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이민재 기자] "나를 축구계의 마누 지노빌리라 불러달라." 아르헨티나 축구 스타 리오넬 메시가 지난 2013년 『Marca』를 통해 밝힌 내용이다. 세계 최고의 축구 선수 중 한 명인 메시가 자신감을 드러내도 욕할 사람들이 없다. 그러나 그 역시 지노빌리가 보인 승리에 대한 간절함, 열정, 리더쉽 등을 본받아야 한다고 밝히면서 존경심을 표했다.
 
마누 지노빌리의 소속팀 샌안토니오 스퍼스는 매년 큰 문제가 없다. 조직력으로 똘똘 뭉친 팀답게 코트 안팎에서 조용하다. 대신 여름만 되면 약간의 잡음이 있었다. 국제무대에 참가하겠다는 지노빌리와 이를 말리는 그렉 포포비치 감독의 갈등이 있었기 때문이다. 성치 않은 몸으로 국제무대에 참가하겠다고 의지를 불태우면 소속팀 감독 입장에서는 화가 날 터. 그만큼 지노빌리는 소속팀뿐만 아니라 아르헨티나를 대표하는 일에 온 힘을 쏟았다. 
 
열정
그는 어렸을 때부터 누구보다 경쟁심에 불타올랐다고 한다. 유럽에서 뛸 당시, 지노빌리는 2002 유로리그 파이널에서 패배했다. 이후 화가 난 나머지 1주일가량 집을 나가지 않았다고 한다. 패배의 아픔을 씻어낼 시간이 그만큼 많이 필요했다.
 
지난 2006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당시 서부 컨퍼런스 파이널에서 샌안토니오는 댈러스 매버릭스에게 7차전 연장전 접전 끝에 패배했다. 아쉬운 승부였다.
 
4쿼터 막판, 지노빌리가 3점슛을 넣으며 팀에 리드를 안겼다. 그러나 이는 오래가지 않았다. 이후 공격권에서 덕 노비츠키가 돌파를 시도하는데, 지노빌리가 이를 막으려다가 파울을 범했다. 결과는 바스켓카운트. 득점 인정과 함께 자유투였다. 노비츠키는 자유투를 성공한 뒤 경기를 연장전으로 이끌었고, 결국 승리를 거뒀다. 
 
지노빌리는 노비츠키에게 한 파울에 대해 크나큰 자책감을 느꼈다. 자신 때문에 팀이 파이널에 올라가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컸다.
 
이에 팀 던컨과 여러 선수들이 수시로 전화와 문자를 통해 지노빌리의 안부를 물었다. 또한 같이 만나면서 그의 기분을 살피기도 했다. 이를 본 RC 뷰포드 단장은 "우리가 본 경쟁심이 가장 뛰어난 선수 중 한 명일 것이다"라고 말할 정도였다.
 
포포비치 감독도 이를 인정한다. 지노빌리와 관련한 인터뷰를 할 때 빠지지 않는 단어가 ‘경쟁심’이다. 실제로 포포비치 감독은 지난 2012년 『Yahoo Sports』를 통해 "지노빌리가 없었다면, NBA 챔피언십도 없었을 것"이라며 "그는 승리에 대한 경쟁심이 누구보다 뛰어났다. 마이클 조던과 코비 브라이언트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이와 비슷한 말을 지난 2017 플레이오프 서부 컨퍼런스 파이널 4차전에서도 했다. 포포비치 감독은 "지노빌리는 특별한 선수다. 또한 좋은 사람이기도 하다. 그의 경쟁심은 하나의 표본과도 같다. 팀의 영혼과도 같았다"라며 "이러한 열정은 코비 브라이언트, 마이클 조던, 매직 존슨, 래리 버드와 비교해도 된다. 이 선수들과 같은 열정으로 코트를 누빈 선수다"라고 밝혔다. 예나 지금이나 그의 열정은 그대로였다는 의미다.
 
그의 열정은 NBA뿐만 아니라 아르헨티나 유니폼을 입을 때도 계속됐다. 매년 국가대표팀을 위해 성치 않은 몸에도 국가를 위해 뛰었다. 그는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했고,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도 동메달을 안겼다. 매번 헌신적인 모습을 보였기에 많은 아르헨티나 팬들의 열렬한 지지를 얻었다. 메시 역시 지노빌리를 존경하는 이유다.
 
지노빌리의 국가대표 마지막 경기는 지난 2016년 리우 올림픽이었다. 당시 미국과의 8강 토너먼트에서 패배한 뒤 마지막 은퇴 소감을 밝혔다. "아르헨티나 대표팀 유니폼만 20년을 입었다. 19살, 20살쯤부터 대표팀에서 뛰었다. 그리고 지금은 거의 40살이 됐다. 돌아보니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 놀랍고 믿기 힘든 일을 경험했고, 굉장한 시련도 만났다. 그러나 내가 사랑하는 조국 아르헨티나의 많은 사람들을 대표해서 뛴다는 건 정말 영광스러운 일이었다."
 
