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이승기 기자] "26-0"

좀처럼 보기 힘든 스코어링 런이다. 정규리그도 아니고 플레이오프 무대라면 더욱 그렇다.

8일(이하 한국시간) 워싱턴 버라이즌 센터에서 열린 2017 플레이오프 동부 컨퍼런스 2라운드 4차전에서 워싱턴 위저즈가 보스턴 셀틱스를 121-102로 대파하고 웃었다.

승부의 분수령은 3쿼터였다. 워싱턴은 3쿼터에 42점을 퍼부으며 보스턴을 20점으로 묶었다. 심지어 3쿼터 초반부터 약 6분여간 26-0을 기록하며 보스턴을 압도, 승기를 잡았다.

그렇다면 위저즈는 어떻게 이런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었을까. 잠시 3쿼터 초반으로 되돌아가보자.

 

 

★ 높이의 힘

워싱턴은 '높이의 힘'을 제대로 보여줬다. 이날 총 54개의 리바운드를 따내며 39개에 그친 보스턴에 크게 앞섰다. 뿐만 아니라 페인트존 득점에서도 56-38로 완승했다.

이는 3쿼터 초반에도 잘 드러났다. 양 팀의 슛 실패 이후가 달랐다. 워싱턴은 공격 리바운드를 통해 자유투, 3점슛을 만들어내는 등 사이즈의 우위를 십분 살렸다. 반면 보스턴은 리바운드 단속에 실패하며 흐름을 내주고 말았다.

워싱턴은 3쿼터 11분부터 5분까지 약 6분여 동안 6개의 리바운드를 잡아냈다. 보스턴은 2개에 그쳤다. 단순히 리바운드만 놓고 봐도, 워싱턴이 네 차례의 슛 기회를 더 가졌던 것이다.

★ 강력한 앞선수비

존 월과 브래들리 빌은 리그에서 알아주는 퍼리미터 수비수들이다. 이들은 보스턴의 아이재아 토마스를 번갈아 막으며 괴롭혔다. 사이즈와 운동능력을 모두 갖춘 이들의 수비에 토마스는 적잖이 당황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워싱턴은 토마스가 픽앤롤을 시도할 경우, 강력한 헷지 디펜스를 펼쳤는데 이게 주효했다. 토마스는 번번이 실책을 저지르며 함정에 걸려들었다. 마친 고탓은 완벽한 헷지 디펜스를 수행했고, 그 뒷공간은 오토 포터가 기동력을 바탕으로 커버했다.

이처럼 워싱턴은 앞선에서의 질식수비를 통해 5차례나 스틸을 만들어냈다. 이는 모두 워싱턴의 간결한 속공으로 이어졌다. 질풍같은 스피드를 자랑하는 월은 과연 '속공의 마법사'다웠다. 위저즈는 이날 속공 득점에서 25-12로 압승했다.

★ 적극적인 스위치

위저즈는 토마스가 공을 잡았을 때와 다른 선수가 공을 잡았을 때 다른 수비법을 보여줬다. 토마스가 픽앤롤을 시도할 경우에는 거침없이 헷지 디펜스를 가했으나, 다른 선수들의 경우에는 그냥 시원하게 스위치 디펜스를 펼쳤다.

셀틱스에는 토마스를 제외하면 위협적인 1대1 공격수가 별로 없다. 워싱턴의 스캇 브룩스 감독은 이를 잘 파악하고 있었다. 따라서 에이브리 브래들리나 제이 크라우더, 알 호포드, 마커스 스마트 등이 외곽에서 공을 잡으면 과감하게 스위치 디펜스를 사용했던 것이다.

이 판단은 적중했다. 보스턴 선수들은 워싱턴의 스위치 디펜스에 당황할 뿐, 이렇다 할 공격을 전개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연속으로 두 번이나 24초 샷 클락 바이얼레이션에 걸리며 공격권을 헌납하기도 했다. 스위치 디펜스를 통해 상대의 공격을 지연시키고자 했던 브룩스 감독의 전략이 정확하게 들어맞았던 것이다.

 

존 월의 경기력이 완전히 물이 올랐다. 월은 이번 플레이오프 10경기에서 평균 28.8점 11.1어시스트 2.1스틸 1.1블록 FG 47.7% 3점슛 35.6%(1.6개)를 기록 중이다 ⓒ 아디다스

★ '월 & 빌'로 대동단결

월은 이번 플레이오프를 통해 'MVP 레벨'로 도약한 것 같다. 일단 달리기 시작하면 아무도 못 막는다. 너무나도 빠르고 강하다. 또, 데뷔 초 약점으로 지적받았던 볼 핸들링 능력도 일취월장했다. 거의 매경기 화려한 '드리블 쇼'를 보여주며 관중들을 열광시키고 있다. 심지어 안정감도 대단하다.

본인이 직접 득점을 올릴 뿐만 아니라 환상적인 패싱력으로 동료들의 득점을 돕는다. 고탓에게 찔러준 노룩 패스나, 포터의 속공을 이끌어낸 패스 등을 보면 감탄밖에 나오지 않는다. 경기 운영도 완벽에 가깝다. 현지 중계진은 이미 "동부 컨퍼런스 최고의 포인트가드는 존 월"이라며 극찬하고 있다.

빌은 지난 2, 3차전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16개의 야투 중 11개를 성공시켰다. 또, 토마스와의 미스매치를 빠르게 캐치해 공략하는 등 경기를 읽는 눈도 돋보였다. 그가 오늘처럼만 해주면 위저즈는 쉽게 지지 않을 것이다.

★ 워싱턴, 시리즈 주도권 획득?

지난 2차전. 토마스는 무려 53점을 퍼부으며 보스턴의 승리를 이끌었다. 특히 4쿼터와 연장전에서 신들린 활약을 펼치며 29점을 몰아넣었다. 달리 말하면, 토마스의 경이로운 퍼포먼스가 아니었다면 보스턴이 이기기 힘들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4쿼터까지 경기 내용도 워싱턴이 앞섰다.

워싱턴은 높이와 기동력을 모두 갖춘 팀이다. 수비력도 보스턴에 뒤지지 않는다. 이 때문에 2차전부터는 시리즈가 워싱턴 위주의 흐름으로 진행되고 있다. 보스턴은 스몰볼과 3점슛으로 이에 대항하고 있지만, 4차전까지의 경기 내용만 놓고 보면 명백한 위저즈의 우위다.

실제로 이번 시리즈를 앞두고, ESPN의 전문가 21명 중 11명이 워싱턴의 '업셋'을 예상하기도 했다. 만약 위저즈가 적지에서 열릴 5차전을 승리한다면, 시리즈는 6차전에서 종료될지도 모른다. 11일 보스턴에서 열릴 두 팀의 5차전을 주목해야 할 이유다.

사진 제공 = Gettyimages/이매진스, 아디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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