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틴의 활약이 눈부셨다.
마이애미 히트는 30일(이하 한국시간) TD 가든에서 열린 2023 NBA 플레이오프 보스턴 셀틱스와의 동부 컨퍼런스 결승 7차전에서 103-84로 승리했다.
마이애미는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가장 많은 이목을 끌고 있는 팀이다. 8번 시드로 플레이오프 무대를 밟은 마이애미. 조기 탈락이 예상됐지만 1번 시드 밀워키, 2번 시드 보스턴을 모두 제압하고 파이널에 오르는 데 성공했다. 역대 NBA 플레이오프에서 8번 시드가 파이널에 진출한 것은 이번이 2번째다.
지미 버틀러는 부정할 수 없는 마이애미의 독보적인 에이스다. 1라운드에서 경이적인 원맨쇼로 거함 밀워키 격파에 앞장 선 버틀러. 이어진 시리즈들에서도 맹활약을 이어가며 마이애미의 승승장구를 이끌었다. 컨퍼런스 파이널에서는 평균 24.7점 7.6리바운드 6.1어시스트를 기록했다.
그런 버틀러가 동부 컨퍼런스 파이널 MVP를 수상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처럼 보였다. 보통 시리즈 MVP는 큰 변수가 없다면 승리 팀의 에이스에게 이변 없이 주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투표 결과에 따르면 버틀러는 예상 외의 매우 치열한 경합 끝에 간발의 차로 MVP의 영예를 안았다. 상당한 경쟁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공개된 투표 결과에서 총 9표 중 버틀러가 5표를 받았고, 케일럽 마틴이 4표를 얻었다.
뱀 아데바요도 아닌 마틴이 버틀러를 턱밑까지 추격한 것은 그의 마이애미 입단 전 위상을 생각하면 놀라운 일이다. 하지만 마틴의 컨퍼런스 파이널 활약상을 생각하면 충분히 납득이 가는 득표 차이다.
불과 2년 전, 언드래프티 출신인 마틴은 2년 차 시즌까지 이렇다 할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한 채 샬럿에서 방출 통보를 받았다. 그런 그를 품은 팀은 언드래프티 화수분 농구의 상징 마이애미. 절치부심한 마틴은 마이애미에서 주요 백업 자원으로 활약하며 생존에 성공했다.
P.J. 터커가 팀을 떠난 이번 시즌은 마틴의 팀 내 비중이 더욱 커졌다. 비시즌 팀과 정식 계약을 맺은 뒤 주전 자리까지 꿰찬 마틴은 3&D 자원으로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쳤다. 이후 플레이오프에서도 좋은 모습을 이어간 마틴은 빅터 올라디포와 타일러 히로 등이 빠진 마이애미에서 큰 영향력을 뽐냈다.
특히 보스턴을 만난 이번 컨퍼런스 파이널이 백미였다.
에이스 버틀러마저 기복이 있었던 장기 시리즈였지만 마틴은 꾸준했다. 활동량을 바탕으로 수비에서 큰 공을 세우는 가하면 시리즈 모든 경기에서 14점 이상을 기록했다. 백발백중의 슛감을 발휘한 마틴은 48.9%의 성공률로 경기당 3.1개 3점슛을 성공했다. 마틴이 없었다면 마이애미의 파이널 진출도 없었다.
케일럽 마틴 2023 컨퍼런스 파이널 성적
평균 19.3점 6.4리바운드 야투율 60.2% 3점 성공률 48.9%
남들이 힘들 때 한 발 더 뛰며 코트를 누빈 마틴은 6차전 21점 15리바운드, 7차전 26점 10리바운드로 2경기 연속 20-10 달성에 성공했다. 그런 임팩트가 투표 향방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을 터. 일부 팬들은 "공동 MVP를 받았어야 한다"며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팬들을 깜짝 놀라게 한 활약이지만 마이애미 동료들은 마틴의 노력과 진가를 알기에 그다지 놀라지 않았다. 버틀러 또한 마틴을 치켜세우며 그가 더 나아질 것이라는 칭찬을 건넸다.
버틀러는 "같이 훈련하지 않은 시선으로는 케일럽 마틴이 그저 G리그에 있었던 언드래프티 출신 선수로 보였을 것이다. 팀원에게 그는 대단한 선수이며 훌륭한 수비수, 플레이메이커, 슈터다. 다들 마틴이 매일 슛을 던지는 걸 봐서 놀라지 않았다. 정말 자랑스럽다. 다음에는 훨씬 발전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마틴을 극찬했다.
에릭 스포엘스트라 감독 또한 "마틴은 그가 얼마나 열정적으로 코트에서 싸우고 노력하는지 팀원들이 알기 때문에 라커룸에서 많은 존중을 받는다"며 치켜세웠다.
이미 많은 것을 이룬 마이애미. 하지만 파이널이 남았기에 그들은 축포를 터트리지 않았다. 마틴 또한 "아직 4개의 승리가 더 남았다"며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과연 마틴의 활약이 덴버와의 파이널에서도 이어질까?
사진 = 로이터/뉴스1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