2006년부터 미국 농구대표팀의 감독을 맡은 마이크 슈셉스키는 매번 아르헨티나를 만날 때마다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지노빌리는 명예의 전당에 오를 만한 선수이면서, 명예의 전당에 오를 열정적인 선수였다. 매우 경쟁심이 뛰어났다. 국가대표 감독으로서 타국에 지노빌리 같은 뛰어난 선수를 만나본 적이 없다. 그처럼 완벽한 선수도 없을 것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배려심
2006-07시즌 도중, 샌안토니오 코치진과 구단 수뇌부가 모인다. 지노빌리의 벤치 行을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던컨을 필두로 토니 파커, 지노빌리가 함께 코트에 나섰는데, 이를 분배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특히 코칭 스태프는 지노빌리가 아르헨티나 대표팀에서 이타적인 마인드를 보였다는 걸 알았다. 따라서 파커보다는 지노빌리를 벤치로 내리려고 생각했다.
 
사실 지노빌리는 데뷔 초창기만 하더라도 주전 출전 횟수가 많았다. 2004-05시즌에는 74경기 모두 주전 출전, 2005-06시즌도 65경기 중 56경기를 주전으로 나섰다. 기량도 물이 오를 대로 오른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갑자기 벤치로 내려가라는 주문은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터. 당시 포포비치 감독은 ESPN을 통해 "만약 그가 (벤치로 내려가라는) 주문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대로 주전으로 활용할 예정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노빌리는 이를 받아들였다. 샌안토니오 로테이션의 원활함을 위해 한창 전성기를 질주하던 그가 벤치 역할을 맡았다. 지노빌리는 "내 출전시간이 줄어들 것이란 걸 알았다. 그러나 나는 벤치에서 1옵션이 될 수 있었다. 우리는 이기고 있었다. 즐거웠다. 내 역할도 사랑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지노빌리의 역할을 식스맨이었다. 하지만 언제나 경기 막판까지 남아있는 선수였다. 제일 먼저 코트를 밟지 않았으나 가장 마지막까지 코트에 남아있었다. 이타적인 마인드로 배려한 결과, 지노빌리뿐만 아니라 샌안토니오 생산성도 물이 올랐다. 
 
이를 통해 그는 2008년 올해의 식스맨상을 따냈다. 또한 1979년 이후 통산 플레이오프 벤치 선수 득점 부문 1위(1,969점)를 기록할 정도로 식스맨으로서 여러 업적을 쌓았다.
 
그의 배려심은 일상생활에서도 드러났다. 팀 내 최고의 3점슈터 중 한 명인 패티 밀스는 지난 2011-12시즌 샌안토니오에 합류했다. 밀스는 호주 원주민 출신의 부모 밑에서 자랐다. 이를 안 지노빌리는 일부러 호주 원주민 질문을 몇 가지 준비, 말을 건네면서 친해지는 데 노력했다.
 
티아고 스플리터(現 필라델피아 76ers)가 팀에 합류할 때도 비슷했다. 스플리터는 브라질 출신이다. 아르헨티나와 달리 포르투갈어를 쓴다. 이에 지노빌리는 스플리터를 위해 일부러 포르투갈어를 공부했다. 
 
파브리시오 오베르토(2005-06~2008-09)가 2009년 심장 수술을 받으러 갈 때도 가장 먼저 나선 선수가 지노빌리였다. 당시 오베르토는 지노빌리에게 "병원에 함께 가줄 수 있냐"고 요청을 했는데, 지노빌리가 이에 흔쾌히 승낙했다고. 수술이 끝날 때까지 지노빌리는 병원 밖을 떠나지 않았다.
 
STAT | 최고의 효율성
NBA.com의 존 슈츠먼 기자에 의하면 1996-97시즌 이후 최고의 효율성을 자랑한 선수는 지노빌리였다.
 
정규리그 및 플레이오프를 포함, 100번의 공격/수비 기회에서 득점/실점 기대치의 마진(NetRtg)을 조사한 결과(최소 15,000분 이상 출전), 1위는 지노빌리였다. 지노빌리는 벤치에서 나와 짧은 시간 동안 높은 효율을 보이면서 +10.3점을 기록, 해당 기간 1위에 올라섰다. 지노빌리의 위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1996-97시즌 이후 공수 효율성 마진(최소 15,000분 이상 출전)
1위. 마누 지노빌리 : 10.3
2위. 데이비드 로빈슨 : 10.2
3위. 카와이 레너드 : 9.9
4위. 클레이 탐슨 : 9.4
5위. 팀 던컨 : 9.1
6위. 스테픈 커리 : 8.5
7위. 존 스탁턴 : 8.1
8위. 로버트 오리 : 7.7
9위. 샤킬 오닐 : 7.5
10위 : 토니 파커 : 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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