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전 마지막 장면. 폴 조지의 패스와 CJ 마일스의 슛이 모두 르브론 제임스의 '계획대로'였다면 믿겠는가? ⓒ Gettyimages/이매진스

[루키] 이승기 기자 = '킹'은 역시 지혜로웠다.

16일(이하 한국시간) 클리블랜드 퀴큰론스 아레나에서 열린 2016-17시즌 NBA 플레이오프 동부 컨퍼런스 1라운드 1차전에서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가 천신만고 끝에 인디애나 페이서스를 109-108로 제압하고 먼저 웃었다.

두 팀은 시종일관 접전을 펼쳤다. 양 팀의 에이스는 제 몫을 다했다. 르브론 제임스는 32점 6리바운드 13어시스트 3스틸을 기록하며 클리블랜드의 승리를 이끌었다. 비록 패하기는 했지만 폴 조지 역시 29점 5리바운드 7어시스트 3점슛 6개(8개 시도)를 올리며 분투했다.

희비는 결국 마지막까지 가서야 갈렸다. 막판 승부처에서 르브론은 대단히 영리한 플레이를 연달아 펼치며 감탄을 자아내게 했다. 경기 내내 잘해오던 조지는 최후의 순간 다소 아쉬움을 남겼다.

경기 종료 1분 17초 전, 클리블랜드의 카이리 어빙은 르브론과 제프 티그의 미스매치 상황을 발견하고 지체없이 패스했다. 공을 건네받은 르브론은 과감한 돌파 시도를 통해 티그의 반칙을 유도, 자유투 2구를 따냈다. 이 자유투 득점이 곧 결승 득점이 됐다.

가장 결정적인 장면은 경기 종료 15초 전 나왔다. 109-108 클리블랜드의 1점 차 리드 상황. 인디애나의 조지는 최후의 공격을 전개하기 위해 탑에 섰다. 메인 수비수는 JR 스미스였다.

조지는 스미스를 가볍게 제치고 3점 라인 안쪽으로 침투했다. 이때 르브론이 번개같은 속도로 도움수비를 왔다. 조지는 외곽의 CJ 마일스에게 패스할 수밖에 없었다. 

이후 리차드 제퍼슨이 마일스에게 반칙을 범했고, 인디애나의 인바운드 상황이 됐다. 페이서스의 선택은 당연히 조지. 이를 본 르브론은 자신의 마크맨을 완전히 버리고 조지에게 기습적인 더블팀 수비를 가했다.

당황한 조지는 이번에도 공을 동료에게 넘길 수밖에 없었다. 두 차례나 르브론의 더블팀 수비에 당했다. 이는 르브론의 영리함이 대단히 돋보인 장면이었다. 조지가 마지막 공격을 시도하지 못하도록, 패스를 유도한 것이었다.

남은 시간은 약 4초. 조지는 다시 공을 넘겨받으려 했으나, 마음이 급해진 마일스는 그대로 공격을 전개했다. 마일스는 제퍼슨의 수비를 벗겨냈으나 회심의 야투를 놓치고 말았다. 경기는 그대로 끝났다. 캐벌리어스의 승리.

조지는 이 장면이 못내 아쉬웠던 것 같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마지막 슛은 내가 던졌어야 했다. 마일스에게 이런 상황이 오면 내가 마지막 슛을 던지겠다고 이야기했었는데, 그가 던졌다. 난 동료들의 슛을 믿지만 이번에는 내가 던졌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르브론은 어떨까. 그는 "더블팀 수비를 들어가면 나머지 선수들이 4대3 상황이 된다. 나라면 그러한 상황에서 패스를 택한다. 조지도 그럴 거라 믿었다"며 철저하게 계산된 플레이였음을 밝혔다.

결국 르브론의 소름 돋게 영리한 플레이가 마지막 순간 조지에게 패스를 강요했고, 이것이 클리블랜드의 승리로 이어지는 결과를 낳은 것이었다. 왜 르브론이 '킹 제임스'로 불리는지 알 수 있는 한판이었다.

사진 제공 = Gettyimages/이매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