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 이민재 기자 = 오클라호마시티 썬더가 1차전 대패했다.

오클라호마시티는 17일(한국시간) 토요타 센터에서 열린 2017 플레이오프 1라운드 1차전 휴스턴 로케츠와의 원정경기에서 87-118, 31점차 패배를 당했다.

이날 오클라호마시티의 화두는 ‘수비’였다. 리그 최고의 화력을 뽐내는 휴스턴을 상대로 얼마나 좋은 수비력을 보이는지가 관건이었다. 하지만 오클라호마시티는 준비한 것에 비해 많은 것을 보여주지 못하며 무릎을 꿇고 말았다. 특히 2대2 게임이 무너졌다.

수비 전략
오클라호마시티의 기본적인 2대2 게임 수비 전략은 드롭 백 수비(Drop Back Defense)다. 2대2 게임시 스크리너 수비수가 스크린 밑으로 처져 골밑을 막아내는 전략이다. 물론 여기에 쇼 디펜스, 헷지 디펜스도 가미해 볼 핸들러를 압박하는 경우도 많다.

러셀 웨스트브룩이 해당 수비에 참여하는지에 따라 수비 전략이 달라진다. 오클라호마시티는 볼 핸들러의 수비수가 웨스트브룩이라면 스위치 디펜스를 펼친다. 이에 반해 웨스트브룩이 수비하고 있지 않으면 강력한 압박 이후 로테이션 수비를 펼친다. 이는 웨스트브룩의 체력 안배를 위한 작전. 웨스트브룩이 수비시 움직이는 동선을 줄이기 위함이다. 

이런 과정에서 오클라호마시티의 스크리너 수비수는 볼 핸들러에게 항상 공간을 내주는 편이다. 상대가 누구든지 간에 거리를 둔다. 던질 테면 던져보라는 식이다. 골밑 안쪽에서는 스티븐 아담스, 타지 깁슨 같이 유능한 빅맨 수비수, 외곽에는 안드레 로벌슨 같이 뛰어난 스윙맨 수비수가 있어서 가능한 전략이다. 이를 통해 오클라호마시티는 포제션당 실점 기대치(PPP) 부문 리그 8위(0.83점)를 기록할 정도로 뛰어난 생산성을 자랑했다.

붙어? 말아?
오클라호마시티 수비 전략은 지난 1차전에서도 계속됐다.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면서 하든의 공격을 유도했다. 하든은 미드-레인지에서 풀업 점프슛이 약한 선수다. 오클라호마시티가 이러한 부분을 공략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이는 실패했다. 일단 하든은 아담스와의 몸싸움에서 밀리지 않았다. 3점슛 라인부터 속도를 낸 뒤 그대로 골밑에 침투했다. 워낙 골밑 마무리와 자유투 획득 능력이 좋아 공격이 수월했다. 

하든이 막히면 스크리너를 활용했다. 클린트 카펠라는 스크린 이후 기민한 롤링으로 앨리웁 플레이를 여러 차례 만들었다. 

오클라호마시티는 1쿼터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코너 부근에서 2대2 도움 수비를 펼치지 않았다. 여러 선수의 도움을 받지 않고, 볼 핸들러 수비수와 빅맨 수비수만이 하든을 제어하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에 실패하자 코너에서 도움 수비가 나왔다. 이 역시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바로 휴스턴의 스페이싱 때문이었다.

휴스턴은 1쿼터 한때 네네-트레버 아리자-제임스 하든-에릭 고든-패트릭 베벌리를 내세웠다. 5명 중 4명이 3점슛을 던질 수 있었다. 자연스레 스페이싱이 더욱 좋아졌다. 이에 따라 도움 수비를 펼치는 수비수의 동선도 길어졌다. 만약 코너에 있는 선수가 골밑 안쪽까지 도움 수비를 펼치면 하든이 킥아웃 패스로 외곽 기회를 노렸다. 

▲ 패트릭 베벌리와 네네가 2대2 게임을 펼친다. 골밑 안쪽에 들어간 베벌리는 네네에게 공을 건넨다. 이때 오른쪽 사이드에서 노리스 콜이 페인트존까지 들어와 도움 수비를 펼친다. 이렇게 되자 에릭 고든이 오픈 기회를 맞이한다. 네네는 고든에게 공을 건넸고, 고든이 외곽슛을 던진다. 

