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네가 신들린 활약을 펼치며 위기의 휴스턴 로케츠를 구해냈다. 그의 프로 생활을 통틀어 단연 최고의 활약이었다 ⓒ NBA 미디어 센트럴

[루키] 이승기 기자 = "벤치 스코어 64-22"

아마레 스타더마이어가 귀환했다. NBA 복귀는 아니다. 휴스턴 로케츠의 센터 네네(34, 211cm)에게 빙의한 것이 틀림없다.

휴스턴 로케츠는 24일(한국시간) 오클라호마시티 체서피크 에너지 아레나에서 열린 2017 NBA 플레이오프 서부 컨퍼런스 1라운드 4차전에서 접전 끝에 오클라호마시티 썬더를 113-109로 따돌리고 낄낄 웃었다.

'15년차 베테랑' 네네가 농구 인생 최고의 퍼포먼스를 펼치며 팀을 패배의 수렁에서 건져냈다. 네네는 고작 25분 만에 28점 10리바운드 1어시스트 1스틸을 기록했다. 28점은 플레이오프 커리어-하이였다.

야투 성공률은 100%. 믿기지 않겠지만 12개를 던져 모두 넣었다. 이거 실화다. 이로써 네네는 NBA 플레이오프 역사상 단 하나의 실패도 없이 가장 많은 야투를 성공시킨 선수가 됐다. 1975년 래리 맥닐과 타이 기록이다.

뿐만 아니라 NBA 역사상 두 번째로, 플레이오프에서 20점-10리바운드-야투율 100%를 기록했다. 첫 번째는 '신화 속 인물' 윌트 체임벌린이었다.

이날 네네의 골밑 맹폭은 10년 전 '누군가'를 떠오르게 했다. 바로 아마레 스타더마이어였다.

휴스턴의 마이크 댄토니 감독은 10여 년 전, 피닉스 선즈의 지휘봉을 잡고 그야말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당시 선즈는 '7초 이내 공격'이라는 모토 아래, 극단적인 공격농구를 펼치며 선풍적인 인기를 누렸다. 물론 성적도 좋았다.

당시 피닉스의 골밑을 지켰던 선수가 바로 스타더마이어였다. 그는 올-NBA 퍼스트 팀 1회(2007), 올-NBA 세컨드 팀 4회(2005, 2008, 2010, 2011), 올스타 6회에 선정될 만큼 출중한 기량을 자랑했던 빅맨이었다.

스타더마이어가 페인트존 내에서 공을 잡으면 '그대로 2점'이었다. 무릎 부상으로 쓰러지기 전까지, 그를 막을 수 있는 방법 따위는 없었다. 2005년 플레이오프 당시 팀 던컨과 샌안토니오 스퍼스를 상대로도 평균 37.0점 9.8리바운드를 폭격했던 선수가 바로 스타더마이어였다.

2000년대 중후반 NBA를 호령하며 상대를 공포에 떨게 했던 아마레 스타더마이어. 그는 2016년 여름 NBA 무대를 떠나, 자신이 구단주로 있는 이스라엘 프로팀 하포엘 예루살렘으로 이적했다 ⓒ NBA 미디어 센트럴

경이로운 운동능력, 강력한 파워, 빅맨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스피드, 정확한 중장거리 점프슛, 손에 본드를 발라놓은 듯한 공 캐치, 신기에 가까운 골밑 마무리 등을 모두 갖췄다. 말 그대로 괴물 중의 괴물이었다. 골대를 부숴버릴 듯한 기세로 덩크를 찍어댔던 선수다.

그런데 오늘 네네가 딱 그랬다. 10년 전, '댄토니 사단'의 스타더마이어를 생각나게 했다. 스타더마이어처럼 압도적이거나 파괴적이지는 않았지만, 베테랑답게 노련미를 앞세워 경기를 풀어갔다. 3쿼터 중반, 휴스턴 선수들이 모두 헤맬 때 네네가 뛰어난 활약을 펼치며 분위기를 바꿔놓기도 했다.

이날 댄토니 감독의 네네 기용방식은 과거 스타더마이어의 그것과 똑같았다. 제임스 하든이 스티브 내쉬라면, 네네는 스타더마이어였다. 네네는 동료들의 패스를 받으면 안정적으로 공을 림 안으로 밀어넣었다. 백발백중, 정말로 100%였다.

그간 휴스턴에는 스타더마이어의 역할을 해줄 선수가 없었다. 그래서 하든이 '내쉬 + 스타더마이어'처럼 뛰곤 했다. 내쉬처럼 패스하고, 스타더마이어처럼 페인트존을 공략했다. 그런데 이날은 하든이 극도로 부진하면서 로켓단 전체가 위기에 빠졌고, 네네가 혜성처럼 등장해 골밑을 점령하며 모든 것을 바꿔버렸다. '휴스턴 버전' 스타더마이어의 탄생.

이날 네네는 고비 때마다 어김없이 득점을 올리며 구세주 역할을 해냈다. 덕분에 휴스턴은 오클라호마시티와의 벤치 득점 싸움에서 64-22(!)로 압승을 거둘 수 있었다. 경기 내내 중심을 잘 잡아준 네네가 아니었다면 결코 불가능했을 일이었다.

한편, 네네가 계속 이렇게 잘해준다는 보장은 없다. 사실 이날 '커리어-하이' 활약은 변수에 가까운 것이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오클라호마시티 입장에서 고려해야 할 옵션이 하나 더 늘어났다는 점이다. 근 5년 내내 부상에 시달리며 기량 폭락을 겪었고, 이에 은퇴까지 고려했던 네네. 이날 보여준 4차전에서의 대활약은 그간의 설움을 한 방에 날려버리는, 노장의 품격 있는 하이킥이었다.

사진 제공 = NBA 미디어 센트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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