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이민재 기자] 샌안토니오 스퍼스가 1차전의 패배를 설욕했다.

샌안토니오는 4일(이하 한국시간) AT&T 센터에서 열린 2017 플레이오프 2라운드 2차전 휴스턴 로케츠와의 홈경기에서 121-96, 25점차 승리를 거뒀다. 지난 1차전 27점차로 진 뒤 25점차로 패배를 설욕했다. 

샌안토니오는 1차전 당시 휴스턴에게 혼쭐이 났다. 무려 3점슛 22개를 허용하며 무너졌다. 수비에서 힘을 쓰지 못하자 공격 밸런스도 무너졌다. 대패를 당한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샌안토니오는 샌안토니오였다. 2차전 수비 전략의 변화로 압승을 거뒀다. 과연 샌안토니오는 어떤 전략을 펼친 걸까.

1차전
샌안토니오는 느리다. 주축 선수들의 기동력이 떨어진다. 토니 파커, 마누 지노빌리, 파우 가솔, 데이비드 리, 라마커스 알드리지까지 모두 빠른 편은 아니다. 휴스턴의 기민한 볼 흐름과 공이 없을 때의 움직임을 따라가기는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샌안토니오는 압박 수비를 펼쳤다. 제임스 하든이 2대2 게임 볼 핸들러로 나섰을 때 그의 수비수와 빅맨 수비수가 동시에 에워쌌다. 그러나 하든의 패싱 센스와 시야는 리그 최고 수준이다. 수비수가 없는 동료를 찾아 패스를 건넸다. 자연스레 득점으로 이어졌다.

휴스턴은 영리했다. 카와이 레너드가 수비하는 선수는 쳐다보지도 않았다. 레너드의 매치업 상대는 코너나 45도에 빠져있고, 반대편 사이드에서 공격을 전개했다. 레너드가 수비에 관여하지 않자 샌안토니오의 수비 조직력도 점점 떨어졌다. 

NBA.com에 의하면 공의 굴절을 만드는 디플렉션(Deflection) 부분에서 레너드는 플레이오프 1라운드 동안 평균 3.5개를 성공했다. 상대의 공을 쳐 내면서 스틸을 거두거나 볼의 흐름을 막았다는 의미다. 그러나 이날은 한 번도 없었다. 수비에 적극적으로 가담하지 못한 탓이었다.

실제로 『Synergy Sports』는 레너드가 주요 수비수로 나선 경우는 단 3번이었다고 밝혔다. 휴스턴 선수들이 레너드 수비를 경기 내내 피했다고 볼 수 있다.

▲ 제임스 하든(O1)이 빅맨과 2대2 게임을 펼친다. 카와이 레너드(X3)가 없는 왼쪽 45도에서 공격을 전개하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앞서 언급했듯 샌안토니오는 하든의 매치업 상대와 빅맨 수비수가 하든을 압박한다. 그러나 이러한 압박은 하든이 시즌 내내 당해왔던 부분. 손쉽게 패스로 뚫어낸다. 

레너드는 수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한 채 실점하는 장면을 지켜봐야 했다. 만약 레너드가 골밑으로 도움 수비를 펼치면 O3의 외곽슛을 맞을 수 있어 쉽사리 움직이기 쉽지 않다.

2차전
대니 그린은 올 시즌 정규리그뿐만 아니라 1차전에서 하든의 주요 수비수로 나섰다. 레너드의 수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이날은 달랐다. 레너드가 하든의 수비수로 나섰다. 1차전처럼 레너드가 수비에서 제외되지 않기 위한 그렉 포포비치 감독의 선택이었다.

레너드는 하든을 막으면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하든은 좀처럼 2대2 게임을 손쉽게 펼치지 못했다. 레너드의 긴 팔과 수비력에 힘겨워했다. 

샌안토니오는 경기 초반 압박 수비를 펼쳤다. 레너드가 하든을 수비하고, 라마커스 알드리지가 2대2 게임 때 하든을 압박하는 형태였다. 그러나 알드리지의 매치업 상대인 트레버 아리자가 활발하게 움직이며 득점을 퍼붓자 이내 수비 전략을 바꿨다.

바로 드롭 백 디펜스였다. 빅맨 수비수가 스크린 밑으로 떨어졌다. 하든의 돌파를 막기 위함이었다. 이와 함께 레너드는 파이트 스루 동작으로 스크린을 빠져나갔다. 사실 휴스턴이 펼치는 스크린 플레이는 강력한 편이 아니다. 스크린 이후 동작이 기민해 위력이 뛰어난 편이다. 따라서 레너드는 약한 스크린을 공략, 요리조리 빠져나가면서 하든을 체크했다. 하든의 외곽슛은 레너드가, 돌파는 빅맨 수비수가 막아냈다.

▲ 제임스 하든(O1)이 스크린을 받아 왼쪽으로 움직이다. 카와이 레너드(X1)은 스크린을 파이트 스루 동작으로 빠져나간다. 이때 빅맨 수비수(X4)는 돌파 경로를 지키면서 하든의 동선을 제한한다. 

스위치 디펜스도 많아졌다. 특히 하든이 패트릭 베벌리나 에릭 고든 등 가드와 스크린 플레이를 펼치면, 샌안토니오는 단숨에 스위치 디펜스를 펼쳤다. 하든에게 빈틈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샌안토니오의 전략이 맞아떨어졌다. 하든은 레너드의 수비와 함께 도움 수비를 펼치는 그린의 압박에 시달려야 했다.

레너드가 주요 수비수로 나섰을 때 휴스턴은 힘을 내지 못했다. 휴스턴은 레너드 수비 앞에서 야투 8개를 던져 단 1개(12.5%)를 적중했고, 턴오버는 3개나 범했다. 하든 역시 레너드 앞에서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하든은 자신의 득점과 함께 돌파 이후 킥아웃 패스로 동료의 기회를 살려준다. 그러나 하든이 막히면서 휴스턴의 생산성도 떨어졌다. 하든은 1차전 당시 돌파 이후 어시스트 비율이 42.9%였는데, 2차전 들어 37.5%로 떨어졌다. 

하든의 생산성 감소는 휴스턴의 공격력 감소로 이어졌다. 휴스턴은 1차전 당시 수비수가 방해하지 않는 상황에서 야투 45개를 던졌다. 그러나 2차전 들어 그 수치가 32개로 감소했다. 수비수의 방해를 받으며 야투를 쉽게 던지지 못했고, 득점도 떨어졌다.

마이크 댄토니 감독은 1차전 이후 인터뷰에서 "샌안토니오는 분명 변화를 줄 것이다. 그들은 챔피언이다.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된다. 우린 그저 1경기만 이겼다"라며 경계했다. 샌안토니오의 강력함을 미리 경계했으나 아쉽게 무릎을 꿇고 말았다. 

샌안토니오는 1차전의 아픔을 전략 변화로 만회하며 2차전을 따냈다. 과연 3차전은 어떻게 될까. 휴스턴의 카운터 전략이 나오게 될까. 이에 대한 샌안토니오의 계획은 있을까. 토니 파커가 부상으로 시즌 아웃이 된 상황에서 여러 변수와 전략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ROOKI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