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김영현 기자] 챔프전으로 가는 마지막 관문에서 형과 동생의 희비가 갈렸다. ‘동생’ 문태영(삼성)은 승부처에서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하며, 팀을 챔프전으로 이끌었지만, ‘형’ 문태종(오리온)은 체력적 어려움으로 인해 팀이 바라던 클러치 슈터 역할을 해내지 못했다.

서울 삼성 썬더스는 5전 3선승제로 치러지는 4강 플레이오프(이하 PO)에서 고양 오리온 오리온스와 5차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시리즈 전적 3승 2패로 챔피언결정전(이하 챔프전) 진출을 확정지었다. 삼성으로서는 2008-2009시즌 이후 8년 만에 챔프전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뤄냈고, 2005-2006시즌 이후 11년 만에 PO 우승에 도전하게 됐다.

시리즈 내내 문태종과 문태영의 ‘형제 대결’이 펼쳐졌다.

문태종은 정규리그 삼성전에서 6경기 평균 25분 23초 동안 11.2점(3점슛 성공률 46.4%) 4리바운드로 성적이 좋았던 터라 4강 PO 1, 2차전에서 모두 선발로 나섰지만, 각각 8점(3점 성공률 33%) 2리바운드, 2점(3점 성공률 0%) 4리바운드로 부진했다. 특히 수비에서 매치업 상대 문태영을 막지 못했다. 그동안 잘해왔던 부분이어서 아쉬움이 더 컸다.

추일승 감독은 3차전을 앞두고 “(문)태종이가 다른 선수는 몰라도 (문)태영이에게 많은 실점을 허용할 줄은 몰랐다. 그동안 태영이 수비를 잘해왔고, 삼성전에 잘해왔는데…”라며 문태종의 플레이에 아쉬움을 드러낸 바 있다. 이에 3, 4차전에는 최진수를 선발로 기용해 문태종의 체력 부담을 줄이고, 승부처 한 방이 필요할 때 조커로 활용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4차전 1쿼터에 최진수가 발목을 다쳐 5차전 엔트리에서 빠지게 돼 계획을 수정해야 했다. 조커로 활용하고자 했던 문태종이 베스트 5로 경기 초반부터 나서게 된 것이다. 그는 초반 문태영을 막기도 했고, 이승현과 함께 리카르도 라틀리프에게 더블팀을 펼치기도 했다.

정통 외국인 센터가 없는 팀 사정상 국내 선수들이 도움 수비를 펼치는데, 문태종의 경우 더블팀 타이밍을 잘 맞춰 이 수비에서 활용도가 높았다. 다만, 하루걸러 치러지는 빡빡한 PO에서 1975년생으로 만 42세인 그에게 팀 수비에 클러치 슈터로서의 한 방까지 바라는 건 무리가 있었다. 5차전에서는 26분 6초 간 뛰며 무득점 4리바운드를 올리는 데 그쳤다.

형 문태종과 달리, 동생 문태영은 시리즈 최종전 승부처였던 마지막 4쿼터에 펄펄 날았다. 

이승현이 5반칙으로 퇴장당한 후 라틀리프를 막는 것으로도 버거웠던 오리온의 골밑을 공략해내며 득점에 성공했다. 오리온이 김동욱의 득점으로 쫓아올 때마다 문태영이 득점포를 가동했다. 4쿼터에만 10점을 올리며, 총 20점 5리바운드 2어시스트로 팀에 승리를 안겼다.

문태영은 4강 PO 5경기에서 32분 7초 간 11.8점 3.4리바운드 2.8어시스트, 문태종은 4강 PO 5경기에서 20분 46초 간 3.2점(3점슛 성공률 23.1%) 3.2리바운드 1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이번 시리즈뿐 아니라, 형제들이 벌인 PO 맞대결에서 매번 동생 문태영의 팀이 웃었다.

문태영은 경기 후 “형과 항상 다른 팀이어서 어쩔 수 없이 서로를 이겨야 하는 상황이었다. 결과가 정해졌으므로 형도 내가 우승까지 하길 바랄 것”이라며 “시즌이 끝나면 저녁을 사면서 위로해줄 생각이다. 벌써 네 번째 이긴 것이니 비싼 거로 사줘야겠다”고 웃어 보였다.

이들의 네 번째 PO 맞대결도 동생의 승리로 끝이 났다. 다음 시즌에도 이들이 코트에서 같이 뛰는 모습을 볼 수 있을까? 문태종은 이번 시즌을 끝으로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었다.

사진 = 이현수 기자 hsl_area@naver.com

저작권자 © ROOKI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