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고양, 박진호 기자] 3쿼터 한 때 10점 이상까지 앞서던 삼성은 마이클 크레익의 버저비터 3점슛으로 오리온의 추격을 따돌린 듯 했다. 그러나 4쿼터 들어 승부는 요동쳤다. 무섭게 따라붙은 오리온과 일진일퇴의 공방전이 이어졌고 양 팀은 역전을 주고받으며 혈투를 벌였다.

80-78로 간발의 리드를 지키던 삼성은 문태영의 자유투로 종료 1분 33초전 4점차로 달아났다. 오리온의 에이스 애런 헤인즈의 슛을 리카르도 라틀리프가 블록으로 저지했다. 이어진 공격. 외곽에서 오픈 찬스가 나자 김태술이 주저 없이 3점슛을 시도했고, 김태술의 손을 떠난 공은 림들 갈랐다. 

85-78. 종료 55초전 터진 김태술의 이 3점슛은 사실상 승부를 결정짓는 위닝샷이었다. 결국 서울 삼성 썬더스는 19일 고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6-2017 KCC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고양 오리온 오리온스를 91-84로 따돌리고 힘겹게 챔피언 결정전에 올랐다.

김태술로서는 큰 의미가 있었던 한 방이다. 올 시즌 삼성으로 이적한 후 MVP로 불려도 손색없는 활약을 펼치던 김태술은 시즌 중반 이후 조금씩 하락세를 보였고 끝내 초반의 흐름을 회복하지 못했다. 플레이오프에서도 마찬가지. 오히려 백전노장 주희정의 역할이 컸다. 

4강 플레이오프 4경기에서 김태술은 평균 12분 정도를 소화했고 경기당 2.3점 1.5리바운드 1.0어시스트에 그쳤다. 더구나 3점슛은 4차전까지 7개를 시도해 단 1개도 성공하지 못했다.

그러나 절치부심한 그는 마지막 5차전, 17분 43초 동안 12점을 득점했고, 이번 플레이오프에서의 첫 번째 3점슛을 가장 중요한 순간에 성공했다. 3점슛이 림을 통과하는 순간 김태술 또한 크게 포효하며 기쁨을 만끽했다.

김태술은 “어려운 승부였는데 그 슛이 들어가는 순간 이겼다는 느낌이 들었다. 팀에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 때문에 많이 미안하고 힘들었는데 그 한 방으로 어느 정도 만회를 한 것 같다. 나도 모르게 그런 환호를 질렀다”고 했다.

“무릎이 좋지 않아 여러 밸런스가 모두 무너지면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김태술은 “결국 아프다는 건 핑계밖에 되지 않는다”며 “내가 어떻게 하느냐보다는 팀이 이길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는 역할을 챔프전에서도 하고 싶다”고 전했다.

김태술은 챔피언 결정전에서 안양 KGC인삼공사를 만난다. KGC는 김태술이 2009년부터 5년동안 몸 담았던 팀이다. 

그는 “KGC도 내가 뛰었던 때에 우승을 한 후 처음으로 챔프전에 나선 걸로 알고 있다. 워낙 약점 없이 잘하는 팀이지만 여전히 친한 선수들이 많이 뛰고 있는 팀이라 나도 긴장을 조금은 덜고 경기에 나설 수 있을 것 같다. 재미있는 경기를 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4강 플레이오프에 미리 올라 울산 모비스를 3경기 만에 침몰시킨 KGC와 달리 삼성은 6강 플레이오프와 4강 플레이오프를 거치며 무려 10경기를 치렀다. 체력적인 문제가 부담이 안 될 수 없다.

김태술은 “힘들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상대가 체력적으로 우위지만 우리는 플레이오프에서 어려운 고비를 잘 넘기면서 상대보다 더 나은 부분도 생겼다고 생각한다”며 “개인적으로는 나 보다 팀을 위해 희생하며 팀이 이길 수 있는 챔피언결정전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각오를 나타냈다. 

사진 = 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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