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박진호 기자] 한국 여자농구를 대표했던 또 한 명의 스타가 은퇴를 결정했다. 

화려했던 전성기에 비해 마지막 마무리에 아쉬움이 남았지만 정작 본인은 담담했다. 부상에서 좀처럼 회복하지 못해 시즌 말미 많은 이들이 어느 정도 예감은 했지만, 은퇴 사실이 발표되자 머리로는 이해해도 마음으로 안타까움을 나타내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인천 신한은행 에스버드는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획득한 선수들의 계약 사실을 지난 13일 발표했다. 김단비를 비롯해 곽주영, 김규희가 모두 팀에 잔류했지만 통합 6연패 시절의 주축이었던 최윤아의 이름은 없었다. 그렇게 최윤아는 은퇴를 선택했다.

2004 WKBL 신입선수선발회에서 1라운드 전체 3순위로 신한은행의 전신인 현대 하이페리온에 지명된 최윤아는 15시즌 동안 한 팀에서만 활약하며 신한은행의 황금기를 함께했다. 

2008-09시즌 정규리그 MVP를 비롯해, 시즌 베스트 5를 4번 수상했고 어시스트상과 자유투상의 주인공이 됐다. 특히 몸을 사리지 않는 저돌적이고 과감한 플레이는 최윤아를 기록 이상으로 돋보이게 만드는 요소였다. 최윤아는 오랫동안 신한은행은 물론 WKBL의 투지와 근성을 대표하는 아이콘이었다.

그러나 고질적인 무릎 부상에 시달린 최윤아는 2014-15시즌부터 경기를 결장하는 시간이 많아졌고, 2015-16시즌에는 14경기에 출전하며 몸 상태에 대한 의구심과 함께 은퇴설이 제기됐다. 수술과 재활 등을 병행하며 절치부심했지만 결국 2016-17시즌에는 단 4경기 출장에 그쳤고 은퇴를 결정했다.

최윤아는 “처음에 계획했던 것만큼은 선수생활을 했다”며 은퇴가 오로지 부상 때문만은 아니라고 밝혔다. “스무살 쯤부터 은퇴시기를 계획 했었고, 당초 예정보다 1년 빨랐을 뿐”이라는 최윤아는 “몸 상태에 아무런 문제가 없고 예전과 같다 해도 1년 이상 더 현역을 뛰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이번 시즌을 치르며 구단에도 은퇴 계획을 밝혔고 그 의지가 확고했기 때문에 구단도 자신의 의견을 존중해 줬다는 것이 최윤아의 설명. 선수생활의 마지막 3년을 부상으로 신음했지만 은퇴시기에 대해서는 ‘때가 됐다’는 입장이다. 

최윤아는 “여전히 농구를 좋아하고 지금도 코트에서 뛰고 싶다. 하지만 부상으로 힘들었다는 것 보다는 벌써 내 나이가 33살이라는 게 아쉽다”고 전했다. 

은퇴 후 계획은 ‘열심히 공부하고 준비하는 것’이다. 

체육교육학 석사 과정에 있는 최윤아는 “전공을 아직 선택하지 않았지만 박사 과정까지 하고 싶다. 평생 농구를 했기 때문에 농구나 스포츠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입장이다. 하고 싶은 게 많다. 공부도 하고 싶고, 후진 양성도 하고 싶고, 강단에도 서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준비가 많이 필요하다. 공부도 많이 하고 견문도 많이 넓혀야 할 것”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한편 최윤아의 은퇴와 관련해 신한은행에서도 지도자 등 향후 지원 계획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윤아는 “개인적으로는 감사한 일”이라면서도 조심스럽다는 마음을 전했다. 팀에서 확실한 결정을 내리지 않은 사안에 대해 자신이 먼저 입장을 나타내는 것 자체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 다만 은퇴하는 자신에게 팀이 그러한 부분까지 고려해준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스럽다고 말했다.

과거 최윤아는 은퇴 전 다시 한 번 우승에 도전하고 싶다는 열망을 나타낸 바 있다. 부상이나 은퇴시기에 대해 담담하던 최윤아도 다시 한 번 우승컵을 들어 올리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나타냈다. 

하지만 “나는 다른 선수들에 비해 솔직히 우승도 많이 해본 입장”이라며 “다시 한 번 우승을 했으면 더 좋았겠지만 욕심일 수도 있다. 어쨌든 수많은 영광과 추억을 갖고 은퇴를 할 수 있게 됐다. 또 아쉬움이 있어야 제 2의 인생도 더 열심히 살 수 있지 않겠냐”며 웃었다.

마지막으로 최윤아는 선수 생활 내내 자신을 지지해주고 응원해줬던 팬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사실 팬들에게 가장 미안해요. 부모님이나 친구들과 이야기할 때도 안 그랬는데, 은퇴 소식이 나간 후 팬들이 연락 주시는 걸 보면 너무 죄송해요. 그래도 시즌 중에 인터뷰를 통해서 조금씩 제가 그런 뉘앙스를 보였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눈치 채셨을 거라고 생각해요. 작년에도 고민을 많이 했고 결국 이렇게 결정 했습니다. 마지막 시즌에 4경기 밖에 뛰지 못했지만 그 부상을 딛고 복귀를 했다는 것 자체가 저한테는 큰 의미였습니다. 은퇴에 대해 팬들이 많이 서운해 하고 아쉬워 하는 걸 아는데 그래서 지금인 것 같아요. 선수 생활 하는 내내 표현도 잘 못했는데 ‘최윤아’라는 선수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건 오로지 팬들 덕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팬들 때문에 제가 있었고, 성장했고, 또 많은 영광과 추억을 갖고 이렇게 은퇴를 할 수 있게 됐습니다. 고맙습니다.”

사진 = 이현수 기자 hsl_area@thebasket.kr, W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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