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시드니에서 열리는 아시아컵을 준비 중인 우리나라 여자농구 대표팀은 예년보다 선수 구성이 부쩍 젊어졌다. 베테랑 이경은(신한은행)이 합류했지만, 이소희(BNK), 이해란(삼성생명)이 대표팀에 이름을 올리며 2000년 이후 출생 선수가 3명이 됐다.

젊어진 선수 구성은 안정감 부족과 경험과 관록의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최근 십수년간 우리나라 여자농구는 세대교체보다는 베테랑들의 리더십이 더 큰 역할을 했기에, 올림픽 본선 도전권이 걸린 이번 대회의 선수 구성에 걱정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대표팀 주장인 김단비(우리은행)는 이런 문제를 일축했다.

김단비는 “국가대표 주장은 분명 더 큰 책임감을 갖고 맡아야 하는 자리다. 하지만 지금은 딱히 더 할 일은 없다. 솔직히 운동 전후로 인사할 때 ‘차렷’ ‘경례’외에는 하는 게 없다”며 웃었다.

오히려 “내가 동생들을 이끌기보다, 동생들이 나를 배려해주고 있는 상황”이라며 젊은 선수들에 대한 믿음을 나타냈다.

그는 “가끔 모르는 유튜브에 알고리즘처럼 내가 대표팀 1년차 때 시합을 뛰는 영상들이 올라온다. 그걸 보면 정말 겁 없이 했던 것 같다. 사실 어느 정도 연차가 쌓이면 상대도 나에 대해 적응하고 준비해서 나오지만 어렸을 때는 그런 견제가 거의 없다. 그래서 그렇게 겁 없이 할 수 있었다. 지금 우리 대표팀의 어린 선수들도 충분히 그런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단비는 “오히려 승부처에서 어린 선수들이 과감히 들어가도 상대가 더 대응하기 힘들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상대에게 노출이 많이 되지 않은 어린 선수들이 승부처에서 뛰는 것도 효과가 크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가장 기대하고 있는 젊은 선수가 있을까? 김단비는 대표팀 막내라인 모두에게 똑같은 기대를 전했다.

그는 “막내가 (이)해란이고, 그 위가 (이)소희랑 (박)지현인데 셋 다 자기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선수다. 솔직히 세 명이 함께 뛰어도 충분히 역량을 발휘해 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지현이는 국제대회에서 강점도 있고, 소희와 해란이는 처음 상대하는 선수들에게는 까다로운 존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 위는 (박)지수인데... 국제대회에서 노출이 많이 된 선수지만, 그래도 지수는 뛰어야 한다. 이유 없다. 무조건 뛰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표팀 훈련 초반, 김단비는 다른 선수들과 정상 훈련을 하기보다는 컨디션을 끌어 올리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고질적인 부상이 있는 이경은과 함께 정선민 감독이 천천히 페이스를 올리도록 배려했다.

김단비는 “휴가 중에 소집이 되다 보니, 몸이 안 되어있는 상태다. 급하게 몸을 올리려고 하니 기존에 부상이 있던 무릎이나 발목에 살짝 통증이 있다. 같은 상황인데도 빠르게 컨디션을 올리는 동생들을 보면 정말 내가 나이를 먹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정말 잘 뛰어다니고 활기찬 걸 보면서 내가 오히려 정신적으로도 도움을 받고 있다. 아시아컵 일정에 맞춰서 몸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 아시아 강호에 호주와 뉴질랜드도 참가하는 아시아컵에서 4강에 들어야만 파리 올림픽 예선에 나설 수 있다. 이번 아시아컵은 올림픽 예선도 겸하고 있다.

김단비는 “그런 면에서 부담이 있다. 도쿄 올림픽에 나가면서 느꼈던 것 중 하나가 어떻게든 올림픽에 나가야 여자농구가 조금이라도 국민들에게 더 보여 지고 인기가 올라갈 수 있을 거라는 부분이었다. 그래서 꼭 결과를 내야 한다는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농담처럼 후배들한테 ‘우리는 이제 끝났다. 너희가 희망’이라는 말을 한다. 지수, 지현이는 어리지만 국가대표 경험도 충분하다. 국제대회가 쉬웠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동생들과 준비를 잘해서 여자농구가 다시 올림픽 무대에 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항상 국가대표로 뛰면 더 많은 팬들이 관심을 가져주시는데, 부족한 부분이 있어도 응원과 격려를 많이 해주셨으면 좋겠다. 더 힘을 내서 책임감을 갖고 더 열심히 임하겠다”고 다짐했다.

사진 = 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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