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고양, 박진호 기자] 서울 삼성과 고양 오리온의 2016-2017 KCC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2차전이 열린 고양체육관에는 낯익은 얼굴이 관중석에 자리를 잡고 삼성을 응원하고 있었다. 

WKBL 2016 신입선수선발회에서 신한은행에 지명된 후 지난 시즌 삼성생명으로 팀을 옮긴 이민지가 그 주인공. 이민지는 남자농구 삼성 썬더스에서 활약 중인 이동엽의 동생이다.

“이동엽을 응원하러 왔냐”는 질문에 “겸사겸사”라며 웃은 이민지는 “오빠(이동엽)가 여기까지 왔으니 기왕 우승까지 해서 보너스도 받고 나한테도 나눠줬으면 좋겠다”고 장난스럽게 대답했다.

이호근 전 삼성생명 감독의 자녀인 이동엽과 이민지는 나란히 지난해에 프로에 입단했다. 먼저 기회를 잡은 것은 이민지. 신한은행의 가드진의 줄부상으로 어려움을 겪으며 신인이던 이민지에게 기회가 왔고 20경기에 출장해 평균 14분 38초를 뛰며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2016-17시즌을 앞두고 팔이 골절되는 부상을 당하며 시즌 아웃됐고, 2016년 11월 25일, 3대3 트레이드를 통해 삼성생명으로 팀을 옮겼다.

“내가 먼저 프로에서 기회를 잡았을 때 오빠가 먼저 연락을 해서 격려해줬다”는 이민지는 이동엽에 대해 “오빠가 수비는 열심히 하면서 적극성을 보이는 데 공격 때는 그런 모습이 다소 부족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동엽의 지난 생일 때 이런 의견을 용감하게(?) 제시하기도 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너나 잘해”였다고.

그래도 이들 사이에는 ‘현실 남매’의 티격태격 보다는 서로를 위해주는 모습이 더 많다고 한다. 이민지는 “원래는 정말 ‘현실 남매’였는데 내가 농구를 시작하면서 동병상련 같은 걸 느꼈는지 다른 남매들보다는 서로 배려하는 게 많은 것 같다”고 했다. 

정규리그에서 많은 기회를 잡지 못했던 이동엽은 6강 플레이오프부터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치며 이번 ‘봄 농구’에서 삼성의 새로운 활력소가 되고 있다. 큰 부상으로 한 시즌을 재활로 보내야 했던 ‘동생’ 이민지에게 이러한 ‘오빠’ 이동엽의 모습은 큰 자극제가 된다.

“열심히 준비했는데도 정규리그 때는 인상을 남기지 못했던 오빠가 이제야 사람이 된 것 같다”며 웃은 이민지는 “이렇게 큰 부상으로 시즌을 통째로 쉰 것은 처음”이라며 “아직 재활중이지만 팀 휴가가 끝나는 다음달 20일에는 복귀와 동시에 팀 훈련에도 정상적으로 참여할 수 있을 것 같다. 다음 시즌에는 개막 때부터 팀에 보탬이 되고 싶고, 오빠처럼 플레이오프에도 나서고, 지난 시즌 준우승을 차지했던 우리 팀(삼성생명)이 우승하는 데 기여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목표를 밝혔다.

한편 이날 삼성은 오리온에 84-77로 이기며 2연승을 거두며 챔피언 결정전 진출 문턱까지 다가섰다.

사진 = 이민지 본인, 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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