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 이승기 기자 = "기록 그 이상의 가치!"

유타 재즈의 포워드 조 잉글스(29, 203cm)는 굉장히 독특한 선수다.

개인기록은 별 볼 일 없지만 막상 경기를 보면 그 영향력은 상당하다. NBA 기준으로 낙제점에 가까운 운동능력을 지니고 있지만 빼어난 수비력을 지니고 있다.

16일(한국시간) LA 스테이플스 센터에서 열린 2016-17시즌 NBA 플레이오프 서부 컨퍼런스 1라운드 1차전에서 유타가 LA 클리퍼스를 97-95로 간신히 따돌리고 먼저 1승을 신고했다.

잉글스의 이날 기록은 어땠을까. 33분간 코트를 누비며 8점 2리바운드 2어시스트. 이게 전부다. 야투성공률은 28.6%(2/7)였고, 3점슛(1/5)도 잘 들어가지 않았다.

하지만 실제 경기 내에서 잉글스의 존재감은 눈부셨다. 이는 잉글스가 가진 최대 장점, '높은 BQ' 덕분이다. 잉글스는 경기의 흐름을 읽을 줄 아는 선수다.

우선, 경기운영이 가능할 정도로 시야가 넓고 패싱 스킬이 좋다. 전술 이해도가 워낙 높다 보니, 적재적소에서 꼭 필요한 역할을 한다. 탁월한 3점슛 능력을 갖춰 스페이싱에도 큰 도움을 준다.

수비력은 놀라움 그 자체다. 발이 느린 단점을 상대의 움직임과 동선을 잘 예측해 극복한다. 또, 반칙이 불리지 않는 선에서 적절하게 몸으로 부대끼며 상대를 압박한다.

1차전 종료 후 인터뷰에서 클리퍼스의 닥 리버스 감독은 잉글스의 수비력에 혀를 내두르기도 했다. 리버스 감독은 "잉글스가 수비를 정말 잘하더라. 공격 기록은 대단하지 않아도 수비에서는 그가 '디퍼런스 메이커'였다"며 찬사를 보냈다.

이날 유타는 조 존슨의 위닝샷 버저비터에 힘입어 승리를 따냈다. 그런데 이 결정적인 장면을 잘 살펴보면 잉글스의 공로가 숨어있음을 알 수 있다.

'조 존슨 위닝샷' 영상 링크 (NBA 제공)
https://youtu.be/hS5ud0DyvE4

최후의 공격 상황. 존슨이 공을 몰고 코트를 넘어온다. 블레이크 그리핀이 존슨을 막기 위해 다가간다. 이때 잉글스가 강력한 스크린을 걸어 그리핀을 완전히 붙잡아버린다. 이 때문에 저말 크로포드가 존슨을 수비해야 하는 미스매치 상황이 발생했다.

형편없는 수비력으로 유명한 크로포드는 존슨의 덩치를 감당할 수 없었다. 이에 존슨은 순식간에 골밑까지 진입하는 데 성공, 버저비터 위닝샷을 터뜨렸다.

만약 잉글스의 헌신적인 스크린이 아니었다면, 존슨은 자신보다 큰 그리핀을 상대해야 할 뻔했다. 그랬다면 크로포드가 자신을 막았을 때보다 분명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다. 다시 말하면, 잉글스의 영리한 스크린 하나가 존슨의 위닝샷에 보이지 않는 어시스트를 한 셈이다.

모든 스포트라이트는 위닝샷을 터뜨린 존슨이 가져갔다. 그러나 잉글스의 놀라운 순간 판단력과 실행력 또한 칭송 받아 마땅하다.

한편, 호주 태생의 잉글스는 2014-15시즌 만 27세의 늦은 나이에 NBA 무대에 입성했다. 올 시즌 들어 빅리그에 완벽히 적응했다는 평을 듣는다. 2016-17시즌 정규리그 평균 기록은 7.1점 3.2리바운드 2.7어시스트 3점슛 1.5개 3점슛 성공률 44.1%(3위)였다.

사진 제공 = NBA 미디어 센트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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