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 이승기 기자 = "Take That For Data!"

이번 플레이오프 최고의 유행어다. 이 유행어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멤피스 그리즐리스의 감독 데이비드 피즈데일(42).

해당 유행어는 멤피스와 샌안토니오 스퍼스의 1라운드 1차전 직후 나왔다. 이날 멤피스는 82-96으로 패했는데, 피즈데일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장에서 분노를 폭발시켰다.

피즈데일은 "잭 랜돌프는 골밑 플레이를 많이 펼쳤음에도 자유투를 단 한 개도 얻지 못했다. 반면, 카와이 레너드는 19개를 획득했다"며 심판들의 편파 판정 때문에 졌다고 화를 냈다.

이어 "우리는 전반전 페인트존에서 19개의 슛을 던졌는데, 자유투는 6개만 얻어냈다. 샌안토니오는 페인트존 11개 야투 시도 가운데 23개의 자유투를 따냈다. 경기 전체를 봤을 때, 우리는 페인트존에서 35개의 야투를 시도해 자유투 15개만 얻었다. 샌안토니오는 페인트존 야투 18개를 던져 32개의 자유투를 획득했다. 레너드가 우리 팀 전체보다 더 많은 자유투를 쐈다"며 격분했다.

한참을 열변을 토한 피즈데일은 책상을 '쾅!' 하고 내리치더니 "자료를 확인해보세요(Take That For Data)!"라고 소리치며 기자회견장을 빠져나갔다.

피즈데일의 "Take That For Data!" 발언은 곧 엄청난 화제가 됐다. 인터넷 세상에는 이미 수많은 영상 및 사진 등 각종 패러디 게시물이 차고 넘친다.

리그 사무국은 심판 판정을 공개적으로 비난한 피즈데일 감독에게 벌금 3만 달러를 부과했다. 이에 멤피스 선수들은 "그 벌금 우리가 대신 내겠다"고 나섰다. 피즈데일 감독이 자신들의 입장을 대변해준 것에 대한 고마움의 표현이었다.

피즈데일이 선보인 '분노의 기자회견'은 다분히 의도된 것이다. 심판 판정을 공개석상에서 대놓고 지적해 '편파 판정' 논란을 일으킴으로써, 모두에게 '인셉션'을 걸어버린 것이다. 심판들 역시 이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는 과거 필 잭슨 감독(現 뉴욕 닉스 사장)이 잘 써먹었던 언론 플레이다.

피즈데일의 '인셉션'은 두 가지 측면에서 효과를 봤다. 하나는 심판 판정이 멤피스에게 불리하게 내려질 수 없도록 선수를 쳤다는 것, 두 번째는 선수단의 단합을 이끌어냈다는 것이다. '3만 달러'와의 등가교환이다.

파울 콜의 경우, 당장 3차전부터 효과를 봤다. 2차전에서 두 배 이상 차이 났던 양 팀의 자유투 획득 수는 8개 차이로 줄어들었다. 4차전에서는 뒤집기에 성공했다. 멤피스가 24개의 자유투를 따내며 17개에 그친 샌안토니오에 앞선 것. 

이뿐만이 아니다. 멤피스 선수들의 단결력은 무서울 정도다. 3차전에서는 3쿼터에 이미 승리를 결정지어버렸고, 4차전에서는 연장 혈투 끝에 살아남았다. 고비가 많았지만 그때마다 경이로운 정신력과 경기력으로 모두 극복하고 승리를 쟁취했다. 1, 2차전을 모두 빼앗겼던 멤피스는 3, 4차전을 내리 따내며 시리즈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4차전 승리 후, 피즈데일은 기자회견을 통해 "이제 아무도 마이크 콘리의 진가를 의심할 수 없을 것이다. 그는 슈퍼스타"라며 제자 '기 살려주기'에 나섰다. 콘리는 올 시즌 내내 '최고 연봉 역대 1위(5년간 1억 5,300만 달러)' 자격 논란에 시달려왔다. 이를 마음에 담아두고 있던 피즈데일이 적절한 타이밍에 콘리를 공개적으로 감싸고 지지해준 것. 멤피스 선수단이 왜 피즈데일을 믿고 따르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한편, 그리즐리스와 스퍼스의 시리즈 5차전은 25일 샌안토니오에서 열린다. 이번 플레이오프 최고의 명승부 시리즈에 팬들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사진 제공 = Gettyimages/이매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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