿈꿨다며 평소와 다른 '공기'를 뿜어 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수비가 약한 어빙 대신 JR 스미스, 이만 셤퍼트가 경기 중 '커리 수비'를 맡을 가능성이 있다. 이때 톰슨이 전면에 등장해야 할 타이밍이 생긴다. 스몰볼 구사시 듀란트가 3점 라인 안쪽에 집중할 확률이 높은데 톰슨은 그 바깥에서 제 몫을 해줘야 한다. 그의 퍼포먼스에 따라 파이널 흐름이 재편집될 수 있다. 

카이리 어빙(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

시소상황만 되면 피가 끓는다. 탁월한 농구 재능에 '강한 심장'까지 갖춘 2옵션은 빅 게임에서 가장 필요한 요소 중 하나다. 르브론이 부진할 때에도 클리블랜드가 안심하고 '고 투 가이 재지정'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이다. 지난해 파이널에서 두 팀의 명암이 엇갈린 지점도 2옵션 폭발력이었다. 

지난 24일 보스턴과 동부 결승 4차전이 백미였다. 이날 르브론은 경기 초반 파울트러블과 야투난조로 일찌감치 벤치로 물러났다. 루 감독은 어빙의 개인 전술을 메인으로 재설정했다. 별다른 수가 없었다. 그러나 이 수(手)는 묘안이 됐다. 어빙의 '42점 퍼포먼스' '신발끈 예고편'은 상징적이다. 리그 최고 수준의 드리블 돌파와 동료 빅맨진의 스크린를 받고 상대 수비 밸런스를 흩트리는 BQ, 결정적인 스텝 백 3점슛이 일품이다. 물줄기를 단 한 번의 플레이로 뒤바꿀 수 있는 선수다. 골든스테이트가 지난해 파이널 7차전에서 결승 3점포를 책임졌던 선수를 48분 내내 유념하지 않는다면 올봄 첫 12경기와는 다른 흐름을 마주할 가능성이 있다. 

▶ 팀별 X-factor 

1. 르브론 제임스의 '멘탈과 건강'

여러 외신 보도를 보면 르브론의 분위기가 최근 2~3년과는 조금 달라졌다는 얘기가 많다. '성숙'해졌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래리 브라운 스포츠』는 "초연해졌다. 지난해 파이널 우승으로 무언가에 쫓기는 느낌이 훨씬 덜해졌다. 스포츠에선 힘을 뺀 상대가 가장 무섭다"고 말했다. 『ESPN』,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 『뉴욕 타임스』 등 여러 매체 기자들의 SNS(사화관계망서비스)에도 르브론의 '바뀐 마인드'를 읽을 수 있다. 동부 결승 5차전을 앞두고 비충혈(코막힘)과 미열, 두통을 앓은 것으로 알려졌다. 필자가 위에 언급한 모든 분석은 어찌보면 부차적인 요소다. '킹'의 멘탈과 건강이 언제나 그랬듯 시리즈 최대 변수, 클리블랜드의 최고 상수다.

2. 홈코트 어드밴티지

동·서부를 대표하는 '강 vs 강' 대결이다. 어느 한 손도 쉬이 들어줄 수 없다. 양 팀 주축 선수 대부분이 최전성기 또는 전성기에 놓여 있으며 큰 무대 경험, 스타성, 시리즈 드라마, 상성이 맞물리는 전력까지 흥행 요소를 고루 갖췄다. 두 팀을 둘러싼 환경을 살펴볼 때 경기 외적인 변수가 의외로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홈코트 어드밴티지가 대표적이다. 1, 2, 5, 7차전을 홈에서 치르는 골든스테이트와 3, 4, 6차전을 안방에서 경험하는 클리블랜드다. 자기 집 거실을 확실히 지키느냐 여부도 무시못할 포인트가 될 것이다. 

★ 한 줄 예상 

욕 먹을 각오하고 씁니다. 골든스테이트 in 6 

사진 제공 = 언더아머,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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