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하든과 러셀 웨스트브룩은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훈훈한 우정을 이어오고 있다. 운명의 장난일까. 그런 둘은 현재 플레이오프 1라운드에서 만나 '사생결단'을 펼치고 있다 ⓒ Gettyimages/이매진스

[루키] 이승기 기자 = "우정 파괴 매치?"

오클라호마시티 썬더의 러셀 웨스트브룩(28, 191cm)과 휴스턴 로케츠의 제임스 하든(27, 196cm)은 현 리그를 주름잡는 최고의 슈퍼스타들이다.

두 선수는 친한 친구이자 라이벌이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그랬다. 프로 입단 이후에도 마찬가다. 한때 오클라호마시티에서 한솥밥을 먹었지만, 현재는 플레이오프 맞대결을 펼치고 있다. 둘은 2016-17시즌 가장 강력한 MVP 후보들이기도 하다.

따라서 많은 이들은 두 선수의 우정에 균열이 생기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경쟁관계를 이루고 있기도 하고, 언론에서 자꾸 대결 구도로 몰고 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당사자들인 웨스트브룩과 하든의 생각은 어떨까. 

18일(이하 한국시간) 오클라호마시티와 휴스턴의 플레이오프 1차전이 열리기 전, 웨스트브룩은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시리즈를 치르는 동안 하든과 잘 지낼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웨스트브룩은 "내 친구는 농구공밖에 없다"고 운을 뗀 뒤, "어린 시절 아버지께서 '일단 코트에 들어가면 그때부터 친구는 딱 한 명밖에 없는 거야. 유일한 친구는 스팔딩(농구공 제조사)'이라고 말씀해주셨다"고 발언,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이어 "그때는 윌슨(농구공 제조사)이었으려나? 뭐 아무튼 상관없다. 무슨 공이든 간에 (코트 위에서) 내 친구는 농구공뿐"이라며 능청을 떨기도 했다.

각자의 팬들이 서로 헐뜯는 것과는 달리, 실제로 웨스트브룩과 하든은 서로를 아끼는 절친한 사이다. 

웨스트브룩은 2012년 썬더와의 재계약 당시 '로즈룰 맥시멈'을 포기하며 상당한 연봉 손해를 감수했는데, 이는 친구인 하든을 위해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오클라호마시티가 하든과 재계약할 수 있도록 샐러리캡 여분을 만들어준 것이었다.

하지만 하든은 더 큰 역할과 더 많은 연봉을 원했고, 라커룸 분위기를 우려한 오클라호마시티는 2012-13시즌 개막 직전에 하든을 휴스턴으로 트레이드했다. 웨스트브룩은 "그때 내 연봉을 더 깎을 걸 그랬다"며 하든이 떠난 걸 아쉬워하기도 했다.

 

로켓단에 합류한 뒤 인생역전에 성공한 하든. 유니폼은 갈아입었어도 우정은 갈아입지 않았다 ⓒ NBA 미디어 센트럴

하든이 이적한 뒤에도 이들의 우정에는 변함이 없었다. 둘은 이후에도 꾸준히 코트 안팎에서 만나며 교류했다. 올스타 휴식기가 되면, 함께 웃고 떠들는 장면이 카메라에 자주 잡히기도 했다.

올 시즌도 마찬가지. 정규리그 네 차례 맞대결 당시, 둘은 경기가 끝나면 언제나 포옹을 나눴다. 이기든 지든 둘은 서로를 끌어안고 격려의 메시지를 주고 받곤 했다.

그런데 이번 플레이오프 맞대결 1차전에서는 그러지 않았다. 무대가 무대인 만큼, 서로 자중한 것으로 보인다.

1차전은 휴스턴의 118-87 완승으로 끝났다. 경기 후 기자들은 하든에게 쪼르르 달려갔다. 그리고 웨스트브룩과의 우정에 금이 간 것은 아닌지 물었다.

하든은 "이 시리즈는 나와 웨스트브룩의 1대1 매치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시리즈에 대한 관심이 자신과 웨스트브룩에게만 집중되는 것을 견제한 것이다.

이어 "웨스트브룩과 나는 10살 때부터 친구였다. 우리의 우정에는 어떠한 이상도 없다"고 밝히며 각종 우려(?)를 불식시켰다. 둘은 10살 때 캘리포니아 유소년클럽에서 만난 뒤 친구가 됐다.

한편, 두 선수는 20일 다시 만난다. 휴스턴 토요타 센터에서 시리즈 2차전이 열릴 예정. 이번에는 과연 누가 웃을 것인지 궁금하다.

사진 제공 = Gettyimages/이매진스, NBA 미디어 센트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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