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박진호 기자] 항상 특별한 화제가 없던 WKBL FA(자유계약선수) 시장에 큰 변수가 발생했다. KEB하나은행의 상징과도 같았던 김정은이 원소속 구단과 계약을 하지 않고 FA시장에 나온 것. 

온양여고를 졸업하고 2005 WKBL 신입선수선발회에서 전체 1순위로 신세계에 입단한 김정은은 루키시즌 11.75점 4.85리바운드를 기록하며 신인상을 수상했고 지난 시즌 박지수(KB스타즈)의 데뷔 이전까지 가장 압도적이었던 신인으로 꼽힌다.

이후로도 팀의 주축이자 부동의 국가대표 포워드로 활약한 김정은은 여러 차례 시즌 최고연봉자의 자리를 지킬 만큼 그 실력을 인정받았고, 하나은행에서는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자리 잡았다.

매 시즌 평균 두 자리 수 득점을 올리던 김정은은 최근 두 시즌 부상으로 인해 많은 경기에 나서지 못하며 다소 주춤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선수로 평가받고 있다. 

사실, 김정은의 이적 가능성은 시즌 중부터 조심스럽게 제기됐다. 하나은행이 리빌딩 과정에 들어간 가운데 김정은 역시 부상 등의 부침을 딛고 일어서기 위해 환경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내비치기도 했다. 게다가 김정은이 지난 시즌을 마친 후 전 구단 선수들이 모두 참석했던 WKBL 정규리그 시상식에 불참하며 이러한 추측에 무게가 실리기도 했다.

하나은행은 김정은이 팀의 상징적인 선수인 만큼 잔류를 원했지만 결국 김정은은 FA시장에 나서게 됐고 이로 인해 나머지 5개 구단의 발걸음도 바빠졌다.

대부분의 구단들은 김정은이 고질적인 부상을 안고 있다는 점과 적지 않은 연봉이 다소 부담이기는 하지만 기량이 검증된 선수인 만큼 팀 전력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매력적인 카드임을 부인하지 않고 있다. 

경기당 20점 가까이를 책임지던 시절만큼은 아니라도 확실한 득점 능력과 장점으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평가. 게다가 부상으로 신음하던 기간 중에도 소속 팀 선수들을 격려하며 정신적인 지주 역할을 충실히 해낼만큼 리더십도 갖추고 있다.

심지어 김정은은 최근 두 시즌 공헌도 순위가 높지 않아, 영입하더라도 보호선수를 5명까지 지정할 수 있어 상대적 손실도 적다. 2억 5천만원 이상을 제시해야 하는 연봉 문제가 존재하기는 하지만 셀러리 캡에 여유가 있는 구단들에게 김정은은 결코 외면할 수 없는 카드다.

사실 상 선수의 이동이 쉽지 않은 WKBL FA시장이 김정은으로 인해 오랜만에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김정은의 이적이 가능한 시기는 2차 FA협상 기간으로 오는 23일까지다. 

하나은행을 대표하는 선수였던 김정은이 과연 다른 유니폼을 입게 될지, 또 그럴 경우 어떤 선수가 하나은행의 선택을 받을지에 이목이 쏠린다.

사진 = 이현수 기자 hsl_area@thebaske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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