아담스 대신 에네스 칸터가 나왔을 때 더 큰 문제가 드러났다. 칸터는 뛰어난 신체조건에도 수비력은 다소 약한 편이다. 칸터는 2대2 수비에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며 쉽게 득점을 허용했다. 이를 본 빌리 도너번 감독은 모리스 칙스 코치에게 "칸터를 뛰게 하면 안 되겠어"라고 말하는 장면이 현지 중계 화면에 잡히기도 했다. 

결국 휴스턴은 수비가 붙지 않으면 중거리슛 혹은 돌파, 붙으면 외곽에서 3점슛 등 여러 옵션으로 상대를 괴롭혔다. 오클라호마시티는 전략을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

스위치 디펜스
오클라호마시티는 경기 내내 드롭 백 수비와 스위치 디펜스를 혼용했다. 스위치 디펜스는 매치업 상대를 바꿔 막는 수비다. 미스매치가 발생하지만 상대에게 빈틈을 주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유용한 수비다. 동선도 짧아 체력적인 부담도 덜한 편. 

지난 2016 플레이오프 서부 컨퍼런스 파이널을 기억해보자. 당시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는 오클라호마시티 수비에 고전했다. 오클라호마시티가 스위치 디펜스를 펼쳤는데, 스테픈 커리가 아담스, 서지 이바카 등을 앞에 두고 득점을 올리기 쉽지 않았다. 거친 몸싸움에 힘들어했다.

그러나 하든은 스위치 디펜스를 적절히 활용했다. 하든은 탄탄한 신체조건을 자랑한다. 미는 힘이 좋다. 공격 상황에서 빅맨과의 몸싸움이 문제 되지 않는다. 오히려 수비수가 외곽까지 나오면 손쉽게 돌파 혹은 패싱 게임으로 공격을 풀어갔다. 골밑 안쪽에 들어가면 자동 2점이다. 돌파 레이업 혹은 자유투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오클라호마시티의 스위치 디펜스는 하든의 득점 허용뿐만 아니라 리바운드로도 이어졌다. 빅맨들이 스위치 디펜스로 가드들을 막다 보니 골밑 밖으로 나온 경우가 많았다. 골밑이 헐거워진 이유다. 그 결과 휴스턴은 손쉽게 공격 리바운드를 잡아 세컨 기회 득점을 올렸다. 정규리그 리바운드 1위 오클라호마시티가 오히려 제공권에서 밀린 것. 실제로 오클라호마시티는 리바운드(41-56), 세컨 기회 득점(4-31)에서 휴스턴에 크게 밀렸다.

사실 오클라호마시티의 1차전 수비 조직력은 기대 이하였다. 약속되지 않은 수비 움직임이 나오는 경우가 있었다. 경기 이후 아담스는 "빅맨들, 특히 나는 상대의 2대2 게임을 전혀 읽어내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스위치 디펜스가 익숙지 않다고 언급했다. 휴스턴 선수들이 스위치 상황에서 빅맨들을 외곽으로 끌어내 자신의 수비를 펼칠 수 없다는 이야기였다.

이에 대해 타지 깁슨은 "플레이오프는 평소와 다르다. 정규리그와 달리 익숙하지 않은 플레이를 많이 할 수밖에 없다. 코치가 주문한 걸 해내야 한다"며 2차전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해결책은?
하든은 지난 1차전 오클라호마시티 빅맨들과 스위치 되었을 때 야투 성공률 66.7%(6/9)를 기록했다. 상대 빅맨이 하든을 전혀 제어하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스위치 디펜스를 포기할 수는 없다. 스위치 디펜스를 통해 미스매치 상황이 만들어지면 휴스턴이 2대2 게임보다 일대일에 집중할 것이기 때문. 휴스턴의 주요 공격 옵션이 아닌 아이솔레이션을 강요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이를 위해서는 칸터보다 깁슨의 활용도를 더욱 높여야 한다. 당시 깁슨은 전반전 15분을 소화했지만 후반전에서는 5분에 그쳤다. 기동력이 뛰어난 제라미 그랜트가 나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랜트는 운동능력과 기동력은 뛰어나지만 골밑 안쪽에서 묵직한 수비력을 선보이는 선수는 아니다. 깁슨은 1차전에서 2대2 게임 수비에서 높은 이해도를 보였으므로 더 많은 출전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오클라호마시티는 2대2 수비에서 아쉬움을 드러냈다. 모든 전략이 수포가 되는 듯했다. 과연 오는 2차전은 어떤 결과를 드러낼까. 더욱 단단한 수비력으로 좋은 경기를 펼칠지 팬들의 관심이 쏠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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