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 이승기 기자 = 아무래도 이정현한테 한 수 배워야 할 것 같다.

자유투가 없는 제임스 하든(27, 196cm)은 확실히 위력이 반감됐다. 마치 삼손이 털을 자른 것 같았다. 물론 털보는 털을 자르지는 않았지만, '자유투'라는 가장 강력한 옵션을 잘려버렸다.

휴스턴 로케츠는 24일(한국시간) 오클라호마시티 체서피크 에너지 아레나에서 열린 2017 NBA 플레이오프 서부 컨퍼런스 1라운드 4차전에서 접전 끝에 오클라호마시티 썬더를 113-109로 제압하고 깔깔 웃었다.

그러나 하든은 시원하게 웃지 못했다. 16점 7리바운드 8어시스트 7실책 FG 31.8%(5/16) 3점슛 0%(0/7)에 그치며 '역적'이 될 뻔했기 때문. 그래도 슈퍼스타답게 4쿼터 막판 가장 중요한 클러치슛을 작렬시키며 체면치레를 했다.

이날 하든은 오클라호마시티의 수비에 상당히 고전했다. 농구가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

하든은 시리즈 3차전까지 무려 49개의 자유투를 얻어 44개를 적중시켰다. 경기당 평균 16.3개의 자유투 시도와 89.8%의 적중률. 그냥 한 마디로 인간이 아니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오클라호마시티는 하든의 '자유투 유도'를 극도로 경계했다. 3차전까지와는 달리, 하든과 적극적인 몸싸움을 하기 보다는 그냥 골밑에서 기다렸다가 블록슛을 노리는 쪽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자유투 삥뜯기(?)에 처절하게 당했던 악몽을 되새기지 않기 위해서였다.

이 전략은 적중했다. 하든은 1쿼터에만 세 개의 블록을 당했다. 반칙을 유도하려 했으나 썬더 선수들이 말려들지 않으면서 혼자 실책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에 하든이 급격히 위축되기 시작했다.

하든은 4차전에서 총 7개의 자유투를 얻어 6개를 성공시켰다. 3차전까지 따냈던 평균 자유투의 절반도 되지 않는 횟수였다. 공격 1옵션인 '자유투 획득'이 안 되자, 하든의 경기력이 눈에 띄게 하락했다.

하든의 'Max 초필살기'는 3점슛 라인에서의 '팔짱 끼기'다. 동료의 스크린을 탄 후, 수비자가 팔을 뻗으면 그대로 팔을 휘감고 슛 동작을 취한다. 신체 접촉을 강제로 유발해 자유투 3개를 얻어내는 비기로, 무협지로 치면 '구음진경'이다.

하든은 이 기술을 토대로, 2016-17시즌 정규리그에서 총 149차례나 3점슛 반칙 휘슬을 얻어냈다. 70년이 넘는 NBA 역사를 통틀어도 비교 대상조차 없을 정도로 압도적인 역대 1위. 이번 플레이오프에서도 첫 세 경기 동안 7차례나 획득했다. 안드레 로벌슨과 빅터 올라디포가 특히 많이 당했다.

4차전에서는 좀처럼 이 진기명기를 볼 수 없었다. 오클라호마시티 선수들이 굉장히 조심했기 때문. 하지만 4쿼터 종료 4분 전, '드디어' 기다리던 첫 필살기가 터졌다. 하든이 타지 깁슨과 팔짱을 꼈다. 이번 시리즈 8번째 '3점슛 반칙' 유도였다. 자유투 3구 획득!

이를 목격한 썬더의 러셀 웨스트브룩은 하든이 부러웠던 것 같다. 갑자기 특유의 "Why Not?" 정신을 발휘해 하든을 미러링하기 시작했다. 웨스트브룩은 막판 3분 동안 세 차례나 '대놓고' 3점슛 반칙을 유도해 봤다. 하지만 휘슬은 한 번밖에 울리지 않았다. 나머지 두 번은 반칙을 얻어내지 못했으니 사실상 실책이나 마찬가지였다. 굉장히 멍청한 플레이. 알 파치노 뺨치는 하든에 비하면 알파고 수준도 안 되는 연기력을 보유한 스스로를 탓할 수밖에 없었다.

자유투는 KBL 안양 KGC의 이정현이 전 세계에서 가장 잘 얻어낸다. 시각적, 청각적, 공감각적 심상을 극대화하여 신체 접촉 없이도 자유투를 뜯어내는 경지에 올랐다. 1891년 '농구'라는 스포츠를 고안한 네이스미스 박사도 예측하지 못했던 농구의 진화. 그야말로 '농구렁이'가 따로 없다. 하든은 아직 그 정도의 고급 스킬은 장착하지 못했다. 걸음마 단계인 웨스트브룩은 댈 것도 아니다.

2점 차로 간신히 앞서고 있던 경기 종료 7초 전, 하든은 또 한 번 '역귀'가 될 뻔했다. 인바운드 패스를 받기 위해 알렉스 아브리네스를 강하게 밀쳤던 것. ABC의 해설위원 제프 밴 건디는 "명백한 공격자 반칙이다. 심판들이 휘슬 안 불고 뭐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일침을 놓기도 했다. 만약 공격자 반칙이 선언됐다면, 오클라호마시티에게 공격권이 넘어가는 상황이었다. 그랬다면 승부는 알 수 없는 미궁 속으로 빠졌을 것이다.

이처럼, '자유투 유도 능력'이 거세된 하든은 전체적인 경기력이 형편없이 떨어지고 말았다. 휴스턴이 5차전에서 시리즈를 깔끔하게 마무리하려면, 하든이 반드시 살아나야 한다. 네네(28점 10리바운드 FG 12/12)가 또 이런 '인생경기'를 펼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한편, 휴스턴은 시리즈 전적 3승 1패를 기록하며 2라운드 진출을 위한 9부 능선을 넘었다. 과연 오클라호마시티는 반격할 수 있을 것인가. 5차전이 열릴 휴스턴에서는 하든의 자유투 시도 횟수가 어떻게 변할 것인지 지켜보는 것도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사진 제공 = Gettyimages/이매진스

저작권자 © ROOKI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