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이민재 기자] 만39세, 리그 15년차. 샌안토니오 스퍼스의 마누 지노빌리(39, 198cm)의 클래스는 대단했다. 카와이 레너드의 빈자리를 톡톡히 메우면서 팀 내 최고의 에이스로 활약했다.
 
샌안토니오는 정규시즌 내내 강력함을 뽐냈다. 61승 21패(74.4%)를 기록, 리그 전체 승률 2위를 차지했다. 그 기세는 플레이오프까지 이어올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갑자기 부상 악재가 터졌다. 2017 플레이오프 2라운드 휴스턴 로케츠 시리즈에서 토니 파커가 부상으로 시즌 아웃이 되었고, 서부 컨퍼런스 파이널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와의 1차전에서 카와이 레너드가 발목 부상을 입었다.
 
선수들은 당황하기 시작했다. 에이스 2명이 빠지자 전체적인 경기력이 나오지 못했다. 그런 순간 지노빌리가 나섰다. 경기 조립부터 득점까지 모든 걸 책임졌다. 만39세의 나이가 믿어지지 않을 만큼 활약이 풍성했다.
 
사실 그는 플레이오프 초반 부진에 빠졌다. 2017 플레이오프 첫 9경기 동안 평균 15.4분을 뛰며 3.1점 2.8리바운드 1.9어시스트 1.0스틸 FG 25.0% 3P 15.0%에 그쳤다. 야투 감각은 기대 이하였다. 그리 큰 힘을 보태지 못했다.
 
그러나 파커가 빠지고, 레너드까지 결장하자 힘을 내기 시작했다. 이후 7경기에서 평균 20.8분을 뛰며 11.1점 2.0리바운드 3.1어시스트 1.0스틸 FG 52.6% 3P 30.0%로 기록을 상승시켰다. 골든스테이트와 마지막 4차전에서는 주전으로 나와 32분간 15점 7어시스트 3스틸을 기록하기도 했다.
 
창의적인 기술
그의 플레이를 보면 여전히 기량이 출중한 걸 알 수 있다. 20살이나 어린 선수들을 상대로도 기술이 통한다. 창의적인 플레이가 돋보인다. 예측할 수 없는 유로스텝과 드리블, 패스 감각이 그의 전매 특허다.
 
지난 21일(이하 한국시간), 2017 플레이오프 서부 컨퍼런스 파이널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와의 3차전에서 지노빌리는 엄청난 하이라이트를 찍었다. 당시 골든스테이트는 지노빌리에게 압박 수비를 펼쳤다. 데이비드 웨스트가 지노빌리 앞에 떡하니 서 있었다. 이를 피해서 돌파해야 했다. 이때 지노빌리는 공을 웨스트 가랑이 사이로 넣은 뒤 빠져나왔다. 웨스트는 손 쓸 틈도 없이 돌파를 허용했다. 
 
홈 팬들뿐만 아니라 현지 중계진들도 이 장면을 보고 화들짝 놀랐다. 중계를 맡은 제프 밴 건디는 "39살의 선수가 저런 플레이를 하다니 정말 아름답다. 창의적인 플레이다"고 극찬했다.
 
지노빌리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하는 플레이를 손쉽게 한다. 상대 수비수로서는 힘이 들기 마련이다. 과거 피닉스 선즈에서 뛰었던 라자 벨은 코비 브라이언트보다 지노빌리 막기가 어렵다고 밝힌 적이 있다. “사람들은 ‘어떤 선수 막기가 가장 어렵냐’고 물어본다. 사실 지노빌리가 제일 힘들었다. 그는 4단 기어로 달리다가 다시 2단 기어로 바꾼 뒤 플로터를 던진다. 예측하기 힘들다”라며 “나는 항상 공격수의 패턴을 공부했다. 그런데 지노빌리만 그 패턴을 읽어내지 못했다”라고 설명했다.
 
벨은 현역 시절 올-NBA 수비 퍼스트팀과 세컨드팀에 각각 1회씩 뽑혔다. 수비에서는 일가견이 있었다는 증거. 그럼에도 벨은 지노빌리 수비에 가장 어려움을 겪었다는 후문이다.
 
켄트 베이즈모어(애틀랜타 호크스)도 벨과 비슷한 의견이다. 베이즈모어는 『Caller Times』를 통해 "사람들은 '누가 가장 수비하기 어렵냐'고 물어본다. 그러면 항상 말하는 선수가 지노빌리다. 그는 막을 수 없다. 정말 창의적인 선수다. 그는 항상 자신이 들어갈 각도와 공간을 찾는다"고 말했다.
 
심지어 스퍼스의 RC 뷰포드 단장도 "그는 정말 미친 짓을 많이 한다. 어떤 것은 이해가 되고, 어떤 것은 이해가 안 될 때가 있다"고 말할 정도다. 같은 팀 스태프가 봐도 지노빌리의 플레이가 신기하다는 것.
 
그렇다면 그의 창의적인 플레이는 어디서 나온 것일까. 여러 선수들과 코치는 ‘축구’에서 영향을 받은 것 같다고 밝힌다. 그는 아르헨티나 출신이다. 어느 나라보다 축구에 열광하는 국가다. 그 역시 이에 영향을 받았다.
 
2004 아테네 올림픽에서 지노빌리와 함께 금메달을 목에 건 페페 산체스는 ESPN과의 인터뷰에서 "지노빌리는 일반적인 선수와 리듬 자체가 달랐다. 그는 다른 선수들이 들어가지 않는 각도에서 패스를 뿌렸다. 축구 경기장을 한눈에 보듯이 그의 시야는 정말 대단했다"고 칭찬했다.
 
콘리도 이에 동의한다. "그의 창의성은 정말로 뛰어나다. 축구 기술을 그대로 구현한다. 이기적이지도 않다. 정말 보기 즐거운 플레이다." 고든 헤이워드 역시 "지노빌리가 성장하면서 농구와 축구를 함께 배운 게 플레이 스타일로 나타나는 거 같다. 그는 미국 출신 선수들과는 조금 다른 움직임을 펼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렇듯 지노빌리의 플레이는 보고 배울 점이 많다. 브렛 브라운(필라델피아 76ers) 감독은 선수들에게 과제를 내줬다. 지노빌리의 영상을 최대한 많이 보라는 숙제였다. 브라운 감독은 과거 샌안토니오에서 코치 생활을 했다. 당시 지노빌리를 가르치면서 느낀 점이 많았을 터. 이러한 점을 필라델피아 선수들이 직접 터득했으면 하는 바람에서 과제까지 내줬다. 슈퍼스타의 영상이 아닌, 지노빌리 한 명을 콕 집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컸다.  
 
필라델피아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지난 2016년 여름, 지노빌리를 FA로 데려오기 위해 계약까지 제시했다. 결국 지노빌리는 샌안토니오에 남았으나, 필라델피아가 얼마나 그를 사랑했는지 알 수 있는 소식이었다.
 
②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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