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안양, 편집부] 뜻밖의 결과였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사이먼의 수비가 빛을 발한 경기였다. 결국 KGC가 중요한 경기를 잡고 우승 문턱에 한발 더 다가섰다. 

안양 KGC인삼공사가 30일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6-2017 KCC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5차전에서 서울 삼성 썬더스를 81-72로 이기고 통합 우승까지 1승만을 남겨뒀다.

사이먼, 공수겸장의 위력 선보여
전체적으로 분위기는 삼성에게 유리한 상황이었다. 4차전 승리는 물론 KGC가 키퍼 사익스가 뛸 수 없음을 공표한 만큼 기세는 삼성 쪽에 있었다. 하지만 결과는 반대로 나왔다. KGC의 수비가 삼성의 공격력을 압도했다.

데이비드 사이먼은 공격에서도 훌륭했지만 수비에서도 인상적인 활약을 보였다. 

사이먼은 수비에 장점이 있다는 느낌을 주는 선수가 아니었는데 이날은 상대 높이에 대응을 잘했고 리카르도 라틀리프에 대한 견제도 좋았다. KGC는 사이먼이 수비에서 중심을 잡아주자 오세근과 양희종의 도움 수비도 유기적으로 이어졌다.

상대보다 포스트에 약점이 있는 KGC는 수비에서 사이먼과 오세근이 각각 라틀리프와 크레익을 맡으며 트랩보다는 일대일로 가면서 세깅을 하고, 이들이 슛을 쏠 때 반대편 빅맨이나 다른 수비자들이 헬프를 하는 형태를 시리즈 내내 펼치고 있는데 이날은 이 수비가 더욱 잘 이루어졌다.

삼성, 라틀리프 부담 덜어줄 조력자의 부재
삼성은 1쿼터 임동섭이 적극성을 보이는 등 나쁘지 않은 출발을 보였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외국인 선수에게 의존했고 자연스럽게 국내 선수들의 활약이 떨어졌다. 라틀리프에 대한 의존이 높다보니 이러한 모습이 습관화 된 것 같다.

라틀리프도 이날, 평소보다 다소 둔하기는 했지만 100% 체력적인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출전 경기수와 시간이 압도적으로 많고 다른 선수가 받쳐주지 못하면서 수비가 집중되다 보니 체력적인 어려움도 생기겠지만 5차전에서 지배력이 다소 떨어졌던 것은 오롯이 이 때문만은 아니었던 것 같다.

플레이오프 들어 경기 수는 삼성이 월등이 많지만 체력적인 부분은 KGC도 삼성과 별반 다르지 않다. 높이에서 열세인데다 외국인 선수도 1명이 뛰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사이먼과 오세근이 느끼는 체력적인 부담은 삼성 선수보다 덜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사이먼이 팀 분위기로 인해 힘을 받았다면 라틀리프는 같은 이유로 탄력을 받기 어려웠다. 

이날 경기에서는 선수들의 단합된 모습과 경기를 풀어가는 분위기도 급격하게 KGC쪽으로 기울어졌다. 플레이가 잘 안 되면 팀 분위기가 가라앉는 것은 당연하지만 삼성은 이러한 모습이 너무 짙었다. 그런 가운데 플레이는 계속 자신에게 집중되니 라틀리프의 체력적인 부침도 더 크게 느껴졌을 것이다. 삼성이 한참 좋았을 때의 모습을 보였다면 라틀리프의 플레이도 달라지지 않았을까? 

삼성은 크레익이 수비가 자신에게 몰렸을 때 패스 아웃을 해주고 헬프가 오지 못할 때 슛을 노리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데 포스트에서 무리하는 모습이 많았다. 포스트의 우위가 확실하더라도 패스 아웃을 통해 외곽에서의 역할이 함께 병행 되어야 강점을 제대로 살릴 수 있다.

공격이 제대로 풀리지 않는 가운데 수비도 어려움을 겪었다. 삼성은 이정현이 픽게임과 스크린에 의한 외곽슛으로 득점을 노리는 것을 꾸준하게 막아야 하는데 이날은 초반부터 이정현을 자주 놓쳤다. 가장 중요한 수비 옵션 중 하나가 안 된 것이다.

유리한 고지의 KGC, 기술 외적인 해법 필요한 삼성
KGC는 사이먼도 잘 했지만 이정현과 오세근이 혼자서 외국인 선수 두 명 몫을 해야 하는 사이먼의 짐을 덜어줬다. 라틀리프와 크레익에게 집중됐던 삼성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한명의 슈퍼플레이도 팀 분위기를 끌어올리지만 결국 여러 선수가 함께 연동하는 것이 팀워크면에서 더 유리하다. 

파이팅이 좋은 양희종이 팀 분위기를 열심히 끌어 올렸고, 길지 않은 출전 시간에도 불구하고 문성곤도 이에 동참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전체적인 분위기와 팀워크에서 KGC가 확실하게 앞섰고 1차전과 마찬가지로 집중력과 냉정함에서도 앞섰다. 

KGC는 6차전부터는 부상인 사익스를 대신해 마이클 테일러를 투입한다. 테일러의 경기를 실제로 본 적이 없는 만큼 그의 가세가 어떤 효과를 가져 올 지는 장담할 수 없다. 또한 시즌 말미에 손발을 맞춰볼 새 없이 팀에 합류함에 따라 시너지 효과에 대해 의문인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KGC는 선수들의 포메이션이나 전체적인 전략 전술이 복잡하게 구성된 팀은 아니다. 또한 국내 선수들의 센스와 순발력이 좋아서 새로 온 선수가 같이 하는 농구를 하는 게 힘들다고 단정할 수 없다. 

그러나 기존의 선수들도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는 만큼 테일러의 경우 확실한 임팩트를 바라기 보다는 체력적인 부분과 파을 관리에서 보완이 필요한 선수를 대체하는 정도를 기대하지 않을까 싶다.

한편, 뼈아픈 패배를 당했지만 삼성도 충분히 분위기를 바꿀 능력이 있는 팀이다. 다만 기술적인 부분보다는 선수들의 분위기를 끌어올릴 수 있는 무엇인가를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서동철 전 KB스타즈 감독, <더 바스켓> 칼럼리스트
사진 : 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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