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 이승기 기자 = 평균 8.5점. 야투성공률 19.2%.

오클라호마시티 썬더의 주전 슈팅가드 빅터 올라디포(24, 193cm)의 이번 플레이오프 성적표다.

20일(이하 한국시간) 휴스턴 토요타 센터에서 열린 2017 NBA 플레이오프 1라운드 2차전 맞대결에서 오클라호마시티가 휴스턴 로케츠에 111-115로 역전패했다.

이로써 오클라호마시티는 위기에 빠졌다. 시리즈 1, 2차전을 모두 내주며 향후 전망이 매우 어두워졌다.

팀 내 2인자인 올라디포의 부진이 특히 심각하다. 다음은 올 시즌 올라디포의 정규리그 성적과 플레이오프 기록을 비교한 것이다.

☞ 2016-17시즌 올라디포의 평균 성적 변화

정규리그 67경기 33.2분 
15.9점 4.3리바운드 2.6어시스트 1.2스틸 
FG 44.2% 3점슛 36.1%

플레이오프 2경기 36.5분
8.5점 6.0리바운드 3.0어시스트 1.0스틸 
FG 19.2% 3점슛 7.7%

'2옵션' 빅터 올라디포가 깊은 부진에 빠졌다. 슛이 심각하게 안 들어간다. '슈팅가드'가 아니라 그냥 '가드'가 됐다 ⓒ Gettyimages/이매진스

 

★ 승리 공식 = 올라디포의 20득점

올라디포는 오클라호마시티의 '승리 요정'이다. 올라디포가 20점만 넣어주면 오클라호마시티는 지지 않는다.

실제로 2016-17시즌 썬더는 올라디포가 20점 이상을 기록한 17경기에서 14승을 따냈다. 승률 82.4%. 이는 올 시즌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정규리그 승률(67승 15패, 81.7%)보다 높은 수치다.

그중 '3패'는 모두 '리그 최강자' 워리어스에게 당한 것이었다. 썬더는 올라디포가 20점을 넘겼을 때, 다른 팀들에게는 한 번도 패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20점'을 넘기기가 너무 어려워 보인다. 일단 슛이 너무 안 들어간다. 1차전에서 12개의 야투를 시도해 11개나 놓치며 6점을 기록했고, 2차전에서도 14개 중 10개를 실패하는 등 11점에 그쳤다.

★ 맞지 않는 옷

올라디포의 볼 핸들링과 슈팅은 약간 애매하다. 못하는 편은 아니지만, 플레이오프처럼 수비 집중력이 높아지는 무대에서는 어딘지 불안한 구석이 있다.

일단 드리블링이 높은 편인데, 이는 상대 가드진의 먹잇감이 되기 딱 좋다. 세컨드 볼 핸들러로서는 별 탈이 없겠지만, 메인 볼 핸들러로서는 아쉽다. 대학시절부터 지적된 단점인데 아직 개선되지 않았다.

슈팅력은 기복이 심하다. 올랜도 매직에서 뛰던 지난 시즌, 올라디포는 벤치로 내려가는 굴욕도 맛봐야 했다. 이는 슛이 워낙 부정확하다 보니, 팀 스페이싱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었다. 올라디포는 올랜도의 계륵이 됐다.

2016년 오프시즌, '식스맨'을 찾던 오클라호마시티의 레이더에 올라디포가 포착됐다. 썬더는 서지 이바카를 올랜도에 내주고 올라디포를 영입했다. 하지만 케빈 듀란트가 '우승行 황금버스'에 탑승하면서 올라디포가 갑자기 선발이 됐다. 

그런데 오클라호마시티의 메인 볼 핸들러는 웨스트브룩이다. 올라디포는 언제나 '온 볼 플레이어'로 뛰던 선수. 하지만 갑작스레 선발이 되면서, 공 없이 뛰는 '보조자'로 역할을 바꿔야 했다. 어쩌면 올라디포는 지금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주전이 된 올라디포는 살아남기 위해 캐치앤슛 연습을 했다. 올 시즌 오픈 찬스 야투 시도를 늘리면서 3점슛 성공률을 36.1%까지 끌어올렸다. 하지만 플레이오프 들어 영점이 완전히 틀어졌다. 1차전에서 6개의 3점슛을 모두 실패했고, 2차전에서는 7개의 3점슛을 던져 6개를 놓쳤다.

 

빌리 도너번 감독은 올라디포를 사실상 '3 & D' 자원으로 기용하고 있다. 이는 올라디포가 농구를 시작한 이래 처음 겪는 일이다. 당연히 적응도나 숙련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 NBA 미디어 센트럴

 

★ 어서 와! 플레이오프는 처음이지?

'경험 부족'도 이유로 들 수 있다. 올라디포는 데뷔 후 처음으로 플레이오프 무대를 밟았다. 이 때문인지 아직 적응기를 거치는 것 같다. 아직 요령이 떨어지는 점도 눈에 띈다.

2차전 4쿼터 종료 3분 전, 양 팀은 104-104로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고 있었다. 제임스 하든을 수비하던 올라디포는 네네의 스크린에 걸렸다. 하든은 이 틈을 놓치지 않고, 올라디포의 오른팔을 휘감은 뒤 그대로 슛 동작을 취했다. 슈팅 파울이 선언됐다. 하든이 3점슛 라인을 밟아 자유투는 2개만 주어졌다.

올라디포는 억울함을 표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하든은 지난 1차전 3쿼터에도 같은 수법으로 두 차례나 3점슛 파울을 얻어낸 바 있다. 1차전에서 호되게 당한 로벌슨은 이날 같은 반칙을 저지르지 않기 위해 조심하고 또 조심했다. 하지만 올라디포는 그렇지 못했다. 하든이 2점을 추가하면서 양 팀의 균형이 깨졌다.

★ 올라디포가 살아나야 썬더가 산다

휴스턴의 패트릭 베벌리는 이번 시리즈 '최대 변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플레이오프 들어 평균 18.0점 8.0리바운드 3.5어시스트 FG 63.6% 3점슛 성공률 60.0%(3.0개)를 기록하며 놀라운 활약을 펼치고 있다. 승부처가 되면 어김없이 '빅 샷'을 터뜨리며 분위기를 주도한다.

하지만 올라디포는 베벌리의 반도 못해주고 있다. 이 때문에 썬더는 선발 백코트 대결에서 열세를 보이게 됐다. 오클라호마시티가 이기려면 올라디포가 적어도 기본은 해줘야 한다. 현재까지는 그게 되지 않았다.

한편, 양 팀의 3차전은 22일 오클라호마시티에서 열린다. 과연 홈에서는 '2옵션' 올라디포가 반등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사이드킥의 도움 없이는 승리도 없다.

사진 제공 = Gettyimages/이매진스, NBA 미디어 센트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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