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김영현 기자] ‘디펜딩 챔피언’ 오리온이 끝내 챔피언결정전 무대를 밟지 못한 채 2016-2017시즌을 끝마쳤다. 비록 원하는 결과를 이루지 못했지만, 그 과정에서 얻은 것도 있었다.

고양 오리온 오리온스는 5전 3선승제로 치러지는 4강 플레이오프(이하 PO) 서울 삼성 썬더스와 5차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시리즈 전적 2승 3패로 끝내 챔피언결정전(이하 챔프전)에 오르지 못했다. 오리온은 1, 2차전을 내리 지고도 3, 4차전을 모두 잡아내며 ‘디펜딩 챔피언’의 저력을 보여줬지만, 최종 5차전에서 결국, 높이의 위력을 넘지 못해 고배를 마셨다.

오리온으로서는 정상적인 전력으로 싸우지 못한 게 아쉬운 시리즈였다. 정규리그 막판 김동욱이 무릎을 다쳐 나서지 못했는데, 부상이 장기화되면서 4강 PO에서도 1~3차전까지 뛰지 못했다. 4차전에서도 2분가량 뛰었다. 이번 시즌 팀의 약점으로 지적됐던 포인트가드 부재를 메워준 선수이자, 삼성과의 경기에서 유독 더 펄펄 날았던 선수여서 더 아쉬웠다.

그가 있고 없음의 차이는 시리즈 최종전이었던 5차전에서는 극명히 드러났다. 24분 3초 동안 뛰며 14점 3리바운드 7어시스트를 기록했는데, 적재적소에 패스를 나르며 동료들의 득점을 돕는가하면, 승부처였던 4쿼터에는 영리한 포스트업 득점으로 추격을 이끌기도 했다.

챔프전에 오르진 못했지만, 부상이 다 낫지 않은 상황에서 그가 보인 투혼은 여운이 남았다.

또 하나 이번 시리즈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은 루키 가드 김진유의 활약이다.

정규리그 막판 선발로 종종 나서던 그는 4강 PO에서 오데리언 바셋의 부진이 계속되자, 그 대안으로 코트를 밟았다. 건국대 시절 슈팅가드로 뛰었던 터라, 포인트가드라는 옷이 아직 어색한 탓에 경기 리딩은 오롯이 소화하지 못했지만, 본인이 할 수 있는 걸 모두 쏟았다. 악착같은 수비와 리바운드 가담으로 팀에 힘을 보탰고, 때로는 득점도 쏠쏠하게 올려줬다.

추일승 감독은 “김진유가 뛰면 팀에 활력이 돈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실제로 5차전에서는 바셋을 2분 12초만 기용하고, 김진유를 13분 18초 동안 출전시키기도 했다. 바셋이 팀에 그만큼 도움을 주지 못했다는 뜻이지만, 반대로 김진유도 어느 정도 믿음을 줬다는 것이다.

그는 4강 PO 5경기에서 5분 23초 간 3.8점 3.8리바운드 2.2어시스트를 기록했다. 기록상으로는 화려하지 않았지만, 공 하나를 잡기 위해 몸을 날리는 등 루키로서 보여준 패기 넘치는 모습만큼은 경기를 지켜본 이들의 뇌리에 강하게 자리 잡았으리라 생각된다.

정규리그에서 처음으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릴 때만 해도, 경기 전날 룸메이트이자, 선배인 이승현에게 ‘형, 어떻게 해야 돼요?’라며 초 긴장상태에 빠졌던 루키였는데 4강 PO라는 큰 경기에서 긴장한 기색 없이 패기 있는 모습을 보여, 다음 시즌을 더 기대하게 만들었다.

사진 = 이현수 기자 hsl_are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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